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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연대로서 함께 고통에 마주하다 <공동정범> 인디토크 기록

by indiespace_한솔 2018. 2. 22.



연대로서 함께 고통에 마주하다  <공동정범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2월 4일 오후 3시 상영 후

참석 김일란 감독

진행 홍성수 교수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대한 님의 글입니다. 





2009120일 용산구 남일당 건물에서 5명이 거친 화염에 희생되었고 국민들은 분노하였. 국민들의 분노 속에 세상은 큰 변화를 맞이할 것 같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 용산참사는 잊혀져 간다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공동정범>을 통해 우리의 기억 속에 희미해진 용산참사의 아픔을 마주본다. <공동정범>은 그날 참사로부터 살아남은 당사자들의 출소 후 이야기를 추적한다무거운 공기 속에 <공동정범>의 상영이 끝나고, 김일란 감독과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홍성수: 영화가 개봉한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요, 언론에서 호평이 많기도 했고 보도가 정말 많이 되었어요. 감회가 어떤가요?

 

김일란: 언론에서 용산참사와 <공동정범>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요, 제 입으로 이야기하기는 부끄럽지만 많은 평론가 분들께서 호평을 해주셨어요. 그에 비해서 관객 수가 너무 적지 않나 생각이 들면서 조금 아쉽습니다.(웃음큰 흥행은 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 분들이 반복적으로 보면서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신 분들도 그런 분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홍성수: <공동정범> 이야기를 하려면 <두 개의 문>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2009년에 용산참사가 있었고 <두개의 문>2012년에 개봉했어요. <공동정범>은 언제부터 촬영을 시작했나요?

 

김일란: 2013년 말에 용산 철거민 분들이 출소하셨을 때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2016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했어요. 제작 기간은 한 4년 정도인 것 같아요.

 

홍성수: <두 개의 문>이 끝나자마자 바로 기획을 한 건가요?

 

김일란: 일단 기간 상으로는 그런 것 같아요. <두 개의 문>이 흥행을 하면서 감독으로서나 활동가로서 영광스러운 결과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에 비해 현실은 많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에 허탈했던 시점이 있었어요. 그때 우연히 유가족 한 분과 호주에 <두 개의 문>이 초청을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틀고, 저는 앞에서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으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유가족 분은 뒤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계신 거에요. '유가족'이라서 남들한테 잘 보이고 싶고 흠 잡히고 싶지 않아서요그 모습을 보면서 피해자로만 존재해야 하는 유가족의 삶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고 이런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결국 이 사건이 <공동정범>을 제작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홍성수: <공동정범>은 철거민의 갈등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는데요, 주위 분들이 이 점에 많이 반대를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선을 택한 이유는 무엇인지요?

 

김일란: 철거민들의 갈등을 작정하고 드러내겠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용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목적으로 접근했고 당시 철거민 분들이 출소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막상 철거민 분들을 만났는데 이 분들의 관계가 좋지 않더라고요이들의 갈등이 공동정범이라는 기소 상황이 있었기에 발생했다고 느꼈고 국가 폭력으로 인해 이들의 갈등이 발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홍성수: 오늘 <공동정범>을 두 번째 보면서 촬영 분량이 엄청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감독님이 분명 엄청나게 심혈을 기울인 부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소개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일란이충연 씨를 묘사하는 부분에 가장 큰 심혈을 기울였던 것 같아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충연 씨를 볼 때마다 저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만 같았어요.(웃음다른 분들은 솔직하게 모든 걸 이야기 해주시는 것 같은데, 충연 씨는 솔직하지 않은 느낌이 들었어요. 항상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람에 대한 의문이 들었어요. 근데 어떤 시점부터 충연 씨가 강하게 부정하고 방어하는 모습 속에 무언가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비슷한 감정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부터 받았던 것 같아요. 이 사람들이 원인 모를 거대한 비극을 겪고 있을 때, 이 비극을 버텨내기 위해 정말 사소한 이유라도 꺼내어 자신을 탓하더라고요. 이를 계기로 충연 씨의 강한 부정과 방어벽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좋아서 웃는 게 아니고 감추려고 웃는 것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그렇게 충연 씨를 이해하는 데 2년 정도 걸리고 마음을 여는 데 3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1차 집담회를 하고 인터뷰를 할 때 충연 씨와의 갈등이 정말 심했어요. 얘기 도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충연 씨가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데, 들어보니 그날의 일을 다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더라고요. 그 날 충연 씨가 제일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홍성수: 처음 볼 때는 이충연 씨가 정말 나쁜 사람으로 보여서 조금 걱정을 했어요.(웃음) 그리고 보다 보니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만든 원인은 더 멀리 다른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객: <공동정범>을 진행하는 주된 포맷 중 하나가 인터뷰라고 생각하는데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감독님이나 스태프 분들이 감정적 동화가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아픈 기억에 동화되면서 굉장히 괴로우셨을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이겨내셨는지요.

 

김일란: 일단 저의 경우에는 잘 동화되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인터뷰 할 때 다른 방식으로 여러 번 질문을 합니다. 제가 사건의 당사자들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순간 당사자들이 하는 인터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똑같은 내용의 질문을 공격적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시간의 순서를 뒤집어 물어보기도 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연대 참가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스스로 잘 설명하도록 진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관객: 감독님께서 작년에 암 투병을 하며 크게 아팠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공동정범>4년에 걸쳐 제작하는 동안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좋은 작품을 만드셨지만, 흥행이 조금 아쉽고 감독님의 건강이 걱정이 되기도 해요. 앞으로는 스스로를 어떻게 돌보면서 어떤 작업을 이어갈지 궁금합니다.

 

김일란: 작년에 조금 큰 수술을 받았는데, 저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416미디어연대 활동을 하신 박종필 감독님도 작년에 암으로 돌아가셨거든요. 병을 겪으면서 개인의 탓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사회적인 것으로부터 건강에 영향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공동정범>을 찍으며 용산참사를 계속 마주하는 것도 그렇지, 박종필 감독님은 세월호 참사 현장에 가고 거리의 노숙인과 생활하고 강정마을 등의 소식을 들으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와 고민으로부터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홍성수: 이제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는데요, 마지막으로 관객 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일란추운 겨울 이렇게 많은 분들이 극장에 찾아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저는 오늘 여기 오신 관객 분들이 타인의 고통에 함께 마주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타인의 고통을 보여주는 영화를 본다는 것은 엄청난 각오를 필요로 하는 일이에요관객 분들이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이 유가족 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고 한 분 한 분이 극장에 찾아주실 때마다 유가족 분들에게 엄청난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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