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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가장 보통의 연애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연애담> 인디토크

by indiespace_은 2017. 2. 21.

가장 보통의 연애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연애담>  인디토크


일시 2017년 2월 12일(일) 오후 4시 20분 상영 후

참석 이현주 감독, 배우 이상희

진행 김소연 감독 (<문영>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최지원 님의 글입니다.


어떤 영화는 너무나도 쉽게, 보는 이 자신의 이야기로 탈바꿈한다. 지난 해 많은 사랑을 받고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도 러브콜을 받은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이 그렇다. <연애담>의 관객 중 누군가는 ‘윤주’가 되고 누군가는 ‘지수’가 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면 다시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거기에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사랑이라는 주제 하나에 집중하게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힘. ‘2017 으랏차차 독립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과 <문영>의 김소연 감독, 그리고 예고 없이 찾아온 이상희 배우와 함께했다. 



김소연 감독(이하 김소연): 제가 <문영>이라는 영화로 한 달 전에 첫 GV를 했고, 그 GV를 이현주 감독님께서 진행해주셨어요. 덕분에 즐겁게 잘 했던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한 달 만에, 이번에는 제가 <연애담> 진행을 맡게 됐습니다. 이현주 감독님께서 저를 무슨 생각으로 추천하셨는지 모르겠지만.(웃음) 혹시 오늘 <연애담> 처음 보신 분이 계신가요? 생각보다 꽤 있네요. 작년에 많은 사랑을 받았고 이 영화를 애정 하는 분이 워낙 많은 지라 한 번 이상 보신 분이 대부분일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GV를 굉장히 많이 다녔다고 들었어요.


이현주 감독(이하 이현주): 해외 영화제까지 해서 40번 이상 한 것 같아요. 아직도 남아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웃음)


김소연: 관객으로 <연애담>을 보고, 사랑이라는 감정만으로 가득 채운 영화의 힘, 한눈팔지 않고 정직하게 다가가는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사랑 이야기가 낡은 주제일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고요. 감독님께 사랑 이야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현주: 사랑이라는 주제가 제일 재미있지 않나요?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누가 누구를 죽이는 것보다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 것이 더 흥미로운 일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게 굉장히 미묘하게 어긋나잖아요.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도 있고, 그러다가 거리를 두게 되기도 하고, 뭔가 변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단편부터 누가 누굴 좋아하다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내용을 많이 만든 것 같아요. <연애담>에서도 누가 누구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되고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갖게 되는,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저한테는 사랑이 아직까지 제일 흥미로운 주제에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일은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멜로를 제일 좋아하기도 합니다. 


김소연: 영화에 좋은 대사가 많았어요. 예를 들면 윤주가 품에서 고구마를 꺼내면서 “잘 보이고 싶어서”라는 대사를 하잖아요. 이 대사를 들으니 윤주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지수는 두 사람이 한정식 집에서 밥 먹는 장면에서 “무슨 반찬 먹는 지 보려고”라는 대사를 하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감독님께선 대사를 어떻게 쓰시나요?


이현주: 배우들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거의 제가 썼어요. 영화에 사랑한다, 좋아한다, 사귀자 같은 대사가 거의 안 나와요. 제일 직접적인 표현은 마지막에 나오는 “보고 싶었어”라는 대사죠. 좋아하면 어떻게 표현을 할까 생각을 하면서 대사를 썼는데, 사랑한다, 사귀자 이런 말을 하는 관계도 있지만, 대다수는 자연스럽게 이뤄지죠. 살다보면 자고 가, 자자 이런 게 아니라 다른 말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잘 보이고 싶어서”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죠. ‘너 주려고 샀어’라는 말보다 더 윤주가 할 것 같은 말, 더 자연스러운 말로 쓰려고 했습니다. 


김소연: 반면에 지수 같은 경우는 우회하지 않고 말하는 게 오히려 매력적이더라고요. 처음 편의점에서 만나서 자기가 일하는 가게로 오라는 대사가 있는데, 보통은 ‘한 번 오세요’ 이렇게 말할 텐데 안 그러고 꼭 오라고 하는 게.(웃음) 이건 안 갈 수가 없잖아요. 본능적으로 내가 지금 ‘꼬심’을 당하고 있구나 느끼게 하는.(웃음) 그리고 해뜨기 전이 제일 춥다는 말을 하다가 딱 “자고 갈래요?” 하잖아요. 지수는 윤주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올라가버리죠. 오지 않을 거라는 의심 전혀 없이. 이게 되게 매력적이었어요.


이현주: 류선영 배우가 캐스팅된 후 지수의 그 매력이 배도 아니고 제곱이 됐어요. 


김소연: 이상희 배우는 전작에서 만난 인연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부터 윤주 역으로 생각했다고 들었는데, 류선영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이현주: <연애담> 오디션은 공통적인 신을 드리고 리딩을 했어요. 선영 배우님한테도 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보통은 대본을 하나 하고, 상황 하나를 갑자기 만들어서 그 상황을 어떻게 넘기는지 봤어요. 즉흥 연기는 아니고, 예를 들면 어떤 백화점에서 물건을 하나 훔치다 직원에게 걸렸을 때 어떻게 모면할 것인가 하는 것이죠. 배우의 감춰진 모습을 보려고요. 선영 배우님을 보고 촬영감독님이 기본적으로 되게 안정적이라는 얘기를 했어요. 그 이후에 카페에서 뭔가를 마시며 만났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되게 재밌게 얘기를 했어요. 그러면서 지수가 이런 캐릭터면 좋겠다 생각을 했죠. 


관객: 윤주가 세아, 병기랑 술집에 찾아갔을 때, 처음에는 시무룩해 하다가 지수가 등장하면서 윤주의 표정이 밝아지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 장면에서 세아가 병기에게 그만 좀 보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게 윤주를 향하는 말 같기도 하고 병기를 향하는 말 같기도 해서 그 의도가 궁금했습니다. 


이현주: 의도한 부분입니다. 사실 그만 쳐다보라고 하고 화장실 신으로 넘어가기 전에 병기가 '우리 같이 예술 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운 걸 볼 의무가 있다' 같은 말을 하는데, 그 때 윤주가 지수를 더 노골적으로 보는 장면도 넣을까 하다가 고민 끝에 걷어냈어요. 



관객: 최근 두 해외 영화제에 다녀온 걸로 알고 있는데 영화제에서의 반응이 궁금하고 DVD, 블루레이 등 업데이트 된 소식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현주: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영화제와 프랑스 끌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까지 두 영화제를 다녀왔어요. 예테보리는 <연애담>으로, 끌레르몽페랑은 <바캉스>로 갔습니다. 예테보리 영화제는 백 명 정도 들어가는 극장에서 상영을 했는데, 거의 매진이 돼서 저도 한 번 밖에 못 봤어요. 되게 웃으면서 보더라고요. 스웨덴은 동성결혼 합법이 된 지 삼 년이 됐다고 들었어요. 문화가 달라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었는데, 사랑 이야기로 공감해준 것 같아요. 끌레르몽페랑에서도 <바캉스>를 재밌게 봐줬어요. 그리고 DVD, 블루레이는 열심히 만들고 있어요. 출시시기를 조금 빠르게 하려고 했는데, 영화제에 다녀오면서 공백기가 생겨서 얘기를 못 드렸습니다. 코멘터리도 녹음을 했어요. 여름 안에 만들려고 해요. DVD, 블루레이 순으로 나올 거고 <바캉스>도 들어갈 겁니다. 


관객: 지수가 돌아와서 윤주가 먼저 자고 있는 걸 보고 자냐고 묻는 부분이 있잖아요. 윤주가 벽 쪽을 보고 자고 있고 지수가 등지고 누워서 자는데, 윤주가 다시 돌아누워서 팔을 걸치는 장면이요. 영화를 여러 번 보니까 그 장면이 되게 차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윤주는 사실 안 자고 있고, 지수가 어떤 말을 해주길 기다렸는데, 그냥 등을 돌리고 자고. 윤주가 팔을 걸치는데도 별 반응이 없고요. 의도한 건지 궁금합니다. 


이현주: 침대 장면은 제가 의도한 걸 이해하신 것 같아요. 그 장면 전에 나오는 게 설거지 장면인데, 그때부터 뭔가 단절 되는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설거지 장면을 되게 좋아해요. 윤주가 처음에는 손님으로 지수 집에 왔지만, 이제는 주인만 쓰는 공간에 들어가게 된, 얹혀사는 사람처럼 되잖아요. 그런데 그 장면에선 서로 마주보지도 않고. 침대가 처음에는 몸도 섞고 같이 늦잠도 자던 공간인데, 점점 시간이 지나며 관계가 변해간다는 걸 생활 속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윤주가 안 자고 있었던 게 맞습니다. 원래는 그 이후에 지수가 잡아당기는 것까지 액션을 했어요. 근데 냉랭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뒤에는 잘라냈습니다. 


관객: 영은에게 커밍아웃을 했을 때의 흔들리는 카메라 워킹에 대해, 그리고 엔딩에 피아노 곡을 삽입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현주: 엔딩곡은 중간에 한 번 더 나오기는 합니다. 저와 음악감독님이 이 영화에는 노래가 많이 안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공통된 생각을 했어요. 그래도 마지막에는 우리가 윤주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끔 곡을 삽입했습니다. 영화에서 제일 좋을 때와 제일 혼란스러울 때에 노래를 넣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컷이 별로 많지 않아요. 저는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고 관찰하는 입장에서 세밀하게 그려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장면은 거의 없어요. 커밍아웃한 후에 룸메이트가 피해가는 신에서도, 윤주는 룸메이트가 살갑진 않더라도 적어도 ‘왔어?’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슥 지나가 버리니까 ‘이게 무슨 상황이지’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윤주의 움직임을 따라 카메라도 움직여요. <연애담>에서는 인물의 행동이나 말, 휴대전화 소리에 맞춰 카메라가 움직이는 게 컨셉이었어요. 카메라가 절대 먼저 움직이지 않도록. 그리고 추가적으로 말씀 드리면 처음에는 예뻤던 장면도 뒤에 가면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도록 찍는 것도 컨셉이었어요. 교수실만 해도 처음 부분과 후반 부분에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김소연: 저도 느꼈어요. 교수실에서 처음에는 어깨 너머로 앵글을 잡다가 마지막에는 윤주 얼굴을 타이트하게 잡더라고요. 이 대화 장면이 똑같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카메라가 잡는 구도가 한계가 있을 텐데, 여러 고민 끝에 찍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카메라 얘기가 나와서 더 여쭤보고 싶은 게, 저는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인물들을 그대로 관찰하고, 이야기가 지나는 방식을 정직하게 따라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로서는 왜 여기서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을까 했던 부분이 두 지점 있어요. 첫 번째는 일흔 일곱 번째 여자라는 농담이 나올 때 술집에서 지수 어깨 너머로 카메라를 잡고 있는데, 지수와 윤주가 나란히 앉게 되면서 화면에 뒷모습만 나올 때가 있잖아요. 관객은 인물의 눈빛과 표정을 바라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밖에 없죠. 감질나면서, 왜 이렇게 찍었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이현주: 앞에서 찍은 컷이 있었어요. 모니터를 현장에서 했는데, 뒤에서 찍은 샷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초반에는 베드신도 있고 좋아하는 이야기들이 계속 붙어 있으니까 첫 번째 베드신과 두 번째 베드신도 차이를 두고 싶었고, 한정식 집과 술집 장면도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그 차이를 어떻게 둬야하나 되게 고민을 했어요. 뒤에서 보면 두 명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궁금해지죠. 한정식 집과는 뭔가 다르게 생략을 하고 싶었어요. 흘깃 봐도 얼마나 좋은지를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잖아요. 바로 뒤에 지수가 화장실 따라가는 것도 이 둘이 그 안에서 무엇을 할지, 얼마나 좋을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생략하고 넘어간 장면이에요. 근데 둘이 같은 장소에서 재회를 할 때는 완전 정 반대의 앵글로 들어가서 카메라가 같이 움직이며 이들을 더 천천히, 가까이 보여주도록 했죠.


김소연: 그 의도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사실 연출자는 잘 보여주고 싶잖아요. 정면 샷이 있었음에도 뒷모습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건 굉장히 과감하고 재밌는 일인 것 같습니다. 지수가 아버지 집으로 들어왔을 때 식사하는 장면에서 아버지만 보여주잖아요. 지수의 어깨만 나오고. 앞에서 찍은 샷이 분명이 있을 것 같은데.


이현주: 없습니다.


김소연: 없어요? 와, 대단하시네요.(웃음) 주인공인 지수가 안 나오고 아버지만 보여주면서 진행이 되니까 그게 되게 재밌더라고요. 지수가 자신의 공간이 아니라 아버지의 공간으로 들어오면서 지수의 주체성이 보여지지 않는 느낌, 그래서 지수가 희미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현주: 촬영감독님이 내는 아이디어들이 이 영화에 굉장히 많이 반영이 됐어요. 이 영화의 주요한 인물들이 자연스럽지 않게, 조금 이상하게 시작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예요. 아버지가 지수에게 있어서 되게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왜 이 사람을 계속 보여주지?’라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 식으로 촬영했습니다. 



관객: 윤주가 졸업을 미루고 졸업 작품을 철수했는데 그걸 왜 안 버리고 집에 그대로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상희: 모든 창작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비슷할 것 같아요. 잘 나왔든 습작이든 내 새끼 같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 작업을 접기는 하지만 쉽게 버리지는 못할 거에요. 그렇다고 다시 쓰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작업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려는 확신이 들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직접 만든 것이기도 하고 실수한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니까요.


이현주: 그 작업 자체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오히려 그 과정에 의미를 뒀어요. 사람들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요. 윤주는 고물상 같은 데 가서 모은 재료들로 새로운 걸 만드는 인물이다 정도였어요. 나중에 교수님이 세아의 작품이 더 좋다고 하면서 가능성도 좋지만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죠. 세아의 작품은 참신하지 않지만 노력이 보이는 작품이고 윤주의 작품은 오히려 가능성에 가까운 작품이에요. 윤주와 지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능성이 많은 관계는 아니죠. 그런 걸 대사에 넣고자 했어요. 연애 때문에 작업을 못하게 되고 결국엔 망치게 되는. 


관객: 윤주가 지수를 많이 따라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장을 하고 지수가 입는 것 같은 코트를 입고. 담배도 바뀌었나요?


이상희: 혹시 담배 피우시나요? 그럼 아실 텐데. 여간해선 안 바뀌잖아요.(웃음)


이현주: 여성 둘이 연애를 하면서 서로 닮아가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의도한 대로 이해하신 것 같습니다.

 

관객: 윤주와 지수 사이에 대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그래서 답답했기도 했어요. 그중에 가장 답답했던 건 모텔 장면이에요. 갈등의 최고조인데 대화는 더 없고. 이런 식으로 자제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윤주였다면 지수가 떠난 다음에 바로 모텔을 떠났을 것 같은데 왜 아침까지 기다렸을까요?


이현주: 기다렸겠죠. 문자 하나라도 기다렸을 거예요.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마음과 여기서 내가 나가는 순간 우리는 정말 끝이 날 거라는 생각 사이에서 갈등했을 것 같아요. 사실은 지수가 간 순간 끝이 난 거지만. 그래서 원래는 그 모텔에서 윤주가 밤을 지새우는 장면을 찍기도 했어요. 중복적인 느낌 때문에 빠지긴 했지만요. 제가 생각하는 윤주는 집에 못 갔을 것 같아요. 그리고 왜 윤주와 지수가 대화를 안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저는 요즘 식의 영화가 아니라 옛날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메시지 같은 것도 잘 등장을 안 해요. 통화를 하더라도 상대방 목소리를 안 들려주죠.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 알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하고자 했고요. 윤주의 감정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저희 조연출 분도 뭐 하나 부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는데,(웃음) 저랑 촬영감독님은 더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터뜨리고 싶은 유혹은 되게 많았는데 “보고 싶었어”를 위해 아껴놓은 느낌이었어요. 둘이 대화를 많이 했으면 영화 톤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김소연: 되게 세련된 영화인 것 같아요. 20년 뒤에 우리가 느낀 감정이 유효할까, 이 가치가 그대로 전해질까를 생각했을 때 이 영화는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오랜 시간 뒤에도 색이 바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연출자로서 배운 게 많은 시간이었습니다.


이상희: 감독님이 외국을 왔다 갔다 해서 정신이 없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옆에서 힘이라도 되고자 급하게 왔습니다. 언제나 저희 영화를 보러 와주시는 분들, 또 새롭게 봐주시는 분들 모두 너무 감사하고 편안하게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이현주: <연애담>은 되게 작은 영화인데 지난해부터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독립영화들이 많은데 지난 해 열심히 홍보하고 다닌 덕에 ‘으랏차차 독립영화’에 선정되었다고 생각해요. 사실은 되게 좋았어요. 몸은 힘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왔습니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이곳 인디스페이스를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족한 게 많지만 봐주셔서 감사하고요, 김소연 감독님은 <연애담> 10주년에 또 진행을 봐주시길 바라요. 감사합니다. 



<연애담>은 일상적이고 간결한 톤으로 사랑과 연애를 이야기한다. 아는 사람인 것 같은, 평범하면서도 섬세한 인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이 겪는 연애감정, 그들의 친구와 가족에 관한 이야기까지 엮어내며 담담하게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지수와 윤주의 관계, 그리고 그들이 속한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일상이 평범해 보이지만 얼마나 굴곡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 연애관계는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모험적이고 드라마틱한 행위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관객은 인물에 공감하고 이입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이게 된다. 끊임없이 해석되고 확장될 여지가 충분한 이야깃거리로서 영화는 사랑받아 마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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