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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즈 Review] <다영씨>: 약자들의 연대와 사랑으로도 견뎌내기엔 역부족인, 씁쓸한 블랙코미디와 같은 현실

by indiespace_한솔 2018. 12. 30.







 <다영씨>  한줄 관람평


권정민 | 드라마를 뭉개는 코미디실험적인 동시에 고전적이다.

김정은 약자들의 연대와 사랑으로도 견뎌내기엔 역부족인씁쓸한 블랙코미디와 같은 현실

승문보 | 고봉수 사단의 매력은 다시 한번 확장되었다

주창민 고봉수 식 해학과 사랑, 그 가능성과 한계

박마리솔 한겨울에 건네는 귤 같은, 그런 사랑





 <다영씨>  리뷰 : 약자들의 연대와 사랑으로도 견뎌내기엔 역부족인씁쓸한 블랙코미디와 같은 현실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정은 님의 글입니다. 






빵과 우유로 끼니를 해결하며 갖은 모욕을 당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퀵서비스 기사 민재. 삼진물산에서 일하며 가끔 택배를 받는 다영씨는 민재에게 유일하게 따스한 미소를 건네는 사람이고, 민재는 그런 다영씨에게 자신도 먹지 못하는 귤을 선물하며 수줍은 마음을 표현한다. 다영씨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 속에서 어렵게 일하는 것을 알게 된 민재는 터무니없이 적은 월급을 자처하여 삼진물산에서 입사해서 다영씨를 돕기 시작한다.

 




대화나 색채 없이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으로 강자와 약자의 관계 속의 부조리함을 선명하게 포착하게 만든다. 그러나 어쩌면 이미 약자를 향한 폭력이 만연한 영화 외적인 상황이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이유 없는 분노와 혐오는 약자를 향해 흐르며, 그 강도는 거듭할수록 점점 거세진다. 삼진물산에서 명백한 을인 다영씨와 민재는 동료와 상사들의 터무니없는 구실로 무장한 구박의 대상이 되며, 괴롭힘의 방식은 치졸하면서도 다양하다. 곳곳에 숨겨놓은 유머와 경쾌한 음악이 있지만 웃음을 짓기에는 조금의 과장만 덜어내면 현실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처절한 모습이었다.


 



흑백무성영화라는 시도와 고봉수 사단만의 개성으로 갑을관계를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꼬집어 내지만, 다영씨와 삼진물산의 또 한 명의 여성 직원인 하람을 대하는 시선은 아쉬움이 남는다. 민재를 제외한 삼진물산의 남자 직원들은 상대적인 약자를 괴롭히기도 하지만 동료의 관계로 비추어지며, 그들끼리 공모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다영씨와 하람은 철저히 타자화된다. 다영씨는 온갖 차별과 배제를 겪으며 혐오적인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람은 출중한 외모와 사장님의 딸이라는 이유로 남자 직원들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떠받듦을 받는다. 말단 직원이고 사장님의 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직원 중 여성이 동등한 동료가 아닌 대상화된다는 점, 그리고 남성 직원끼리의 연대는 있으나 두 여성 직원의 관계에서는 갈등만이 그려진다는 점은 불편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다영씨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민재의 도움으로 인해 조금은 휴식을 취하게 되는 다영씨의 모습에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그녀가 하는 일을 대신 해 주는 것이 아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맡은 일을 끝까지 해냈던 다영씨를 민재의 등장 이후에는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그려낸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유사한 에피소드가 반복되는 듯한 구조와 영화적인 완성도, 그리고 여성을 대하는 시선은 아쉬웠으나 고봉수 사단에 응원을 보낸다. 거대하고 모순적이기 때문에 자신을 지켜내기에 바쁜 세상 속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자 온몸을 던지는 순수하고도 애틋한 사랑을 흑백무성영화라는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전작인 <튼튼이의 모험><델타 보이즈>에 이어 한정적인 예산에 굴하지 않고 유일무이한 영화적인 개성과 정체성을 고수하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 고봉수 감독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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