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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감독 인터뷰 1_<연인들> 김종관 감독, “감정의 조각들을 모으다”

by Banglee 2008. 12. 12.

<연인들> 김종관 감독, “감정의 조각들을 모으다”

<연인들>은 김종관 감독의 단편 컬렉션이다. 열한 편의 단편 영화가 묶였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던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을 밑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한 감독의 단편 영화만 묶어 극장에서 정식 개봉하는 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도 정말 영광스럽다. 그리고 시사회 때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최근작에 출연한 배우들만 모아서 같이 보자는 마음으로 시사회를 한 건데 기자 분들도 많이 오시고 해서 예정에도 없던 무대 인사까지 했다.

이 단편 컬렉션을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독립 영화 개봉 지원 사업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인디스페이스에 의해 이뤄졌다. 장편 영화뿐 아니라 단편 영화를 모아서 개봉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내가 워낙 단편 작업을 많이 한 데다 작품들이 엇비슷해서 한 카테고리로 묶기 쉬워 선정된 듯하다. 그동안의 단편 영화를 묶은 거라 처음에는 그냥 ‘모음집’이라고 하려 했는데 마케팅적으로도 뭔가 더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서 <연인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제목에 살짝 어울리지 않는 영화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 연애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연인들> 속 열한 편의 단편 영화를 직접 선정한 건가?

그렇다. 학교 다닐 때 만든 습작, 러닝타임이 긴 것, 스토리라인이 반복되는 것들은 뺐다. 다양한 느낌이면서도 한 흐름으로 이어지는 것들을 모았다. 작품 선정뿐 아니라 배열에도 신경을 많이 썼는데, 연대순이 아닌 나름의 감정 연결을 생각하며 순서를 정했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보고 <누구나 외로운 계절>을 보면 옛 감정에 대한 회상에 젖을 것이다. 이때 <메모리즈>와 <낙원>을 이어서 보면 쓰라린 그리움과 함께 가슴이 아파온다. 한쪽으로 너무 편향되지 않게 하기 위해 중간에 <드라이버> 같은 이상한 영화도 넣었다.(웃음)

열한 편의 단편 영화가 대부분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을 이야기한다.

원래 사람과 사람 간의 오고 가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단편 작업을 계속하면서 생긴 취향이기도 하다. 예산이 얼마 없으니 스토리를 구상할 때 최소 단위로 생각한다. 두 사람과 한 공간만 있으면 스토리를 만들 수 있으니 이런 감정에 대한 이야기에 치중하게 된 듯하다. 나를 움직였던 감정을 사람들도 느꼈으면 해서 그 분위기에 따라 내러티브와 이미지를 배치한다. 얼핏 별 이야기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것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고자 한다. 그 와중에 형식적인 시도도 새롭게 하면서 재미를 찾았다.

8년 동안 열일곱 편의 단편을 만들었다. 솔직히 단편을 장편으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단편을 계속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단편 영화가 현재 내 유일한 창작 도구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단편 영화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장편 영화를 준비해 봤고 지금도 계획하고 있어 알지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물론 그렇게 오랜 시간을 두고 장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지만 내가 지금 당장 생각하는 것을 영화로 만들 방법은 단편 영화뿐이다. 내 사적인 영역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외적인 스트레스도 없고. 그래서 더 순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편 영화는 한 해에 서너 편은 찍을 수 있으니 나 스스로가 정체되어 있지 않고 계속 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단편 영화의 한계성도 분명 느낄 것 같다.

물론이다. 일단 상영 기회가 너무 없다. 영화제에서 한 번 틀면 끝이지 않나. 그래서 <연인들>의 정식 극장 개봉이 개인적으로도 큰 힘이 되고 영화계에도 좋은 시발점이 될 거 같다. 그리고 예산적인 문제와는 늘 부딪치게 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이런 작업을 계속하다 보니 나름의 방법을 찾게 되는 거 같다. 특히 이번 열한 편 중 하나인 <헤이 톰>같은 경우엔 특정 잡지 창간에 맞춰 홍보용으로 제작한 거다.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 그래서 가끔은 내가 뮤직비디오 감독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웃음) 열정과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기는 것 같다.

단편 작업을 계속하며 자리를 지킬 독립 영화계가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

한국 영화는 요새 어렵지만 독립 영화는 항상 어렵다. 어떻게 보면 특별히 불황이랄 게 없다.(웃음) 그런데 지원 사업이 위축될까 걱정이다. 독립 영화라고 해서 내 돈으로만 계속 찍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상영 범위도 더 넓어졌으면 한다. 일본의 중간급 영화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우리나라는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 이렇게 극단으로 나뉘어 있어 아쉽다.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중간급 영화가 활성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국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나 독립 영화 내부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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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무비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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