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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고시원 '코믹 스릴 범죄' 드라마 <범죄의 여왕>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9. 7.

고시원 '코믹 스릴 범죄' 드라마  <범죄의 여왕>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9월 3일(토) 오후 2 상영 후

참석: 이요섭 감독 | 배우 조복래, 백수장

진행: 허남웅 평론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홍수지 님의 글입니다. (사진 제공: 김은혜 님)


수도 요금이 120만원? 물을 120만원을 쓸 수가 있나? 그것도 고시공부를 한다고 틀어박혀 있는 사람 한 명이?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사법고시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아들은 그냥 돈이나 보내라고 성화다.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친구를 때리는 친구의 남편에게 다짜고짜 보톡스 주사기를 들이미는 당찬 여성 ‘미경’(박지영 분)은 짐을 싸 들고 아들이 있는 고시촌으로 향한다. 그리고 미경이 마주하게 현실은 역시나 수상스럽다. 이 유쾌하고 수상하고 어딘가 독특한 영화를 보고 나면 이런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이번 인디토크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감독 이요섭과 배우 조복래와 백수장, 진행으로 허남웅 평론가가 함께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허남웅 평론가(이하 허): 감독님께 먼저 질문을 드릴게요. <범죄의 여왕>은 <족구왕>(2013) 엔딩 크레딧에 나왔던 짧은 영상에서부터 시작되었을 텐데, 어떻게 장편으로 작품을 발전시키셨나요?


이요섭 감독(이하 이): <족구왕> 뒤에 쿠키영상을 붙일 때는 시나리오 초안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그 뒤에 시나리오를 무수히 수정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죠. ‘덕구’(백수장 분)와 ‘진숙’(이솜 분)을 러브라인으로 잇기도 하고, ‘개태’(조복래 분)를 다른 느낌으로 써보기도 하고, 미경도 진짜 범죄자가 됐다가 불법시술을 하는 아줌마 정도로 바꾸기도 하고. 그렇게 1년 반 정도 쓰고 찍게 된 것 같습니다. 


허: 먼저 개태 역을 맡으신 조복래 배우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역할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여쭤보겠습니다.


조복래 배우(이하 조): 아마 일부러 극장을 찾아서 영화를 보러 오신 분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모두들 ‘광화문시네마’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이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시나리오도 물론 너무 재밌었고요. 개태는 조금 덜떨어진 것 같고 대사는 거의 쌍욕이라 이걸 어떻게 사랑스럽게 표현하나 무수한 고민이 있었어요. 현장에서도 많이 징징거렸던 것 같아요. 이게 맞냐고, 이렇게 표현해도 되냐고. 아무튼 재밌게 작업을 했습니다.


허: 백수장 배우님께도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덕구라는 캐릭터가 자신의 욕망을 직접 드러내지는 않지만, 계속 얘기를 하고 참여하는 역할입니다. 어떻게 준비를 하셨나요?


백수장 배우(이하 백): 덕구가 스스로 사법고시를 패스해서 법조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을 거예요. 덕구를 연기하며 정이 든 부분이, 덕구는 뭐든 잘하지는 못해도 주어진 걸 열심히 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 집중력 훈련도 하고. 아무튼 그래서 덕구라는 역할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허: 외양을 따로 준비 하셨나요? 예를 들면 뿔테안경 같은 거요.


백: 아뇨. 그런 건 감독님이 정해주셨어요. 감독님이 확고하게 덕구의 모습에 대한 생각이 있으셨어요. 많이 듣고 참고를 했어요. 저와 다른 모습을 가진 캐릭터를 만드는 건 쉽지 않은 경험이었어요. 재밌었어요.


조: 원래 백수장 배우가 덕구 같은 캐릭터는 아니에요. 말투도 아니고요.(웃음) 


허: 감독님이 압박을 주신건가요?


이: 그렇다기보다 시나리오를 읽고 덕구에 대해 약간 후덕하고, 조금 더 공격적인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은 분들이 있었어요. 제가 팟캐스트를 평소에 많이 듣는데, ‘불금쇼’의 ‘경춘선’이라는 캐릭터의 말투가 되게 특이하더라고요. 백수장 배우님에게 들려주고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어요. ‘오덕’인데도 사랑스러울 수 있을 것 같은?(웃음)



허: 조복래 배우님과 백수장 배우님을 캐스팅한 이유가 있나요? 


이: 두 배우 다 편견을 깨고 나중에는 사랑스러운 느낌을 가지고 있어야 했어요. 조복래 배우 같은 경우는 다른 영화에서 봤을 때 무서운 느낌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일단 얼굴이 되게 ‘개태’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씩 웃으니까 옆에 있던 스크립터가 왜 이렇게 좋아하냐고 해서 내가 생각했던 거랑 얼굴이 너무 닮았다고 했어요. 웃을 때 되게 예뻐서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어머니한테도 다정하다고 해서 개태 역할을 하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복래 배우와 백수장 배우 둘 다 영화 <차이나타운>(2014)에서 무섭게 나오는데, 백수장 배우는 삭발하고 칼침을 놓는 무서운 인물로 나와요. 그런데 오디션 영상을 보니 저보다 어린 줄 알만큼 동안이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귀엽고 호감 가는 인상인데, 실제로 만나니 더 그렇더라고요. 목소리도 ‘덕구’ 같은 느낌이 되게 강해요.(웃음) 순수하고 좋은 형이에요. 


허: 개태 캐릭터를 완성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조: 행동으로 보여줘야 했던 캐릭터였어요. 미영과의 관계 구축에 많은 신경을 썼고, 친구인 듯 애인인 듯 모자관계인 듯 보일 수 있도록 했어요.


허: 백수장 배우님은 힘드신 부분은 없었나요?


백: 오디션에서 덕구에 대한 어떤 설명도 없이 연기해야 했어요. 시크하고 독특한 느낌으로 연기했는데, 조연출님과 스크립터님이 감독님께서 특별히 원하는 느낌이 있다고 하시면서 아까 얘기한 팟캐스트를 들려주셨어요. 듣고 나서 짧은 시간 안에 그런 느낌으로 연기를 다시 했더니 캐스팅이 됐어요.  


허: 아무래도 미경 역이 중요한 것 같은데, 처음부터 박지영 배우님을 염두에 두신 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영 배우님을 캐스팅하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이: 이런 질문을 받을 때 저는 항상 다른 배우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대답합니다.(웃음) 박지영 배우님는 처음 뵀을 때부터 놀랐어요. 강하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나니 그렇지 않았어요. 정신없기도 하고 털털하면서 말이 많은데, 말도 예쁘고 외모도 아름다웠어요. 아들에게는 좀 밉지만 주변 사람에게는 호감을 얻는, 제가 생각한 미경의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딱 맞는 캐스팅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 미경의 모델이 있었나요?


이: 처음에는 엄마의 연령대가 훨씬 높았어요. 진짜 ‘엄마’ 같은 느낌을 가져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일반적이고 고리타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연령대를 낮췄어요. 그런 느낌을 찾다보니 스페인 여성들이 비슷했어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2006)에 나오는 페넬로페 크루즈가 섹시하지만 모성애가 넘치는, 여러 모습들이 뒤섞여있는데, 그 감정에 솔직한 모습이 제가 봤을 때 건강한 엄마 같더라고요. 


조: 개태 엄마는요?


이: 원래 시나리오가 있었어요. 마지막에 미경과 개태가 미용실에 앉아있으면 전화가 한 통 와요. 알고 보니 개태의 엄마가 정선 카지노에 붙잡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둘이 정선 카지노로 떠나는 거죠. 저는 개태가 어릴 때 보육원에 맡겨지고 그 삶에 적응하지 못해 뛰쳐나와 흘러 흘러 관리사무소의 아저씨를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개매 엄마는 도박을 즐기는 미인 정도로 생각했어요.



허: 박지영 배우님에 대해서 두 배우님은 어떤 인상을 받으셨는지, 극 중 관계를 위해서 따로 준비하신 것이 있는지 여쭤볼게요. 


백: 처음에 덕구 캐릭터에 대해 약간 자신이 없었는데, 전체 배우들이 모여서 첫 리딩을 하는 날부터 박지영 선배님이 덕구로 대해주셨어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고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조: 처음에는 박지영 선배님이 되게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적당선 이상을 넘지 말아야겠다 했는데, 처음부터 미경의 모습을 보여주시더라고요. 다정함을 넘어 깊게 파고들어오는 분이셨어요. 그래서 저도 다가갈 수 있었어요. 촬영현장에서 선후배를 넘어 동료로 어우러질 수 있었어요.  


허: 구체적으로 에피소드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조: 화장실에 숨어 있는 장면을 찍을 때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며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봤어요. 이 장면 말고도 많은데, ‘403호 강하준’(허정도 분)을 찾으려고 신림동을 뒤지는 장면 같은 경우는 텍스트가 따로 없어서 저희끼리 자유롭게 했어요.


관객: 미경이 모든 캐릭터에게 반말을 하는 설정이 흥미로웠어요. 그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미경이라는 캐릭터가 장벽을 내려놓는 방법 중 하나가 말을 놓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 사이에 많은 벽이 있지만, 빨리 정리하고 시작하자’인 거죠. 말을 놓는 게 벽을 허물기에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관객: 반전이 없다는 게 이 영화의 반전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스릴러물 같은 경우 무리하게 반전을 설정하는 경우도 많은데, 반전에 대한 유혹은 없으셨나요?


이: 처음에는 진짜 멋있는 반전을 써야지 생각하면서 1년 반 동안 반전만 생각했어요.(웃음) 근데 반전을 넣으니까 두 가지가 걸렸어요. 하나는 미경이 403호를 제외하고는 다 진심을 주는데, 반전이 생기게 되면 어쨌든 미경이 배신당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되니까 이야기가 별로더라고요. 또 하나는 403호 하준 캐릭터였어요. 저는 하준이 사회에서 치여 왔던 과정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이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게 된 이유가 사이코패스거나 미쳐서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할 때 ‘드라마’라고 해요. 코미디를 잘 쓰지 못했고 스릴러는 껍질만 가져왔어요. 하준이 싸우고 있는 사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관객: 개태의 본명이 있나요?


이: 엄마가 지어준 이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보육원에 맡길 때도, ‘개똥이’ 식으로 지어 놓고 갔을 거예요. 본명이 전개태입니다. 남들이 이렇게 자기를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관객: 미경이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고 나와요. 신발에 포인트가 맞춰진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요?


이: 하이힐에 대한 페티시가 있는 건 아니고요.(웃음) 고시원에 없는 신발이 뭘까, 없는 색깔이 뭘까 생각했어요. 칙칙한 공간을 바쁘게 다니는 빨간 신발. 그리고 하준 아내의 살구색 신발은 시간이 오래 지나 닳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문턱을 많이 드나든 느낌. 



: 배우 분들은 연기하면서 힘들 때가 있었나요?


조: 원래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액션신이 있었어요. 찍을 때 다리도 다쳤는데, 편집돼서 더 힘들었죠. 


이: 제 자식 덜어내듯이 잘라냈습니다. 


관객: 스릴러로 포장된 가족영화의 느낌을 받았어요. 기존의 가족 영화랑은 다르게 개태와 미경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 같았어요. 감독님은 영화를 통해서 새로운 가족 관계를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이: 저는 ‘익수’(김대현 분)의 아빠를 만들어 주는 것을 꺼렸어요. 미경을 독립된 존재로 남겨두고 싶었어요. 그리고 피로 섞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모여 살면 훨씬 나은 지점이 있잖아요. 그렇지만 시나리오를 쓸 때 대안 가족의 형태를 생각하고 쓴 건 아니에요. 다 쓰고 나니 개태랑 미경이 한 번 더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태를 미경의 미용실에 취직시켰죠.


관객: <족구왕>에서도 그렇고, 왜 하필 '벤츠'를 사용하셨나요?


이: 저희에게 후원이 온 것은 절대 아니에요. 그냥 좋은 차면 상관없었는데, <족구왕>에서 한 번 쓰였기 때문에 사용한 이유가 가장 커요. 미경이 봤을 때 좀 부러운 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허: 세 분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조: 내년 1월쯤에 <궁합>이라는 영화로 돌아올 것 같습니다.


백: 10월 초에 장편영화를 찍을 것 같고, 올 말쯤에 개봉하는 <싱글라이더>에 출연합니다.


이: 글을 다시 써야겠죠. 대반전이 있는 글을 써보고 싶네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요섭 감독이 말했듯이 <범죄의 여왕>은 스릴러의 껍데기를 쓴 드라마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맨션(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건물)의 누추한 모습은 그 무엇보다 영화 세트(가짜) 같지만, 지금 당장 서울 신림동에서 비슷한 곳을 찾아보라고 하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히 우리는 그곳과 그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범죄의 여왕>은 이 공간을 사랑스러운 인물들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한때는 사랑스러웠을 ‘하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범죄의 여왕>은 미친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는 스릴러가 아닌 인간들에 대한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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