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찬란히 그늘진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 <그림자들의 섬>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9일(일) 오후 4 상영 후

참석 김정근 감독, 은수미 전 의원

진행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배를 띄우며 죽은 동료를 보내는 마음으로 인사를 한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현장에서 평범한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했고, 또 무엇을 바꿨는지, 영화는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획전 '촛불영화: 블랙리스트 영화사, 시네마달 파이팅 상영회'에서 <그림자들의 섬>을 만날 수 있었다. 김정근 감독과 은수미 전 의원, 그리고 진행으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 함께 했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이하 김덕진): 우선 기획전을 마련해준 인디스페이스에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이야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정근 감독님과 은수미 전 국회의원님 모시겠습니다. 


김정근 감독(이하 김정근): <그림자들의 섬> 만든 김정근입니다. 반갑습니다.


은수미 전 의원(이하 은수미): 은수미입니다. 반갑습니다. 


김덕진: 요즘 두 분 어떻게 지내나요? 은수미 의원님은 굉장히 오랜만에 뵙는 것 같아요. 


은수미: 저는 광장에 가서 김덕진 사무국장님을 자주 뵙죠. 사회 보시잖아요.(웃음) 멀리서 자주 뵙고 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낙선하고 뭐하고 사냐는 질문인데요, 전국적으로 강의를 많이 다니고 있어요. 


김덕진: 감독님은 2016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지 않았나요? 많은 찬사도 받았고요. 어떻게 지내세요?


김정근: 부산에서 촛불들을 기록하고 있고, 차기작이 지하철 관련 작품이어서 지하철 노조의 해고나 징계 상황을 촬영 중에 있습니다.


김덕진: 계속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군요.


은수미: 저도 질문해도 될까요?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게 힘든 일인데, 계속 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정근: 원래 배나 철도 같은 기계에 관심이 있어요. 또 거대하고 경이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게 작은 사람이라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기계와 사람의 대결구도, 이런 관계가 재미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노동자에 관한 이야기를 찍을 것 같아요.


김덕진: 한진중공업이 현재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심을 받기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많은 찬사를 받은 이유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은수미 의원님은 영화 어떻게 보셨나요?


은수미: 처음 보고 너무 많이 울어서 다시는 안 봐야지 했어요. 여러분들도 많이 우신 것 같은데.(웃음) 조선업 노동자 20만 명 중 13만 명이 하청업체 노동자고, 대다수가 최근 대량해고 대상자잖아요.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기도 했고, 또 조선소에서 해고된 청년이 생활고 때문에 막걸리를 훔쳤다고 기사도 났죠. 그 아픔과 절망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 영화를 두 번은 안 봐야지 했는데, 막상 보니 잘 봤다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을 꿈 꿀 권리가 있으니까요. 또 울기는 했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김덕진: 영화에서 진심이 느껴져 집중해서 봤습니다. 흥미로웠던 장면은 노동조합 위원장 취임식 장면입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아니고 지회장 취임식을 저렇게 크게 하나 싶었어요. 요즘도 그러나요?


김정근: 전국금속노동조합 단위가 워낙 커요. 당시 공장에 거의 3,000명 정도 있었고 그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일종의 대장이어서 좀 성대하게 보여주고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은 복수노조 상태고 조합원이 줄어 200명이 안 되는 상황이어서 크게 하지는 않습니다.


김덕진: 영화에 예전의 기록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입수를 했나요?


김정근: 미디어 활동가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당시 노조가 힘이 있는 시기여서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한진중공업 노조가 기록을 워낙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이라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다큐멘터리 촬영하는 분에게 기록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제가 그걸 입수해서 재구성을 한 거예요. 그 기록들이 영화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김덕진: 많은 자료를 봤을 테고 직접 찍은 것도 많았을 텐데, 이 영화는 100분을 넘지 않는다는 미덕이 있죠. 딱 98분으로 마치는 미덕.(웃음) 그렇다는 건 찍은 장면들을 굉장히 많이 들어냈다는 거잖아요. 그게 쉽지 않은 건데, 대단한 것 같아요.


김정근: 제가 이 영화를 5년을 찍었고 한진 민주노조는 30년의 역사가 있어요. 이 영화는 쌓인 두께나 깊이보다는 너비가 중요한 영화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대로 현장을 다룬 장면을 덜어내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는데, 다시 보니 좋은 선택이었다고 느껴지네요.


김덕진: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정말 좋은 다큐멘터리가 나왔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상영은 블랙리스트로부터 시작된 것인데, 감독님은 혹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나요?


김정근: 리스트에 제가 없어서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가시방석입니다.(웃음) 그리고 블랙리스트 사안에 대해서 몇몇 분들은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얘기하는데, 사실 저는 별로 놀라지도, 충격 받지도 않았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보통 제작 지원을 받는데, 잘 되지 않는 사례를 계속 겪다보면 은연중에 알게 돼요. 논리적으로 이해한다기보다는, 짐작컨대 그런 게 있구나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놀랍지도 않았어요. 오히려 진짜 무서웠던 건 그게 내면화되면서 자체검열을 하게 되는 거예요. 외부 지원을 생각하면서 영화 내 사회적인 발언을 줄이고 중립인 것처럼 바꾸게 되는 것이 진짜 무서운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덕진: 그 리스트가 굉장히 허술해요. 특정 인물이나 사안을 갖다 놓고 만든 리스트인데, 어느 정부든 그런 게 있을 거라는 짐작은 늘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충격이었던 게 문건으로 실존하고,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배제시켰다는 거였죠. 


은수미: 19대 국회에서 그래도 꽤 열심히 했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가 가짜 정치를 한 건가 싶더라고요. 나는 왜 그 중요한 최순실을 몰랐을까,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질 때까지 나는 뭘 했나 자괴감이 컸어요. 앞으로는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덕진: 영화를 보면 김진숙 위원님이 전혀 술을 못하는데, 박근혜 당선된 날 맥주 두 병 마셨다고 하잖아요. 그 날은 잊을 수가 없어요. 잘 모르실 수도 있지만, 당시에 저는 대학로에서 밀양, 강정, 쌍용, 용산 농성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거의 3일에 한 번 추모식을 했어요. 박근혜가 당선된 후에 노동자 분들이 계속 목숨을 끊었어요. 대통령이 바뀌는 게 노동자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목숨을 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김정근 감독님은 그 때 영화 작업 중이었기 때문에 최강서 열사도 찍었을 텐데, 보다 가까이에서 어떻게 느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정근: 강서 형이 돌아가신 그 시점의 기억이 많지는 않아요. 솔직히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영안실의 공기, 시체를 촬영하던 기억을 떠올리기가 힘들어요.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라 영화 안팎이 구분이 안 됐어요. 김주익, 박재규 열사 분들은 면이 없는데, 강서 형은 계속 함께 술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던 사이였어요. 그런 사람이 한 순간 그렇게 되고 나니까 개인적으로 힘들었습니다. 분향소를 꾸린 분들이 느끼는 것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을 것 같고요. 대답을 하기가 곤란스럽네요.



김덕진: 최근의 퇴진정국이 최순실의 태블릿 PC가 공개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박근혜 정권이 4년 동안 시민들에게 준 수많은 절망과 고통이 누적되었고, 그게 정유라의 부정입학 등을 계기로 분출 된 거죠. 그리고 이걸 가장 먼저 짐작한 사람들이 투쟁 노동자에요. 영화에서 김진숙 위원장님이 자신은 최강서 열사가 얼마나 절망스러웠을 지를 짐작한다고 하잖아요. 이미 한진 자본이 어떻게 나올지 알고 있었고, 강서도 알았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자본, 재벌은 정권과 너무 밀접하게 얽혀 있어요. 최근 촛불정국에서 이런 문제가 개혁과제로 많이 거론되는데, 은수미 의원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다음 정부에서는 재벌개혁이 가능할까요?


은수미: 과거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던 분들 중에 제가 아는 선배님이 몇 분 있어요. 가끔 비정규직 문제에 관해서 물어보죠. 왜 그랬냐고. 예를 들면 KTX 승무원 문제, 혹은 왜 삼성에게 그렇게 관대하냐고 질문을 하면 여러 대답이 나와요. 그 대답을 들어보면 당시 개혁세력이 국정을 주도하는 경험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실제로 잘 몰랐고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두 가지가 달라졌어요. 첫째로 역량과 능력을 가진 개혁세력들이 꽤 생겨난 것 같아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예산까지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죠. 끊임없이 시뮬레이션을 해본 거예요. 결단 직전의 순간까지 만들어놓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생겨난 거죠. 두 번째는 촛불입니다. 정말 달라졌어요. 대격변의 시기입니다. 사회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기 때문에, 너무 힘들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의식을 갖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그런데 시민들이 명령을 하고, 촛불을 들고, 내가 나를 대변한다고 나선 거죠. 이건 굉장히 큰 변화에요. 다음에 어떤 정권이 들어오든 시민 의사를 반영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저는 좀 다른 설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덕진: 사실 광장에 있는 분들은 의문도 가지거든요. 지금이야 촛불 들고 새로운 시대 얘기를 하지만, 막상 대선 끝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은수미: ‘광장의 조울증’이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광장에 있을 때는 세상이 바뀔 것 같다가도 다시 출근하면 절망스러워져요. 정권이 바뀌어도 세상이 바뀌지는 않아요. 바뀌어봤자 틈새와 여지 정도, 악어의 입을 여는 정도죠. 하지만 이젠 시민들이 추종을 하고 기대를 하는 위치에 있지 않아요. 화살을 쏘는 건 우리에요. 계획을 세워 낼만한 힘이 이제 좀 쌓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정치인들이 시간을 벌어들이면 광장의 시민들이 일상이나 현장에서 그 변화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김덕진: 부산의 광장에도 변화의 희망 같은 게 느껴지나요?


김정근: 부산은 오랜 기간 동안 여당이 독점하고 있던 곳인데, 지난 총선부터는 대안을 고민하는 분들이 생긴 것 같아요. 최근 촛불집회에도 꽤 많은 분들이 와요. 달라지는 게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가면 사실 여전히 보수적인 기운들이 있죠.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저울에 올려놓고 최소한 재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봅니다. 


김덕진: 탄핵 이후로 대선 등 방향이 갈라지게 되면서 광장에서 하나로 모였던 사람들이 흩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어요. 


김정근: 최근에 문재인 후보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는데, 차별금지법 발언을 들어보면 사실은 후퇴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은 문제들을 짚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부산은 서울처럼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지는 못하는 공간이에요. 부산에서 광장에 가면 민주당 깃발이 쭉 있어요. 그런 걸 보면 저는 위험하다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그 안에 분명 수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그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가면서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김덕진: 누가 되든 박근혜를 잇는 사람이 아닐 거라는 믿음과 바람이 있어요. 후보들이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면 어떨까 싶어요. 지금까지의 소신으로 당당하게 해도 되는데, 자꾸 정치인으로서 어쩔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잖아요. 이제는 시민들의 수준과 힘을 믿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갈게요. 보통 독립다큐멘터리와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어요. 바로 음악인데,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 완곡으로 나와요. 어떻게 이 노래를 삽입하게 된 건가요?


김정근: 노래를 가만히 들으면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라는 가사가 나와요. 노무현 대통령이 인권변호사 시절을 참여정부에 와 기억을 못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뉘앙스로 넣은 노래에요. 노동자의 편에 서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현실, 그리고 노동자들은 늘 탄압과 진압의 대상이었던 기억들을 불러오고 싶었어요. 사랑 노래이긴 한데 묘한 아이러니가 있을 것 같아서 배치를 했습니다.


김덕진: 마지막에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도 나와요. 


김정근: 뮤지션 윤영배 씨는 같이 술 마시며 영화 잘 봤다는 얘기를 하셨어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시네마달 등의 얘기도 했고요. 독립다큐멘터리들이 상영되고 양산되는 게 어려운 상황에 대해 인디 뮤지션으로서 공감되고 아쉽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게 맞닿아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덕진: 이 영화가 소중한 이유는 노조의 아쉬움을 계속해서 얘기하기 때문이에요. 김진숙 위원님이 투쟁의 성과가 모두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 집행부 소수의 것이 되어버렸고 결국 오만해졌다는 얘기를 하죠. 


은수미: 영화에서 우리가 배불렀다는 말이 나오는데, 저는 배 좀 부르면 안 되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에요. 배 좀 불러서 뭐가 나빠요.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위험한 현장에서 목숨 걸고 삼사십년 열심히 일해서 일억 버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불평등이 심화되는 문제의 책임을 노조에게 떠넘기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한국은 독특한 법을 하나 가지고 있어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9조에 따르면 노조는 근로자의 이익이 아니라 조합원의 이익을 위해서만 교섭할 수 있어요. 전무후무한 법이에요. 예를 들어 정규직 노조가 하청이나 사업장이 다른 근로자를 위해서 파업하면 불법이에요. 우리나라는 이기주의 법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점점 불평등이 심해지다 보니 이 오랜 관행을 넘기 위한 노조의 노력도 있었지만, 결국은 실패했죠. 민주노총이든 한국노총이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굉장히 취약합니다. 실제로 조합원의 전체 조직률이 굉장히 낮아요. 금속노조 산하의 조합원 중 비정규직의 비율이 3퍼센트를 넘지 않습니다. 말이 안돼요. 모두가 배부르고, 하루 8시간, 일주일에 5일 일해 중산층으로 살 수 있는 것을 희망이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기본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요. 그 정도는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렇다면 각자 뭘 해야 하나 생각해요. 그래서 노조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김덕진: 일부 노조가 부도덕한 짓을 저지르면 또 대서특필되죠.


은수미: 물론 노조도 부도덕하면 안 되지만, OECD 중 우리나라는 산재, 자살률, 그리고 사기범죄 1위에요. 저는 삼성 같은 경우는 사기집단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구속이 된 것이고 롯데나 현대 할 것 없이 굉장히 위가 많이 썩어있어요. 그러면 아래에서는 당연히 나 하나쯤이야, 먹기 살기도 힘든데, 이렇게 생각하게 되죠. 기업의 부도덕함이 세계적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해요. 계속 문제제기를 하고 새로운 지표를 만들고 시도를 해봐야 되겠죠. 시민, 비정규직과 함께 하는 다른 시도가 정치에서든 노조에서든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덕진: 김진숙 위원님도 그 때 하청 문제 해결 못 한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를 영화에서 해요. 예전에 현대자동차 노동 현장에서 정규직은 이름표를 가로로, 비정규직은 세로로 다는 방식으로 구분을 지었어요. 노동자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구도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거죠. 그래야 기업에서도 통제가 쉬우니까요. 이런 걸 깨고 변화시키려는 고민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촛불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얘기하는 자리에서 왜 성과연봉제 얘기를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그게 이해가 가면서도 답답하죠. 박근혜 퇴진 후 뭐 할지 얘기 하자는 건데. 퇴진 이후를 얘기하지 않으면 결국 또 우리의 삶이 어렵고 처참하지는 거잖아요.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순수하게 퇴진 시위를 나온 건데 왜 자꾸 운동권들이 이슈를 가져오냐고 하죠.


은수미: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와는 엄청 달라요. 당시 비정규직 분들과 같이 시위에 나갔는데, 아예 시민 분들이 깃발을 내리라고 했어요. 광우병과 관련 없는 시위는 아웃이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모든 깃발이 허용되잖아요. 물론 지금도 목소리를 너무 키우지는 말라는 식이기는 하지만요. 서로를 계속 짓밟는 8년을 겪었지만, 우리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자신의 목소리를 얘기 할 수 있는 여지도 생긴 것 같고요.


김덕진: 맞아요. 특히 차별 없고 평등한 광장이라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연사가 성차별적 발언을 하면 즉각 사과하고 조취를 취하는 모습은 사실 대규모 집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에요. 즉각 반영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건 많은 변화가 있다는 뜻이에요. 박근혜 이후, 정치도 시민을 믿고 시민도 정치를 계속 견인하고 힘을 실어주는 관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어제 촛불집회에서 두 분의 발언이 있었는데, 이재용이 구속돼서 너무 좋은 삼성전자 서비스 노동자와 최경희가 구속돼서 너무 좋은 이화여대 학생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되게 비극이죠. 자신의 사장과 총장이 구속돼서 신난다는 것이요. 시네마달이라는 배급사 하나를 살린다고 해서 세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고, 시네마달이 망한다고 해서 나라가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네마달이 없어지면 <그림자들의 섬>과 같은 영화를 이런 공간에서 볼 수 없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문화향유의 권리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고 다음에서 진행 중인 스토리펀딩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김정근: 시네마달 같은 배급사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없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지해주시고 함께해주시고 후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수미: 저는 다양한 의견이 세상을 살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국회에 있을 때 인권이나 존엄 이야기를 하면 새누리당 의원들로부터 월북하라는 소리를 반복적으로 들었어요. 오직 하나의 목소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저는 국회에서 경험했습니다. 여러분도 겪어봤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색, 꿈, 욕망이 사라지는 공포를 박근혜 정권에서 경험했다고 보고요. 그런 점에서 시네마달 같은 배급사가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는 지지하고 누구는 반대할 수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있기를 원해요. 살아있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를 바꾼다고 생각해요. 시네마달을 후원하고, 스토리펀딩도 홍보하고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힘내십시오, 여러분. 우리가 이길 겁니다. 정말 소중한 한 걸음을 하고 있어요. 이 힘든 사회에서 기적과도 같죠. 항상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덕진: 이렇게 좋은 영화를 제대로 느끼면서 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서울이 크다고 해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공간의 수가 몹시 적어요. 이런 공간 또한 지켜졌으면 좋겠습니다. 또 현장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들이 계속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노동자뿐만 아니라 소수자의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왜곡되지 않고 전해지기 위해서는 찍을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하고, 그 작품들을 제대로 상영할 수 있는 공간과 배급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네마달 후원과 홍보 다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오늘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스토리펀딩 '블랙리스트 배급사 시네마달을 구하라' 후원하기 >>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13011


그림자처럼 지워지고 가려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자본의 그늘 속에서 얼마나 치열하고 절박한 역사를 만들어왔는지 그 투쟁의 역사에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동료가 죽어도 또 ‘내가 아닌 누군가’가 죽었구나 하며 일을 계속 해야 하는 것. 그 죽음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마음. 그들은 그 마음에서 머무르지 않고 계속 나아갔다. 30여년의 시간동안 반성하고 연대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림자들의 섬>은 그들이 살아온 방식을 자극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인터뷰 형식을 통해 담담하고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잔혹하지만 결코 무기력하지 않게, 진득하게 응원하고 기록한다. 누구든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현 시점에서 노동과 인권의 가치는 더 이상 가려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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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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