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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소소대담] 2016.07 작은 울림이 있는 소소한 이야기, 더 깊고 다채롭게 함께 나누는 대화

by indiespace_은 2016. 8. 3.

 [2016.07 소소대담] 작은 울림이 있는 소소한 이야기, 더 깊고 다채롭게 함께 나누는 대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오랜만에 인디스페이스 관객기자단 ‘인디즈’ 다섯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 만남을 우리는 ‘소소대담’이라고 부른다. 약 한 달을 기준으로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한 영화를 들여다보고 각자 쓴 리뷰를 읽으며 영화에 대해 나누고 싶은 생각을 이야기한다. 각자의 영화에 대한 의견에 공감하는 부분도, 공감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거침없이 자신의 관점을 주장하기도 하고 영화 속 인상 깊은 장면을 자기 경험을 토대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각자가 느낀 생각과 감정은 모두 달라서 서로의 감상을 나누다 보면 흩어져 있던 영화의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7월 소소대담에는 총 4편의 영화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이현정 감독의 <삼례>, 이희원 감독의 <홀리워킹데이>, 오정미 감독의 <미스터 쿠퍼>, 문정현, 블라디미르 토도로비치, 다니엘 루디 하리얀토 감독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시: 2016년 7월 15일(금) @인디스페이스 관객라운지
참석자: 김은혜, 박정하, 김민형, 위정연, 김수영
*'소소대담'은 매달 진행되는 인디즈 정기 모임 중 나눈 대화 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삼례>는 영화 속 주인공이 무작정 낯선 장소인 삼례로 향하는 영화다. 개봉작 리뷰를 쓴 김민형 기자는 <삼례>의 쇼트를 분석하며 지역의 풍경이 철저히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묶여있다고 비판한다. 나아가 ‘지방의 식민지화’ 혹은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이라는 문구를 덧붙인다. 대체로 인디즈 내부에선 <삼례>가 아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박정하 기자는 “파편화된 이미지를 보여준다면 맥락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 혼자 만족한 일기처럼 느껴졌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연장선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이미지로 표현할 때 감독이 놓쳤던 지점, 고려해야 할 지점에 대해 이야기하며 짧은 설전이 오갔다. 한편으로 위정연, 김은혜 기자는 이선호 배우 연기에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미스 매치된 컷과 사운드의 결함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실험적인 색채가 여실히 드러난 영화라는 점은 모두 인정했다.


<홀리워킹데이>는 워킹홀리데이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다. 인디즈에서 함께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김민형 기자는 “영화를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한정해서 본다면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다르게 박정하 기자는 본인이 쓴 한줄평(“꿈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보다 그것이 진정 나의 꿈인가”)을 언급하며 “꿈을 이뤘는지 못 이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꿈이 진정 자기 꿈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나아가 박 기자는 주체적으로 꿈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영화가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연장선에서 영화에 공감을 표하는 기자도 있다. 김수영 기자는 “열심히 하려는데 잘 되지 않는 모습, 내 선택보다는 이미 사회가 만들어 놓은 곳에서 움직이는 게 나와 비슷하다”고 말하면서, “문제는 많은데,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에서 알려주는 게 적지 않다”며 워킹홀리데이의 문제점과 함께 영화의 가능성을 지적한다.


<미스터 쿠퍼>는 마냥 달콤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현실적인 연애를 잘 그려낸 영화다. 김민형 기자는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게 스토리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나 단면은 아니었을까”라며 운을 띄웠다. 이에 박정하 기자는 “주인공 간에 소통된다고 느꼈던 지점이 단 하나도 없다. 성별 차이로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단정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해야 한다”며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위정연 기자 또한 “여자 혼자 끝까지 책임을 진다. 남일 같지 않다”며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박정하 기자는 “사람을 만나고 사랑할 때 기쁨과 함께 슬픔도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고동락(同苦同樂)이란 말이 어울린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섹스의 문제에서 ‘고(苦)’는 왜 철저히 여성의 몫이어야 하나” 박 기자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젠더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 정확히 지적한다. 여러 맥락에서 <미스터 쿠퍼>의 결말부는 다소 아쉽다. 그렇지만 연애에 관한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영화는 계속 나와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경계>는 ‘비디오레터(영상서신)’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경계에 놓인 사람과 풍경을 보여준다. 개봉작 리뷰를 쓴 위정연 기자는 “에피소드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 하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싶은데, 그냥 단면만 보여주는 느낌이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으로 위 기자는 “문정현 감독이 10년 동안 찍은 레자 아주머니의 사연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니 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수영 기자는 감독의 재일조선인 삼촌 이야기를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로 꼽았다. 김 기자는 “큰 구조 안에 존재하는 경계가 개인에게 어떤 아픔으로 다가오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이 연장선에서 박정하 기자는 “누구를 타자화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에 대해 생각하기에 좋은 형식이다”며 경계 자체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영화라고 평했다. 이에 김민형 기자는 “너무 많은 에피소드가 나와 아쉬운 점도 있지만, 세 감독의 단독 작품이 더욱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인디즈 6기 활동이 이제 거의 끝났다. 6개월 동안의 활동을 통해 인디즈 구성원은 어떻게 성장했을까? 물론 만족할 정도로 변한 부분도 있지만, 끝까지 아쉬움을 남기는 지점도 있다. 다만 확실한 건 인디즈 활동을 통해 우리들은 영화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며 계속해서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함께 나눴다는 것이다. 다양한 기획 기사 아이템을 위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새롭고 낯선 영화들을 애정을 가지고 꼼꼼히 들여다 봤다. 좋은 영화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인디즈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더 좋은 글을 쓸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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