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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Review] <봄이가도>: 남겨진 사람들에게

by indiespace_한솔 2018. 10. 1.

 




 <봄이가도>  한줄 관람평


김정은 | 잊지 못할잊지 않아야 할 사람들을 위하여

주창민 연신 드러난 상처에 연고대신 밴드만 덧붙인다

승문보 | 투박해도 손을 내미는 행동의 따뜻함

박마리솔 타인의 슬픔을 상상하고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영화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권정민 | 정치를 거두고 인간 대 인간으로. 고통을 봉합하는 마지막 시퀀스

윤영지 | 남겨진 사람들에게







 <봄이가도>  리뷰: 남겨진 사람들에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윤영지 님의 글입니다. 



소생의 계절이었던 봄은 언젠가부터 상실의 계절이 되었다. 영화 <봄이가도>는 여전히 지나가지 않고 있는 그 봄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는 세 명의 감독이 각각 연출한 세 편의 단편영화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모여 있지만, 사실상 <봄이가도>라는 한 편의 영화를 세 편으로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세부적인 상황은 모두 다르지만, 감정의 결은 모두 닿아있기 때문이다. <봄이가도>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이야기이며 상실 이후의 이야기다.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적지 않은 영화가 개봉했다. <다이빙 벨>(2014), <그날, 바다>(2018)를 비롯해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반성을 촉구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었고, 오멸 감독의 <눈꺼풀>(2016)처럼 상징과 은유로 우회하여 자신만의 애도를 전하는 영화도 있었다. 그리고 <봄이가도>가 개봉했다.

 

영화는 남겨진 사람들을 향한다. 여기서 남겨진 사람들은 우선 상실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일 것이다. 장준엽 감독이 연출한 첫 번째 이야기는 딸의 상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이고, 진청하 감독의 두 번째 이야기는 상실 앞에서 탄식조차 내뱉지 못하는 구조 대원의 이야기이다. 전신환 감독의 세 번째 이야기는 아내의 상실 앞에 비탄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다. 사실 세 이야기 모두 공통적으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직접적인 비유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는 곧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상실이라는 사건의 정확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관객은 보다 쉽게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혹은 의 이야기로 치환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러한 선택들로 인해서 인물들이나 그들의 대사, 표현 방식이 다소 관념적이고 얕게 다가온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영화가 상실 이후를 되짚는 방식에는 마음이 동한다. 개별적인 이야기들의 논리적 서사구조가 미흡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이 세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영화가 되고, 그것이 각자의 다른 이야기들을 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미처 인사하지 못해서, 미처 구하지 못해서, 미처 보내지 못해서 상실의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영화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상실 이후의 완벽한 복구가 가능하다고 헛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들은 오히려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남겨진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게 된다그렇다면 영화는 직접적인 상실을 겪고 남겨진 사람들에게만 보내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의 아픔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 또한 남겨진 사람들이다. 우리들 각자의 몫에 대해 생각해야 할 남겨진 사람들이다.

 




영화 <봄이가도>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많은 것들이 정리되고, 많은 것들이 잊히고, 많은 것들이 변했다. 변했다고 생각해왔다. 허나 영화에 꽤나 오랫동안 등장하던 광화문 광장과 거리의 인서트 샷들이 영화가 제작되었던 2년 전의 이미지인지, 현재의 시점에 찍힌 이미지인지 나는 구분할 수 없었다.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남겨진 우리들이 해야 하는 일은 그 풍광을 바꾸는 것에 대한 일들일 것이다. 벌써 4번의 봄이 갔거나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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