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의 시대, '나'로 살기 위한 몸부림  <마담 B>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1월 15일(목)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윤재호 감독 

진행 성송이 씨네소파 대표이사 






 


*관객기자단 [인디즈] 도상희 님의 글입니다.


 


마담 B는 생계와 가족을 위해 중국으로 향한 탈북여성이다. 그녀는 브로커에게 속아 농부의 아내로 팔려가지만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그를 점차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자식들을 위해 다시 남한으로 향해야 한다. 탈북자가, 여자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마담 B의 사랑은 조금 더 쉬웠을까? <마담 B>는 시대와 한 존재의 사랑의 관련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또한 그 속을 살아가는 한 사람에게 오롯이 주목한 영화이기도 하다. 불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싸워나가고 살아가는 여성을 담고 싶었다말하는 윤재호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를 기록했다

 





성송이 씨네소파(이하 진행): <마담 B> 연출하신 윤재호 감독님은 칸 영화제 초청으로 화제를 모았던 단편 <히치하이커>(2016)부터 부산국제영화제 초청된 <레터스>(2017)나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2018) 같은 영화들을 만들며 다큐멘터리와 극, 단편과 장편을 넘나드는 활동을 해오셨어요. 관객분들께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재호 감독(이하 윤재호): 안녕하세요. <마담 B> 연출을 맡은 윤재호라고 합니다.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마담 B>3년 동안 제작했고 많은 고난과 시련을 겪었던 작품입니다. 주위 분들이 많이 보실 수 있게 이야기 해주셔서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행:  다들 영화 보셔서 그 고난과 시련을 짐작할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질문을 먼저 드리려 합니다. <마담 B>는 처음부터 기획한 영화라기 보단 극영화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찍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었는데요, '마담 B'를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윤재호: 2013년 즈음 영화 시나리오를 구체화시키기 위해서 중국에 갔어요. 그때 마담 B라는 분을 다른 탈북자들을 인터뷰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개인 역할로 만났어요. 그분을 통해서 다른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가 어느 날 마담 B가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해주셨어요. 중국인 남편 집으로 가게 됐고, 같이 지내면서 마담 B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죠. 원래는 전혀 몰랐고, 처음엔 그분에 대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냥 가자고 해서 집에 가본 거에요. 주변에 있는 이모 같았고,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었죠, 처음에는. 가끔 제 엄마가 생각나기도 했고요. 저희 어머니가 어마어마한 활동력을 가지신 분이에요. 제가 전화하면 본인 할 이야기만 하고 끊는 성격이고, 언제나 무언가를 활발히 하면서 움직이는 모습이었는데, 저희 엄마처럼 활동적이고, 때로는 아들의 이야기를 잘 안 듣는 그런 모습이 좋았어요.

 

진행: 탈북이라는 이슈에 집중해서 볼 수도 있지만 하나의 단독자로서의 인간으로 마담 B를 조명한 것이 이 영화의 놀라운 점이라고 생각해요

 

윤재호: 아이러니하고 씁쓸했던 점이, 태국까지 여행하고 나서 7,8개월 즈음 뒤에 그분이 서울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는 연락을 아들을 통해 받았고, 제가 취재를 더 하려고 서울에 왔어요. 영화에서 보셨던 것처럼 한국에서의 삶이 더 어려워 보였죠. 중국에서 중국인 가족과 같이 있을 때에 더 미소가 있었고 더 좋아보였어요. 한국에 오니 오히려 안색이 더 안 좋아지셨고요. 보면서 굉장히 씁쓸했어요. 더 좋은 환경이라는 한국에 왔는데 더 좋아져야하는 거 아닌가? 왜 오히려 더 상황이 나빠질까? 그런 아이러니가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한국이 더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씁쓸함이요.

 

 



관객: 촬영 분량이 굉장히 많았을 텐데, 편집하실 때 특별히 어떤 지점에 신경 써서 장면을 고르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사람의 이야기였어요. 그 분과 함께 지내면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 그 분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람의 이야기, 가족의 이야기. 마담 B의 일상을 보면서 여운들이 남으실 거예요. 씁쓸하게 끝나잖아요. 두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의 이야기고, 엄마의 이야기니까요. 그런 감정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마담 B도 그렇고 그 가족들도 한국에서 씁쓸함을 많이 느꼈을 거예요.

 


관객: 감독님께서 나오는 분들에게 연출을 요구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해요.

 

윤재호: 연출한 것은 없었고요, 오랫동안 찍은 것들 중에 선택한 장면들이에요. 특이했던 점은 제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음에도 저를 신경을 안 쓰셨어요. 그런 게 좋았어요. 보통 다큐멘터리를 찍다보면 대상들이 카메라를 의식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를 믿어서인 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관객: 마담 B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윤재호: 이게 2년 전 영화고, 그는 두 가족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어요. 혼자서 독립하셨죠. 경기도 쪽에 바(bar)를 하나 차리셨어요. 가끔 아들을 만나서 저녁을 먹기도 하고요. 영화가 끝난 시점에서 한참 지나 한국 국적도 얻게 되었고 중국에도 다녀오셨지만, 결과적으로 그분은 중국 가족도 아니고 북한 가족도 아닌 독립을 결정하셨죠.

 




관객: 제가 탈북민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어 더 와 닿았습니다. 프랑스 쪽에서 작업하셨던 것으로 아는데, 프랑스인들이 탈북민들에 대해 얼마나 이해했는지, 마담 B의 느낌이나 감독님의 의도를 잘 이해했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잘 이해 해주셨어요. 불리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싸워나가며 살아가는 여성을 담고 싶었어요. 인간다운,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이야기에 초점을 더 두고 싶었어요. 프랑스 사람들이 의외로 탈북자의 사정을 잘 알고 관심도 많더라고요. 개봉했을 때 프랑스 관객 분들도 그 감정선을 느끼셨어요. 탈북해서 프랑스로 가시는 분들도 있고, 벨기에나 스위스에도 가서요. 의외로 국내에서 모르는 것들도 많이 알고 계셨어요.

 

진행: 프랑스에서 먼저 개봉이 되었는데요, 2만명이라는 놀라운 관객 스코어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일본에서도 개봉을 먼저 했어요. 국내에 역수입된 작품이라고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관객: 마담 B는 작품을 보고 어떤 말씀을 하셨을지 궁금하고요, 마지막에 초혼을 부르시는 부분도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2년 전 전주국제영화제 상영했을 때 보셨어요. 낮에 일하시는 바에 찾아가서 보여드렸어요. 많이 웃으시더라고요. 특히 강아지 놓고 부부싸움 할 때 ‘내가 이런 적이 있었나?’ 하면서 웃으셨고, 태국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우리가 그렇게 오래 고생하며 겪었는데 왜 이렇게 짧게 넣었느냐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좋아하셨어요. 잘 받아들여 주셨고요. 초혼 장면은, 마담 B랑 친구 분들이 노래방 가는 걸 좋아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자주 가신다고 해서 한번 따라가도 되겠냐 해서 갔어요. 초혼은 그분이 부른 노래들, 한 열 곡 중에서 한 곡인데 제가 선정하여 넣은 거예요. 가사가 가장 가슴에 와 닿았어요. 마치 그분의 이야기처럼.

 

진행: 감독님의 가장 최근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로 가족이 있는 것 같아요. 감독님께 가족이란 의미는 무엇이고, 이 시대의 가족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윤재호: 2011년부터 가족과 경계에 있는 사람들을 담고 있는데요, 과연 가족은 어떻게 정의가 될 수 있으며 누가 정의하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사회? 본인 스스로? 생각하다보면 제 스스로 답을 내리게 되는데, 항상 같은 말로 끝나요. 가족은 정의가 될 수 없어요. 가족이란 사회가 정의 내려 줄 수 없고, 정의내릴 수 있는 단어가 아닌 것 같아요. 그런 질문들을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함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관객: 서울 상공 하늘에서 아이의 반공 연설이나 국정원 신고 광고도 나오는데요, 연설을 연출하신건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그 웅변을 처음 접했을 때, 80년대, 그러니까 제 어린 시절 자료인 줄 알았는데, 2015년도 것입니다. 어떤 단체에서 매년 여는 실제 웅변대회 내용입니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질문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간첩신고 광고는 실제로 지하철에 많잖아요. 그 내용들을 보면 거기 있는 단어 하나하나가 마담 B와 같은 위치의 분들에게는 보통 일이 아닌 거예요. 엄청난 무게감이죠. 물론 나라의 입장이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문구지만요. 그런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관객: 경계에 서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2011년에 만든 <약속>이라는 단편 다큐가 있어요. 그 작품을 하면서 만났던 분이 파리에서 민박집을 하시는 조선족 아주머니에요. 그분의 이야기를 하면서 경계인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어요. 그는 파리에서 불법체류자로 머무는 중이었는데, 9년간 중국에 두고 온 아들을 못 만났어요. 아들과 헤어진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분이 가진 중간자적 입장, 조선인으로서 외국 땅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저도 파리에서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까 그 아주머니가 가족 같았어요. 그렇게 작품을 계속하면서 마담 B라는 인물도 만나게 됐고요. 어떤 단편은 지하철에서 노래하는 불법 체류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요.

 

진행: 영화에서 보면 실제로 밀입국 여정을 같이 하셨는데요, 영화에 담기지 않은 어떤 위험천만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으셨는지 궁금해요.

 

윤재호: 위험한 여정이 영화의 메인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어요. 중국에서 태국까지 1주일 정도 걸렸는데,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죠. 가장 어려웠던 것은 영화에서 보신 것처럼 산을 넘을 때였어요. 중국에서 저녁에 출발해서 다음날 낮 12시에 라오스의 작은 마을에 도착하기까지가 제일 힘들었어요. 중간에 내릴 수 없는 버스였고,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분위기여서 어쩔 수 없이 끝까지 함께하게 됐어요. 제가 다리를 좀 다쳐서 절뚝거리면서요. 태국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다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방콕에 허름한 모텔에 도착해서 중국 이후 처음 거울을 봤는데 정말 거지꼴이었어요. 샤워를 몇 번을 했는지 몰라요. 너무 힘들어서 그 모텔에서 몇 시간을 멍하게 있었어요.

 




관객:  다음 작품은 언제 하실 건지 궁금합니다.

 

윤재호: 내년 2, 3월에 들어가요전혀 다른 작품이긴 합니다호러영화예요소재는 편견이에요. <마담 B>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호러라는 장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전달하려는 작품이에요우리 사회는 항상 최고가, 1등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잖아요하지만 꼴찌면 어떻고 3등이면 어때서그런 것들에 대한 질문을 담으려고요.



진행: 감독님이 해외에서 활동도 오래 하시고 다른 작품들도 만드셨지만 국내에서는 개봉기회가 없으셨어요. 올해 아이러니하게도 11월에만 두 편의 작품을 개봉하게 되었는데요, 마지막으로 개봉 소회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윤재호: 국내에서는 처음 영화를 개봉해보는 거라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배급사에서 굉장히 열심히 노력해주고 계십니다. 작은 영화긴 하지만 주위에 많이 이야기하고 응원해주세요. 때리고 부수는 스케일 큰 영화는 아니지만 작은 영화들이 꾸준히 공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또 이 영화가 마담 B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분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