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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배우들 - 정유미, 박정민, 김새벽, 조복래

by indiespace_은 2016. 9. 2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배우들 

정유미, 박정민, 김새벽, 조복래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다영,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를 결정짓는 데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배우다.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한들, 결국 가상의 인물이므로 그것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의 역량인 것이다. 영화에 있어 배우는 정말 중요한 일부분이라고 믿는다. 황정민 배우의 유명한 수상소감처럼, 다 차려진 밥상 위에 숟가락을 얹을지언정 결국 이야기와 관객을 이어주는 점접이 되는 부분은 배우가 숨을 불어 넣는 순간이기도 하니까. 그들은 스크린 안에서 겪어보지 못한 순간들을 연기하며 우리로 하여금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고, 꿈을 꾸게도 해준다. 그래서인지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들에게 우리는 무한한 애틋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독립영화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아오던 배우들이 하나 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뛰어난 연기력과 독특한 개성의 배우들뿐만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출연했던 영화들까지 함께 관심을 가지는 대중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이번 인디즈 기획에서는 독립영화로 시작해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배우들을 다뤄보려 한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정유미 배우부터 <동주>로 그 동안 쌓아온 연기 ‘포텐’을 터트린 박정민 배우, 그리고 다수의 독립영화에서 ‘열일’하며 우리로 하여금 앞으로의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김새벽 배우와 <범죄의 여왕>에서 전에 없던 사랑스러움을 연기하며 시선과 마음을 강탈한 조복래 배우까지. 그들이 출연했던 영화들을 소개한다.






1. 배우 정유미


‘정블리’라 불리며 최근 <부산행>에서 마동석 배우와 반전 케미를 보여준 정유미 배우는 현재 <최악의 하루>로 사랑 받고 있는 김종관 감독의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에서 사랑에 빠진 소녀를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해냈다. 대중에게 꽤 알려진 지금도 좋은 작품이라면 작은 배역이나 작은 영화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정유미 배우. 이것이야말로 정말 배우가 가져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상수, 김종관, 정성일 등의 감독들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으며 작품을 쌓아가고 있는 정유미 배우를 설명하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여리여리한 겉모습과 달리 단단한 그녀의 연기를 담은 두 작품을 소개한다.




<카페 느와르>(정성일, 2009)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백야’를 영상으로 구현해 낸 정성일 영화평론가의 첫 연출작 <카페 느와르>에서 정유미 배우는 장장 10분이 넘는 독백을 롱테이크로 소화해냈다. 정성일 감독은 오로지 정유미 배우만이 이 장면을 소화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애초부터 그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정유미 배우는 담담하게 시작해 구슬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독백을 풀어나간다. 오로지 정유미 배우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하여 스크린은 그녀의 연기로 풍성하게 메워진다. 정유미 배우와 신하균 배우의 열연 이외에도 원작 소설을 좋아하는 문학인이라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두 소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흑백의 청계천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번째 파트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조금만 더 가까이>(김종관, 2010)


<최악의 하루> 김종관 감독의 전작인 <조금만 더 가까이>는 세가지 사랑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은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다. 미묘하게 맞닿은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 있는 요즘, 폭발직전의 여름로맨스 <최악의 하루>를 보고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느껴지는 <조금만 더 가까이>를 본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의 ‘주열매’와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의 ‘한여름’의 사랑스러운 모습과는 사뭇 다르지만, 오히려 “너 때문에 연애 불구야, 책임져”라며 끈질기게 따라붙는 <조금만 더 가까이>의 ‘은희’는 사랑에 치졸해지고 찌질해지는 우리 본연의 모습과 닮았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조금만 더 가까이>, 차기작인 <더 테이블>까지. 김종관 감독과 정유미 배우의 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는 바이다. 






2. 배우 박정민


올해 초, 이준익 감독의 <동주>에서 송몽규 열사를 연기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은 배우 박정민. 그를 열렬히 사모하는 필자에게 한 영화 관계자 분은 ‘박정민 배우를 좋아한다니, 앞으로 더 깊이 팔 것들이 많을 거야. 행복한 덕후가 되겠구나”라는 격려를 해주셨다. 수 많은 동료와 영화 관계자들이 박정민 배우의 최근 잇따른 수상을 기뻐해주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데뷔한 후 오랜 시간 동안 ‘유망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열심히 활동을 해왔지만, 아쉽게도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 그가 나왔던 작품들을 찾아보면 왜 우리는 이때껏 그를 몰랐나 싶을 정도로 연기가 훌륭하다. 매번 연기를 너무 잘해서 이 배우가 그 배우인 줄 몰라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는 맡은 배역마다 온전히 그 캐릭터가 되어 연기한다. 연기 뿐만 아니라 얼굴도 저엉말 잘 생겼고, 그리고 글도 잘 쓰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해, 그게 바로 펄풱, 그게 바로 인생의 진리..인 박정민 배우님의 굵직굵직한 전작들을 알아보자.





<세상의 끝>(남궁선, 2007)


초창기 박정민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단편영화이다. 오래전부터 우주가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세상의 멸망을 앞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타 종말론적 영화들과 다른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생각보다 차분한 분위기로 전개되는 영화의 중심에는 박정민 배우의 연기가 있다. 대사 없이 그저 무감각한 표정으로 세상의 끝을 기다리는 그의 눈빛에는 그 어떤 희망도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생각하는 내일이, 혹은 미래가 과연 존재할까?’라는 질문과 ‘세상의 끝이 왔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파수꾼>(윤성현, 2010)


윤성현 감독과 박정민 배우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당시 엄청난 주목과 갈채를 받은 영화이다. 갑작스러운 기태(이제훈 분)의 죽음으로 혼란 속에 있는 그의 아버지(조성하 분)는 아들의 사진 속 친구인 희준(박정민 분)과 동윤(서준영 분)을 만나 기태의 기억들을 더듬는다. 그 안에 담긴 세 친구의 우정, 상처와 오해들을 담아내며 수많은 아픈 청춘들과 흩어져버린 관계 속에 남은 이들을 품어낸 작품이다. 극 중 박정민 배우는 ‘베키’라 불리는 희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불 같은 성질을 가진 기태 이제훈 배우의 폭발적인 연기를 상대로 차갑고 조용조용 받아주는 연기를 펼쳐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내내 그 텐션을 이어간다. 






3. 배우 김새벽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두 역할을 미묘한 차이를 두고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김새벽 배우. 그녀가 출연한 작품으로는 <줄탁동시>(2011), <말로는 힘들어>(2012),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3) 등이 있다. 그 중 소녀를 연기한 <말로는 힘들어>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말로는 힘들어>(이광국, 2013)


<말로는 힘들어>에서 김새벽 배우는 짝사랑을 하는 소녀로 등장한다. 소녀는 놀이터에서 소년(이달 분)에게 ‘간질간질한 잎사귀 같은’, ‘흔들리는 그네 같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후 영화는 제목처럼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이야기로 진행된다. 소녀의 꿈, 상상의 세계로 이어지는 영화는 풋풋하고 탄력적이다. 김새벽 배우는 이 영화에서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차분하고 성숙한 느낌과는 달리 엉뚱한 소녀 역을 매력적으로 소화해 낸다. 






4. 배우 조복래


조복래 배우는 최근 개봉한 <범죄의 여왕>에서 ‘개태’ 역을 개성 있게 소화해냈다.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그의 다양한 표정과 행동은 다소 험악했던 첫인상의 개태를 서서히 매력적인 인물로 완성한다. 그는 <쎄시봉>(2015)에서 송창식의 20대를 연기하며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렸다.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해 영화 속에 녹여내기 때문에 장면마다 중심을 잡아준다는 느낌이 자연스레 든다. 다양한 상업영화에서 조연으로 연기한 조복래 배우를 볼 수 있으며 <원나잇온리>(2014)에서는 동성애자 ‘용우’ 역으로 등장한다.




<원나잇온리>(김조광수, 김태용, 2014)


<원나잇 온리>는 <밤벌레>와 <하룻밤>이라는 두 단편영화로 구성된 영화이다. 조복래 배우는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에서 수능이 끝나고 친구 둘과 함께 처음으로 이태원의 게이바에 놀러 가는 재수생 용우로 등장한다. 스무 살 게이 친구 셋의 로망에 가득 찬 대화와 서툰 모습들이 귀엽게 그려진 영화다. 다소 촌스러운 파마머리와 복장으로 순박한 동성애자 연기를 펼치는 조복래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정유미, 박정민, 김새벽, 조복래 배우와 그들이 출연한 독립영화에 대한 짧은 소개를 적어보았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궁금해질 때가 있다. 배우의 팬이 되는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영화 속에서 매력적으로 인물을 재연해내는 모습을 보고 팬이 된다면 아무래도 그 배우는 소위 말하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기획은 그런 배우들에 대한 ‘팬심’으로 쓴 기사다. 이제는 얼굴이 꽤 알려진 배우부터 서서히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배우까지 다양하게 다뤄봤다. 이들이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팬의 마음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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