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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여성의 얼굴들 '썸머프라이드시네마2018' <단편: 마지막 첫사랑>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8. 8. 13.


 




여성의 얼굴들  썸머프라이드시네마 2018 <단편: 마지막 첫사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7월 28일(토) 오후 5시 상영 후

참석 한제이, 박인희 감독 | 배우 조윤정

진행 김영경 서울프라이드영화제 코디네이터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기 님의 글입니다.




이번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 2018'에서는 퀴어영화 중에서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상영되었다. 스크린에서 여성이 사라진 이 시대에 화면 가득 찬 여성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마지막 첫사랑' 섹션으로 구성된 5편의 단편영화들을 보면서 더 자유롭고 더 다양한 방식의 영화들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이런 단편들이 모여 불행한 이 시대의 영화를 바꿀 수 있으리라 믿는다.



 



김영경 코디네이터 (이하 진행):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독님과 배우분들 먼저 소개하고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제이 감독 (이하 한제이): 안녕하세요. <말할 수 없어> 연출한 한제이입니다.

 

조윤정 배우 (이하 조윤정): 안녕하세요. <말할 수 없어>에 출연한 배우 조윤정입니다.


박인희 감독 (이하 박인희): 안녕하세요. 저는 <어바웃 웨딩> 연출한 박인희입니다.

 


진행: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 혹은 이야기를 어디서 착안해서 만들게 되었는지 여쭤보겠습니다.


한제이: 작년에 대학원에 다니고 있을 때 단편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어떤 걸 만들까 하다가 동기 중에 비밀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오빠가 내 얘기 한 번 해보면 어때?’라고 해서 촬영하게 됐습니다.

 

박인희: 나이가 차면서 결혼한 친구들이 많아요. 연애도 많이 하고요. 사랑, 연애 그리고 잠자리까지, 그것들의 관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서 만든 영화입니다.

 

진행: 사회적으로 여성들에게는 결혼 적령기라고 강요되는 나이가 있어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에 이르는, 그 나이대의 혼란이 느껴지는 영화였어요.

 

박인희, 맞습니다. 저도 혼란스러워서 만들게 됐습니다.


진행: 마지막에 은호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회피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의 감정은 어땠을까요?


박인희회피라고 하면 회피일 수도 있는데, 저 스스로 아직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못 찾아서 그렇게 됐던 것 같아요. 그 당시의 결론이라고 생각하고 찍었습니다.

 




진행: <말할 수 없어> 술자리의 모습이나 비밀 연애를 하고 있는 커플의 모습 같은 것들이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어요. 저도 겪었던 일 같고요. 채연과 엮어달라고 하는 선배는 우리 주변에 보이는 남성의 모습이 많이 투영이 되어있는 것 같더라고요. 캐릭터들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궁금합니다.

 

한제이: 말씀하신 그대로 집적거리는 선배들은 저희 주변에 많이 보이는 사람이니까 큰 장애물로 배치를 했어요. 그 반대쪽에 페미니스트 남자 한 명, 또 거기에 눈치 없이 끼어드는 선배까지 구성을 했습니다.

 

진행: 눈치 없이 끼어드는 선배가 가장 큰 장애물인 집적거리는 남자 선배를 방관하게 만드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조윤정 배우는 이 작품에 어떻게 출연하게 되었나요?


조윤정: SNS 활동을 막 시작했을 때였는데 감독님이 우연히 보고 연락을 주셨어요. 그 당시에 제가 캐릭터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선택하지 않으셨나 생각합니다.

 

한제이: 두 주연배우의 케미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두 배우 모두 SNS에서 보고 사진으로 매치를 해봤어요. 이후에 영상 포트폴리오를 요청해서 보고 캐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조윤정: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쉽게 읽혔어요. 사실 흔하고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가 다시 보니 이게 뻔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어딘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퀴어영화라고 하면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거나 마이너한 이야기들이 많았는데 그렇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인물들이 놓여있어서 더 재미있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아요.

 

진행: 얼마 전에 한국퀴어영화제에서 상영된 <스피노자의 편지>라는 작품에도 출연을 하셨더라고요. 그건 <말할 수 없어>를 찍고 난 이후에 촬영을 한 작품이잖아요. 웃긴 질문이지만, 퀴어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갇혀버릴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봤거든요. 조윤정 배우님 같은 경우는 어떻게 생각을 하셨나요?

 

조윤정: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사실 어떤 역할을 하든 배우들은 비슷할 것 같아요. 제가 퀴어영화를 많이 해서 그런 배우로서의 매력을 봐주신다면 그게 하나의 매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두렵지는 않아요요즘은 관객들도, 배우들도 모두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진행: 두 영화를 보면 사회적으로 강요당하는 여성의 모습들이 곳곳에 많이 녹아있는 느낌이 들어요. <말할 수 없어> 같은 경우 우리 과에서 유일한 여자라는 대사가 나오잖아요. 그 여자라고 하는 것이 외모적으로 머리가 길고 잘 꾸미고 예쁘게 생긴 걸 의미하고요. 또 지선에게는 머리를 기르면 더 예쁘고 인기 많을 텐데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있고요. <어바웃 웨딩>에서는 여자가 화장도 못한다는 대사가 나오죠.


한제이대한민국에서 사는 여자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라고 생각을 해서 자연스럽게 시나리오에 쓰게 된 것 같아요.

 

박인희딱히 의식을 가지고 쓴 시나리오는 아닌데 아무래도 한국에 사는 여성이다 보니까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진행: <어바웃 웨딩>을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어요. 은호와 예진을 보면서 진짜 친구인가?’하는 생각도 했고요. 상대방의 애인에 대한 스펙만 보고 친구의 결정이 옳은 줄 알았는데 나중에 둘 사이 갈등이 생기잖아요. 과거에 갈등이 있었던 것도 같고요. 은호와 예진의 관계는 어떤 건가요?


박인희영화 속의 표면적인 사이로는 아주 오래된 친구죠. 엄마도 알고 남자친구도 서로 다 아는 그런 친구이긴 한데, 내면적으로는 사실 제가 생각했을 때 스스로 어떤 자조나 혐오가 있었던 것 같아요. 보시다시피 질투 같은 것들에 의해서 둘의 관계가 틀어지잖아요. 사랑은 하는데 결혼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하고 계산하게 되는 것에 대한 제 스스로의 탐구가 있어서 서로의 관계를 그렇게 조금 비틀었던 것 같아요.

 

진행: 예진과 은호 모두에게 감독님의 성향이나 생각이 조금씩 들어가 있는 건가요?

 

박인희저도 어느 한쪽으로 저를 정의할 수 없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캐릭터를 이용해서 저의 내면에 있는 것들을 나누게 된 것 같아요. 정답은 모르겠어서 그렇게 됐던 것 같습니다.

 

진행: 게이 커플은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박인희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의심으로 시작했어요. ‘사회 제도 안에서 어떻게 사랑을 완성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도 해봤고요. 장치의 하나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랑을 넣었어요. ‘그럼 그들의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것 까지 가다 보니까 퀴어적인 요소를 가져왔습니다.

 

진행: 연애를 하면 보통 결혼을 한다고 생각을 하고, 또 사랑이 사회제도적으로 인정받는 게 결혼이잖아요. ‘그럼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닌가?’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관객: <말할 수 없어>에서 두 주인공이 나중에 어떻게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한제이: 오히려 질문하신 분께 여쭤보고 싶은데,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왔을 것 같나요?

 

관객: 평범한 퀴어로서 생각하자면 그냥 평범하게 헤어졌을 것 같습니다.

 

한제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웃음) 둘이 가치관이 다르잖아요. 계속 저런 문제로 싸우고 지치다가 헤어질 것 같아요.

 

 

관객: <어바웃 웨딩>을 작년에 영화제에서 한 번 보고 이번에 다시 보려고 왔어요. 작년에는 보면서 너무 재밌게 만들었다는 생각만 했는데 오늘 보니까 30대 여성이 갖는 고민 같은 것들이 잘 보이더라고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코미디로 풀어낼 생각을 헀는지 궁금합니다.


박인희코미디 장르를 좋아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자기혐오나 자조가 섞인 그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캐릭터들을 약간 우스꽝스럽게 표현을 했어요. 이 영화가 사랑에 대한 의심, 우리 사회에서 사랑의 완성은 무엇일까?’하는 의심으로 시작을 했고요. 저는 사랑이 참 아름다웠으면 하는 사람 중에 하나거든요. 연애하는 것도 너무 좋고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사랑하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자조를 블랙코미디 식으로 연출하고자 했어요. 최대한 웃기고 싶었는데 힘들더라고요.

 

진행: 박춘배가 너무 웃겼어요.

 

박인희사실 이 포인트를 잘 못 보시는 분들이 훨씬 많아요. ‘박춘배? 앞에 라이언이 박춘배라고?’ 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은 제가 웃기려고 한 포인트들이거든요. 다들 잘 못 찾으시는데 감사합니다.

 

진행: 눈썹 그려지는 것도 재밌었거든요.

 

박인희그것도 제가 웃기고 싶어서 했던 건데 웃기고 싶어서 하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제 영화 보면서 저는 늘 반성을 하거든요. 웃기려고 한 게 티가 너무 많이 나니까. 안 웃기다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해요. 관객분들이 부분부분 잘 찾아주시면 깜짝깜짝 놀라요.


 



관객: <말할 수 없어>의 배우님은 어떤 장면이 가장 마음에 남는지 궁금합니다. <어바웃 웨딩>을 보면서 저렇게 즐거운 영화를 찍을 때는 뭔가 에피소드도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촬영장에서의 비하인드 같은 게 있는지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조윤정: 촬영을 하면서 싸우는, 심각한 장면은 저에게도 즐겁지는 않아요. 꽁냥꽁냥하는 것들이 재밌고 행복하죠. 마지막 플래시백 장면이 촬영하면서도 재밌었고 짧지만 기억에 남아요. 그 장면은 감독님이 상황만 주시고 촬영은 애드리브으로 흘러갔어요. 채연이로 나왔던 배우가 뽀뽀를 갑자기 하는데 너무 대충하더라고요. 뽀뽀받고 종쳤으니 가라고 했는데 너무 아쉬워서 제가 한 번 더 했죠. 그렇게 마무리를 지었던 기억이 있어요. 저도 설렜고 재밌었어요.

 

진행: 가다가 돌아와서는 할 거면 똑바로 해라고 하잖아요. 그때 저도 설레는 거예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지 싶고요. 애드리브였다니,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박인희저도 그 장면이 제일 인상 깊었거든요. '심쿵'했어요. 근데 애드리브라니 정말 리얼하네요. 저는 사실 촬영장이 그렇게 쉽지는 않았어요. 재밌는 영화를 찍는다고 해도 현장이 웃기기가 굉장히 힘들기도 하고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고 하면 마지막 장면인 것 같아요. 그게 원테이크거든요. 쉽지 않았어요. 테이크를 거의 30번 정도 갔던 것 같아요. 스태프들이 굉장히 고생했던 순간이에요. 관객 분들은 보시면서 쌉쌀하게 웃고 그러시는데 저는 오케이컷이 보이던 그 순간의 제 심정이 투영이 되더라고요. 제가 둘에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서 뭉클하고 씁쓸했던 감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진행: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세 분 모두에게 '썸머 프라이드 시네마'에서 영화를 상영한 소감 부탁드리겠습니다. 계획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홍보 기회 드리겠습니다.

 

박인희다른 것보다 제 영화를 상영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영화가 관객분들을 많이 못 만났어요. 여기도 너무 애틋한 마음으로 왔습니다. 상영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앞으로 영화를 찍고 싶은데 그건 너무 먼 이야기인 것 같아요. 더위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한제이: 상영해주셔서 감사하고 오랜만에 보니까 또 영화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장편 시나리오를 3고까지 써놓은 게 있는데 그것도 퀴어고 가족드라마예요. 제작지원을 받는다면 내년에 찍을 예정입니다.

 

조윤정: 사실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열심히 연기 공부도 하고 준비하면서 작품 기다리고 있고요, 머리도 기르고 있어요. 또 관객분들 만날 수 있는 작품을 찍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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