<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한줄 관람평


권소연 | 호랑이를 마주쳐도 두려워하지 않기

오채영 | 호랑이를 마주보는 순간 겨울손님은 찾아온다

이수연 | 애초부터 호랑이가 두려웠던 게 아닐지도 모르지

임종우 | 어슬렁거리는 말들

김민기 | 생략된 마음들 사이로 지나가는 영화의 호흡

윤영지 | 호랑이로 상징되는 그 모든 의미들이 유효하다

최대한 | 무기력함의 끝에 시작을 알리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 리뷰: 호랑이를 마주쳐도 두려워하지 않기







*관객기자단 [인디즈] 권소연 님의 글입니다. 





호랑이 조심해


'경유'는 여자친구인 '현지'의 부모님이 온다는 말에 같이 살고 있는 집, 사실상 얹혀살고 있는 여자친구의 집에서 나가야 한다. 집을 나서는 경유에게 현지는 호랑이를 조심하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게 무슨 말인가? 사정은 이렇다.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했다는 것이다. 길에서 호랑이를 만났을 때는 가만히 죽은 듯 누워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둥 온통 호랑이에 대한 소식이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라디오뿐만 아니다. 마치 작별인사처럼 말을 내뱉는 여자친구, 대리운전 기사와 손님으로 만나버린 전 애인 '유정'에게도 호랑이를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경유는 머지않아 호랑이를 만날 것만 같다. 영화는 조심해야 할 것이 호랑이뿐이라면 다행일 것 같은 경유가 버티며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보여준다.

 

 



호랑이가 탈출하려던 날, 울음소리가 들렸다. 겨울이었고 호랑이는 갈 곳이 없었다. 그렇다고 떠나온 동물원이 그리운 것은 아니었다.”


경유가 만나는 사람들은 다 제각각 다르지만, 하나같이 대리기사인 경유에게 불친절하다. 물어뜯지만 않았지, 사람을 조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들이 닥친다. 경유를 대리기사라고 무시하는 것은 예삿일이고 경유의 자존심은 물론이요, 지금껏 버티며 살아온 삶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경유는 꾹 참다가 한번쯤 대꾸를 해보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고 더 심한 대가가 돌아온다. 그럼에도 경유는 친구인 부정이나 다시 만나기 시작한 유정에게 힘들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다. 경유가 한번이라도 후련하게 욕이라도 했으면 좋겠지만, 경유가 선택한 방법은 그저 참는 것뿐이다. 이런 경유를 따라가다 보면 손님들이 무서운 호랑이로 보이기보다는 경유가 동물원을 떠나온 불쌍한 호랑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동물원에서 떠난 호랑이와 다르게 여자친구 집에서 나온 것조차 자신의 의지가 아닌데다가 나와서 하는 일이 잘 풀리는 것도 아닌 경유지만 여전히 갈 곳이 없는 신세라는 점이 동물원을 나온 호랑이와 많이 닮아있다. 그렇다고 경유, 그리고 호랑이도 떠나온 곳이 그립지는 않은 듯이 보인다.

 





생활이 지겨웠는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메모 한 장 남기지 않은 채 동물원을 떠났고, 홀로 남게 된 호랑이는 혼자가 되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한 채 사육사가 던져준 생닭을 맛있게 먹었다.”


생활하면서 두려움 앞에서 도망쳤던 기억들을 이야기에 담고 싶었다던 영화는 경유가 호랑이를 만날 것 같은 긴장감을 주는 대신 경유 앞에 호랑이가 나타난대도 두려워하지 않을 때까지 기다려준다. 대리기사로 만나게 되는 손님들을 제대로 쳐다보기 보다는 자동차 백미러나 창문으로 쳐다보고, 바닥에 시선을 떨군 채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유가 마지막으로 손님의 얼굴을 바로 마주하고 그 이후에 마주치는 호랑이를 제대로 볼 수 있을 때까지 영화는 경유, 그리고 우리에게 시간을 준다. 호랑이보다 무서운 사람들과 경유가 맺는 관계, 그 관계 속에서 결국 경유가 마주하게 되는 호랑이, 즉 자기 자신을 피하지 않을 수 있도록. 마주하는 다른 사람들은 물론이고 자신조차 언제든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두려움에서 도망치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을 영화는 넌지시 제시한다. 남이 될 수도 있고 내가 될 수도 있는 호랑이들을 경유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살면서 언제 어디서든 만나기 마련일 것이다. 그렇기에 호랑이를 마주쳤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방법은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물론 진짜 호랑이라면 그 방법이 최선일 수도 있다) 경유가 누군가를 똑바로 쳐다보았듯 피하지 않고 마주서는 것이다. 우리가 호랑이를 마주쳤을 때 명심해야 하는 것은 첫 번째로, ‘두려워하지 않기이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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