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들에게   <봄이가도>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9월 15일(토) 오후 2시 30분 상영 후

참석 진청하, 전신환, 장준엽 감독  배우 유재명, 김민하

진행 김일권 시네마달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떠나보낼 수 없는 계절이 있다. <봄이 가도>는 봄을, 상실의 계절을 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들과 함께 다음 계절을 기다려보는 건 어떻겠냐고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반성과 다짐으로 영화를 써 내려간 <봄이 가도>의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감독과, 유재명, 김민하 배우, 그리고 관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행은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가 맡았다.

 




김일권 대표 (이하 진행): <봄이가도>는 세 분의 감독님이 만든 세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진 영화지만, 모두 같은 주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여쭤보겠습니다.

 

장준엽 감독 (이하 장준엽): 안녕하세요, <봄이가도>에서 첫 번째 이야기를 연출한 장준엽입니다. 우선 이 이야기를 기획하게 된 것은 2년 전이었어요. 당시에는 지금보다 사회적인 분열이 심했던 시기였어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그만하라는 말들도 많이 나왔던 시기였고, 관련한 내용이 정치적으로 민감하게 다루어지기도 했고요, 이런저런 이야기가 지금보다 더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때 저희가 모여서 작업을 같이 준비하고 있었는데 사회가 흘러가는 양상을 보며 어떤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느꼈어요. 그래서 이런 영화를 제작한다면 우리가 사회에 일종의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김민하 배우님께서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아 보셨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소화해 나가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민하 배우 (이하 김민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이런 어려운 감정을 제가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현장에서 감독님과 유재명 선배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를 읽으며 이 영화가 절대 잊혀서는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진행: 유재명 배우님께서는 어떠셨나요?

 

유재명 배우 (이하 유재명): 어느 날 옆에 계신 진청하 감독님께 연락을 받았고, 시나리오를 읽어본 이후에는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겹치는 일정이 있어 한 달 가량 촬영을 미루고 기간을 조율하면서 어렵게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어떤 이유가 있기 보다는, 솔직한 말씀으로 뭐라도 하고 싶은데 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일을 해야 하고, 거리로 나가기에도 제약이 있어 그저 분노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후에는 연기에 집중했습니다. 2년 전이지만 새록새록 기억이 많이 나네요.

 




진행: 촬영 당시가 2년 전인데 그때라면 세월호와 관련된 작품을 하신다는 것 자체가 사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적인 피해가 오실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혹시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망설여지거나 고민되는 지점은 없으셨나요?

 

유재명: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로 없었는데요, 오히려 요즘 조금 더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싶지만, 최근에 댓글 몇 개를 보았어요. 생각보다 심각한 댓글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댓글들을 보고 나서 잠시, 잠시 마음의 상처를 받기는 했는데요, 그 이후에는 괜찮아졌어요. 그 포털 사이트 관련 앱을 과감하게 지워버렸습니다,(웃음) 맛집도 검색하고 제 이름도 검색해보던 그 포털 사이트요. 사실 그 이후로 더욱 분명해진 것 같아요. 저의 성향이나 제가 가지고 나갈 방향에 대해서 중심을 잡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진행: 감독님들께 질문드립니다. 세월호 관련된 이야기이지만 실제 영화를 보면 광화문 광장이 등장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세월호 이야기가 나오지 않잖아요. 그 부분에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장준엽: 그 당시에 저희는 극영화를 기획하면서 그만하라는 말을 비롯해서 이와 비슷한 말을 하시는 분들께 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진실을 파헤치는 영화보다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고요. 누구나 소중한 사람을 가지고 있고 결국에는 상실을 겪을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측면에 조금 더 집중해서 곁에 있는 분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아요.

 




관객: 좋은 영화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월호라는 주제를 통해 영화를 만드셨는데, 개인적으로 표현에 있어 지나치게 절제하신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월호라는 사건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 기득권의 갈등과 모순이 집결되어있고 그것이 표출된 사건이라고 생각되는데, 그와 관련해서 직접적 부분들은 제외되고 관념적인 표현들이 앞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진청하 감독 (이하 진청하): 저는 예술이 표현할 수 있는 방식은 무수히 많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저는 세월호 이야기를 다룰 때 진실을 파헤치거나 한국 사회의 병폐를 드러내는 영화를 만들기에는 아직은 성급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아직 성찰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서 세월호라는 거대한 사건 안에서 한 남자의 미시적인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싶었고, 그 이야기로 보편적으로 한 인간이 갖게 되는 죄의식과 부채의식을 표현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제게도 말씀해주신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긴 하지만 단편영화라는 틀 안에서 거대한 진실이나 분노를 다루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절제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재명: 정확한 지적이신 것 같아요. 충분히 공감 가능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방금 감독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 영화는 선택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서 집중한 것 같아요. 저도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더 분명하게 표현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요. 하지만 극중 제가 맡은 상원이라는 남자의 선택이 비단 세월호 뿐만 아니라 어떤 사건에도 대비될 수 있는, 보편적인 사회의 현상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출연한 두 번째 이야기뿐 아니라 첫 번째, 세 번째 이야기 모두요. 대구 지하철 참사라든지, 성수대교 붕괴 사건이라든지, 그런 아픔을 모두 껴안을 수 있는 감정을 통해 소통하고자 하셨던 것 같습니다.

 


관객: 두번째 이야기에서 상원에게 주변 사람들이 계속 이겨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한 태도인데요. 저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상원에게 마음의 짐으로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원 역의 유재명 배우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유재명: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이 아주 섬세하고 다층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전개가 그것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주기보다는 의외로 단순하게 표현하고 있죠. 다층적인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데, 그보다는 진실된 감정이나 정서에 가장, 아니 어쩌면 유일하게 집중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것들을 담고 설득시키기보다는 삭제하고 덜어내면서 단순한 부분에 더욱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진청하: 그 질문에는 제가 조금 더 덧붙여 답변해드리고 싶은데요, 그런 마음의 짐이나 죄의식 혹은 부채의식 같은 것은 어쨌든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그것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담백하게 영화를 찍어주셔서 저는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작품에서 대사를 일부러 줄이셨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진청하: 제가 세팅한 상황과 캐릭터는 큰 트라우마 때문에 엄청난 감정적 고통을 많이 품고 있지만 그것을 억지로 누르고 티 내지 않으려고 하는 인물이었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대사도 없고, 감정도 참고 누르다가 후반부에 터져나오는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관객: 세 이야기 모두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두 번째 이야기가 가장 직접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제작을 하시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으셨을 거라 생각하는데, 유재명 배우님께 혹시 상원 역할을 준비하시면서 특별히 신경쓰거나 조심하셨던 부분이 있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유재명: 특별히 신경을 썼다기보다는 주어진 시나리오의 캐릭터에 집중하려고 했던 것 같고 다른 잡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이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댓글에서 정치적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많이 쓰시더라고요. 그런 댓글을 보면서 그 단어의 쓰임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영화는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제가 그런 경계심을 가지게 될까 더욱더 인물에 집중했던 것 같고, 인물의 심리나 상태만 염두에 두었습니다. 이후에 영화가 개봉한 이후에도 그런 표현을 쓰시길래 저도 제 스스로 이 영화가 정치적인 영화인가?’ 하고 반문해보았어요. 그 결과 저는 그렇지 않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말이 좀 길어질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꼭 드리고 싶어요.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을 할 때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벨트라는 말이 있는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이야기는 그렇다면 정치적인 영화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일이 왜 일어났고, 아직도 모든 진실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고, 그러나 개인은 거대권력에 의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부분에서는 정치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행: 사실 영화 속에서 김민하 배우님의 역할이 가장 평범하고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인물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하기 힘드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민하: 제가 맡아서가 아니라, 현정 역할이 너무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는 역할이고요. 그래서 어려움은 크게 없었고, 자연스럽게 몰입했던 것 같아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아픔과 힘듦을 최대한 깊게 이해하려고 가장 노력했던 것 같아요.

 




관객: 저는 영화를 보고 아픔을 겪은 분들을 보듬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 좋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참사에 직접적인 아픔을 겪으신 분들이 사건 이후에 영화에서처럼 평범한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은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연출하실 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장준엽: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 영화는 마지막에 한 발을 내딛으며 끝을 내는데요, 이처럼 희망을 보여주며 끝을 내고 싶었지만 사실상 아직도 진행 중인 사건이고 해결되지 않은 사건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아픔이 가시지 않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 희망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이 많았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전미선 배우님과 어떤 식으로 감정을 보여주면 좋을지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야기를 발전시켜나가며 진행했습니다.

 

진청하저도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인데, 극 중 상원이 아픔을 이겨내지는 못했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투쟁을 계속하는 상태라고 할까요? 그렇지만 그 정도의 희망은 주고 싶었어요. 물론 실제로 구조 작업에 참여하셨던 분들께서 그 무거운 짐을 모두 떨쳐내실 수는 없겠지만, 숭고한 일을 하신 분들게 작은 위로라도 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끝맺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신환 감독(이하 전신환): 저 같은 경우에는 영화를 만들면서 편집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편집 과정에서 자칫하면 희망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장면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많이 덜어내면서 작은 희망이나 작은 위로를 드리는 것에 더 집중하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요.

 





진행: 말씀하신 것처럼 이 영화는 마음을 전달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못다 한 말씀 있으시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준엽: 우선 영화 보러 와주시고 자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영화에 엄마가 댄스부였어?’ 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처럼 우리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 잘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 이 영화를 통해서 곁에 있는 분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신환: 아마 이 영화가 지금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중에 가장 작은 영화일 거예요. 그래도 저희는 정말 진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겪으신 분들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주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김민하: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 주변 사람들에게 오늘이 지나기 전에 꼭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유재명: 영화를 보신 각자의 감상은 고스란히 여러분들께 맡기겠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영화나 연극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인데, 영화를 보고 극장 밖으로 나가면 한동안은 공기의 냄새가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듯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나가시면 나와 다르지 않은, 나와 똑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을 거예요. 이 영화가 던져주는 의미는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같은 사람들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 하나만 가져가 주시면 저희는 너무 보람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청하: 이 영화를 보시면서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그러니까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욕심인 것 같고,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세월호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을 가져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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