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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이 반도 위에서 춤을 춘다! <반도에 살어리랏다> 이용선 감독 인터뷰

by indiespace_한솔 2018. 1. 30.

이 반도 위에서 춤을 춘다!

 <반도에 살어리랏다> 이용선 감독 인터뷰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정교수가 될 것이냐, 연기를 할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인 남자가 있다. 두 가지 선택지는 기회를 가장한 채 그에게 다가왔지만, 점점 포승줄처럼 그를 옭아맨다.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 놓인 남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안 그래도 잔뜩 찌푸려져 있던 미간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 일그러진다. 그리고 반도에서의 삶은 절실한 그를 더 큰 곤경에 처하게 만든다.

 

개봉이 바짝 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반도에 살어리랏다>를 만든 이용선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추운 날씨와 상반되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Q. <반도에 살어리랏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아울러 작품이 제3회 코펜하겐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받았다는 소식도 들었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01.23 인터뷰 진행)

 

A. 너무 과분한 영광이에요. 전부 제 예상보다 훨씬 좋은 성과들이거든요. 축하를 받고 나면 항상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있는데요, 사실 감이 하나도 없어요. 그런 걸 했다는 현실감각이 없어요.(웃음) 아마 정신을 차리려면 꽤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굉장히 감사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야겠단 생각이에요.

 

 

Q. 우선 <반도에 살어리랏다>를 연출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보고 싶어요.

 

A. <화장실콩쿨>(2015)로 스타일을 바꾸게 되었고 인디애니페스트에서 굉장히 좋은 성과가 있었어요. 자신감이 많이 생겨서 앞으로도 이 스타일대로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야기 면에서는 많이 달라졌지만, 일단 이 작품은 <화장실콩쿨>의 연장선상에서 출발했어요. 30분 내외의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제 스스로에게는 가치가 있지만, 사실 영화제에서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확실하게 장편 혹은 단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것 같아요. 장편을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장편으로 넘어가게 됐어요.

 

 

Q. 주인공 오준구와 그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어떻게 구상된 것인가요?

 

A.준구40대 중반의 아저씨에요. 일단 제가 40대 중반의 아저씨를 좋아하기도 해요. 실제로 많이 보고 들어서 그런지 시나리오를 쓸 때도 아저씨 캐릭터를 설정하면 조금 더 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반도에 살어리랏다>를 만들 때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빨리 기획 콘셉트의 결과물이 나와야 안심할 수 있던 상황이어서 더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했어요. 그것이 제가 하고 싶었던 것과도 많이 겹치긴 했지만요. 그리고 <화장실콩쿨>의 영향도 커요. <반도에 살어리랏다>의 경우 심슨 가족을 모티프로 가족 구성원을 만들었어요. 똑같진 않지만요. 절반은 심슨 가족을 바탕으로 만들었다면 나머지 절반 정도는 <화장실콩쿨>을 업그레이드 시켜 표현한 게 아닐까 싶어요.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잘 쓸 수 있는 분야를 빨리 해보자는 생각이 컸어요.


 




 

Q. 영화를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제목이었어요. ‘반도에 살어리랏다’, 예사롭지 않은 제목이란 생각이 들어요.

 

A. 제가 제목을 잘 못 지어요.(웃음) 끝까지 고민한 부분입니다. 여러 명이 같이 지은 거예요. 선택을 제가 했지만요. 일단 제목으로 웃기고 싶었어요. 복잡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2어절 안에서 제목을 지으려고 해요. 많은 영화들이 지니고 있는 특징이기도 한 것 같아요. 제목을 지으려고 조사해보았는데요, 요즘은 한 단어로 많이들 표현하더라고요. 더 강렬하게 남는 것 같아서 저도 한 단어 아니면 두 단어로 표현하려 했어요. 그런데 작품 자체가 손에 딱 잡히는 특정한 것을 주제나 소재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삶을 다루는 제목에 가까우면 좋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헬조선이라는 단어에 사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어요. 그런 감성이 작품에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고요. 그런데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비슷한 감성을 뽑아낼 수 있는 단어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때 반도’, ‘대륙’, ‘열도와 같은 용어들이 한창 유행이었어요. 그런 유행어를 모르는 사람들은 한국이니까 반도라 지은 거구나라 생각할 수 있고, 유행어를 아는 사람들은 웃을 수 있고. 이런 생각을 통해 반도라는 단어를 정한 다음 ‘이곳에서 살아나간다, 살고 싶다는 식의 단어들을 쭉 붙여보았어요. 반도라는 풍자적인 단어가 고전적인 살어리랏다란 단어와 붙으면 작품 전체의 콘셉트처럼 코미디적이고 풍자적인 요소가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두 단어를 붙이게 되었어요

 

 

Q. 물망에 올랐던 다른 제목들도 궁금해지네요.

 

A.아메리칸 드림에서 따온 코리안 드림이란 제목이 있었고요.(웃음) 무대에 있으니까 커튼콜이라는 제목도 있었어요. 그런데 동일한 제목의 영화도 있고 비슷한 게 굉장히 많더라고요. 그 외에 다른 제목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Q. 포스터도 인상적이에요. <라라랜드>(2016)의 패러디잖아요. 정식개봉 이전 포스터는 조금 더 한국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포스터의 변천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A. 준구가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것을 비주얼적으로 세게 표현하기 위해 연기 이상으로 춤까지 갔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어요. 춤까지 갔으면 한풀이 춤을 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런 콘셉트로 만들었어요. 마케팅사로부터 <라라랜드>란 아이디어가 나왔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풍자적인 개그코드를 넣은 패러디가 이 영화와 어울리는 부분들도 있고요


 

 




Q.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어요. 애니메이션은 직접 그림을 그린다는 특징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 대한 호기심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A. 기획은 똑같아요. 기획 단계에서 콘셉트와 관련된 것들을 다 그려놓아야 한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죠. 애니메이팅 릴은 요새 영화 쪽에서도 많이 만들어요. 저는 애니메이팅 릴을 굉장히 중요시해요. 그것을 만들고 프로덕션에서 그 릴을 기준 삼아 작화를 하게 돼요. 작화가 끝나면 채색을 하게 되고요. 그리고 작화와 동시에 배경 작업을 시작해요. 채색이 끝나면 완성된 배경 작업과 합성하죠. 크게 프리 프로덕션까진 영화와 똑같다 볼 수도 있는데요,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는 다 달라지는 거죠. 우리는 그림으로 그리는 거고 영화는 연기와 촬영을 하는 거고요. 최근에는 전체적인 작업들이 상당부분 디지털화 되었어요. 저 같은 경우엔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부분이 아예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를 사용해요. 시나리오도 컴퓨터로 쓰고 스토리보드도 컴퓨터로 그리고.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과정에 적은 예산이 들고 간결해지고 빨라지면서도 퀄리티가 올라가요. 간단하게 예를 들어보자면 수작업으로 작화한 것을 확인하기 위해선 3~5분 정도 걸려요. 그런데 디지털로 하면 2~3초 정도가 소요돼요. 수정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지고 수정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죠. 움직임에 대한 디테일을 잡아내는 것도 훨씬 좋아져요. 부족한 부분을 쉽게 포착해서 채울 수 있는 것이죠. 또 소리를 들으면서 작화를 하는 게 가능해요. 대사나 가녹음된 것들을 들으면서 작화를 할 수 있는 거죠. <반도에 살어리랏다>는 싱크가 조금 맞지 않는데요, 그것은 가녹음과 후시녹음을 다른 사람이 해서 그런 거예요. 결과적으로 돈이 없어서 그런 거죠.(웃음)

 

 

Q. 저예산 독립영화이기 때문에 과정에 있어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아요.

 

A. 돈이 많다면 애니메이팅 릴 단계에서 굉장히 여러 과정을 거칠 수 있어요. 그렇게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가 픽사(PIXAR). 온갖 시도들을 다 해보는 거예요. 테스트란 테스트는 다 해보니까 움직임이나 컷의 자연스러움이 압도적일 수밖에 없어요. 제가 진행하는 제작과정의 특징은 수정을 안 한다는 거예요. 돈이 없어서.(웃음) 캐릭터 연습도 안 해요. 캐릭터를 콘셉트로 그려놓고 그것을 한 사람씩 맡겨요. 그리고 캐릭터를 맡은 사람에게 적당히 손에 맞게 변형시켜도 상관없다고 알려주고 최대한 변하지 않아야 되지만 과정에서 조금씩 캐릭터가 변해도 된다고 말해줘요. 처음부터 순서대로 그릴 것이니까요. 그러면 조금씩 변하니까 처음과 끝이 좀 달라도 보는 사람이 변화를 잘 눈치 못 채요.(웃음) 좋은 건 아닌데, 빠르게 만들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죠. 저는 무조건 순서대로 그려요. 궁여지책 같은 거죠.

 

 

Q. 캐릭터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해볼 수 없어요. 캐릭터들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다가도 그들이 한없이 얄미워질 때가 있어요. 등장하는 많은 캐릭터들이 얄궂고 밉살스러운 면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런 캐릭터 설정을 한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A. 제가 좋아하는 장르는 드라마에요. 드라마에서도 좀 더 현실적인 것들을 좋아해요. 캐릭터들이 다양한 면모를 가질수록 작품이 좀 더 현실성을 띠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정해져 있는 어떤 캐릭터가 아닌, 틀 밖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캐릭터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 면에서 제 작품의 특수성이라면 특수성이랄 것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주인공을 응원할 수 없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런 면모를 가진 주인공이 제 작품에 차별성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떻게 보면 관객 분들이 원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 그런 모습을 가지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제 작품 속 캐릭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비슷한 고민들로 인해 힘든 상황에 빠지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해요. 마냥 감추기보단 준구의 처지를 보며 다시 한 번 나를 돌이켜볼 수 있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제가 추구하는 재미란 굉장히 현실적인 재미에요. 이번 작품에는 그런 면이 꽤 많아요. 그리고 드라마란 장르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속성이 현실 공감이기 때문에 캐릭터가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행복한 상황으로만 문제를 푼다면 일정 틀에 갇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영화에서는 교수 사회의 부조리함이 드러나기도 하는데요, 어쩌면 현실이 영화보다 한 층 더 부조리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이런 부조리함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극중 교수 사회는 어떤 기반을 통해 그렸나요?

 

A. 제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요.(웃음) 영화 속에 나오는 것처럼 회식자리에서 교수직이 정해지는 건 사실 너무 튈만한 일이에요. 하지만 내정자가 있다던가, 형식적인 면접을 한다던가, 누군가의 아들이 특례입학을 했다던가 하는 일들은 정치 기사만 봐도 비일비재하잖아요. 그런 연줄관계나 비리들을 교수 사회라는 것에 대입해 상징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누구도 재촉하진 않았지만, 기회가 완전히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에 작업을 빨리빨리 진행한 부분들이 있어요. 급한 상황에서 다른 분야를 조사하기 보단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 분야를 준구의 직업으로 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안에 주변의 사회적 문제들을 넣는 거죠. 교수 사회가 드러나는 장면들은 연출이 오버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표현하고자 한 권력관계와 그 부조리함은 충분히 드러날 것이라 생각했어요. 관객 분들도 충분히 받아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표현하게 된 거죠.

 

 

Q. 작품의 후반부에 가면 해학이 폭발하는 듯한 연출이 돋보여요. 춤을 추는 준구를 조롱하는 실사 손가락의 움직임이 해학을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연출이 나온 과정이 궁금해요.

 

A. 맨 처음 시나리오에는 그 춤 장면이 없었어요. 제목을 지을 즈음 들어간 장면이에요. 이야기나 연출을 통해 극이 진행되는 동안 재미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보고 난 후의 여운과 작품 내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야 관객들에게 충족과 해소를 주고 완성도가 생긴다는 걸 깨달았어요. 불현듯!(웃음) 뭔지는 모르겠는데, 작품 자체에 뭔가 부족함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주인공의 욕망 때문인가 생각을 했고 욕망의 표현이 연기 정도론 약한 것 같았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생각하다 보니 춤이라도 춰봐?라는 답이 나온 거죠. 음악도 사실 마찬가지인데요, 춤은 현실이면서도 예술이에요. 판타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면 감성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겨요. 뮤지컬 영화에서 노래를 부르면 일반적인 연기를 했을 때와 다른 특정한 감성이 충족이 되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일단 춤을 넣기로 했죠. 처음에는 그냥 단순한 생각으로 한풀이 춤을 추려고 했어요. 그런데 작화로 그것을 때우기엔 양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 그리는데도 시간과 역량에 한계가 있겠다 싶어서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했고 그 씬의 일부분은 제 동생에게 맡겼어요. 프랑스에서 순수미술을 하고 있는 동생이 아이디어를 냈고 이야기에 맞춰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손가락을 실사로 찍은 다음에 결과물을 보는데 작화와 느낌이 굉장히 다르고 새로워서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Q. 아무래도 직접 작화를 했으니 모든 장면에 애착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준구가 회식장소에서 상을 엎는 장면이 있어요. 어렵겠다, 잘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 장면을 그렸어요. 잘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씬 자체에 통쾌한 게 있는 것 같아요. 뭔가 잘못된 것 같아서 깽판을 치고 싶어도 보통은 상상으로만 끝나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실제로 심각하게 일을 벌이니까 조금 통쾌한 면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연출적인 면을 떠나서 사실 그 때부터 준구의 얼굴이 자리 잡히기 시작하기도 해요.(웃음) 그 전까지는 준구의 머리가 동그랬다가 납작했다가 왔다갔다하는데, 그 부분부터는 아 이런 느낌으로 그리면 되겠다!’하고 감이 왔어요. 그래도 표정을 명확하고 심플하게 작업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눈치 채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웃음)

 

 

Q. 마지막으로 <반도에 살어리랏다>를 보러 올 관객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며칠 전에 <코코>를 봤어요.(잠시 정적) 잘 만들었더라고요.(웃음) 사실 이런저런 부탁을 하고 싶진 않은 마음이에요. 그냥 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욕할 게 있으면 해주시고요, 잘한 게 있다면 칭찬해주세요. 보는 대로 느끼고 이야기해주시면 저야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코코><반도에 살어리랏다>를 완전히 현실적인 의미에서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할 순 없을 거예요.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적인 부분들을 감안하고 보시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실에 대한 고민이 들 때 한 번쯤 봐주신다면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의미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준구는 춤을 춘다. 아무 것도 보지 않겠다는 듯 눈을 질끈 감고 땀을 뻘뻘 흘리며. 무엇인가에 절을 하듯 움직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뿌리치겠다는 듯 팔을 내젓기도 한다. 그 위로 등장하는 손은 준구에게 삿대질을 하고 그를 쥐어 잡아 흔들려 한다. 때로 반도에서의 삶은 그런 손의 움직임을 닮았다. 좀처럼 사람을 풀어주지 않고 있는 힘껏 옭아매고 조롱하려 든다. 어쩌면 춤을 추는 것은 그런 반도 위에서 버틸 수 있는 탁월한 방법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오늘도 이 반도 어디에선가 또 다른 준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춤을 추고 있을 지도 모른다. 우스운 몸짓으로 고통을 애써 삼키려는 듯, 벗어날 수 없지만 이곳에서 벗어나려는 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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