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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서로에게 더 가까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모인 시간 <수색역>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4. 14.

서로에게 더 가까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모인 시간  <수색역>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4월 7일(목)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최승연 감독 | 배우 이진성, 김시은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관객기자단 [인디즈] 채소라 님의 글입니다.


목요일 저녁 늦은 시간, 인디스페이스에서 <수색역> 인디토크가 있었다. 인디토크를 위해 참석한 배우 이진성, 김시은 그리고 최승연 감독은 <수색역> 상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며 상영관 문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뒤이어 도착한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가 먼저 입장해 마이크를 들어 인디토크를 진행했다.



진명현 대표(이하 진): 먼저 제 옆자리에 앉아계신 최승현 감독님 인사 부탁 드립니다.


최승연 감독(이하 최): 와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이진성 배우(이하 이): 안녕하세요. 호영 역을 맡은 이진성이라고 합니다. 오늘 못 온 배우대신 해줄 수 있는 이야기 잘 해보겠습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웃음)


김시은 배우(이하 김): 안녕하세요. 저는 선미 역할 맡은 김시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진: 함께 자리하지 못한 배우님들이 계셔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지만 그래도 감독님과 두 배우님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감독님이 관객 분들 드리려고 특별한 선물 가져오셨다고 해요. 끝까지 자리에 함께 해주시면 나갈 때 감독님과 배우 분들이 선물로 직접 드릴 거에요. 보석이나 먹을 건 아니고요.(웃음) 감독님께서 직접 작성하신 보도자료에요. 거의 5년 간 감독님이 <수색역> 만들면서 개봉까지의 심경을 담은 아주 진귀한 글 자료이니까 여러분들 꼭 챙겨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감독님과 그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5년 동안 함께 했던 영화고 개봉이 졸업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개봉을 했는데 소감이 어떤가요?


최: 소감이 사실 매번 달라져요. 개봉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 때는 개봉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그 다음에는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언론 시사회 후에는 생각보다 기자님들의 반응이 좋아서 기뻤고요. 개봉을 해서, 봐주셔서, 관객들께서 여기에 앉아계셔서 행복하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진: 배우님들은 어떤 기분인지 한 말씀 해주세요.


이: 저는 스물 여덟에 오디션을 봤고 스물 아홉에 크랭크업을 했죠. 그리고 지금 서른 하나가 됐어요. 20대 때 한 작품인데 30대에 개봉이 됐어요. 그만큼 오랫동안 기다렸고 고대했던 작품인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영화가 더 잘나와서 기분 좋아요


김: 장편 영화를 처음 찍은 거였어요. 그래서 촬영도 재미있게 하고 빨리 개봉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요.(웃음)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됐고 이렇게 GV도 할 수 있게 돼서 좋습니다.



진: 한 분 한 분 소중하죠. 한국 독립영화의 귀한 관객 분들이고, 특히 인디스페이스에서 보신 분들은 더 힘 얻으면서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독님과 두 배우님들, <수색역>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느낌이셨는지 이야기 들어보고 싶어요.


최: 처음 오디션 시작할 때 받은 리스트가 1,000개는 넘을 거예요. 거기에서 추려요. 오디션을 하면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을 찾는 거기 때문에 지루한 작업이기도 해요. 근데 이진성 배우가 군복을 입고 들어왔어요. 오디션 같은 경우에는 뭐랄까 평준화가 돼있어요. 근데 ‘뭐지?’ 하고 시선을 끌었죠. 예비군을 다녀왔고, 원래 그 일정 때문에 못 오는 오디션이었는데 총 10,000발을 쏘고 조기 퇴소를 해서 빨리 달려왔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들어올 때부터 기뻐하고 좋더라고요. 연기를 하는 데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의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를 했고 또 굉장히 잘 해서 그날 가장 인상에 남았어요. 두 번째, 세 번째 불렀을 때도 연기를 잘 했어요. 이미 학교에서 연기를 했으니까요. 그래서 진성이를 앉혀놓고 ‘호영’뿐만 아니라 ‘상우’나 ‘원선’ 역할까지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연기를 잘 했어요. 첫 인상은 ‘연기를 잘 하는 친구’였습니다. 연기 경력이 대중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학교에서 많은 공부를 했다는 걸 알 수 있었고요. 김시은 배우의 경우, 저희가 ‘선미’ 역할을 찾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 제가 원하는 여배우는 안 한다고 했고요. 선미 역 오디션은 제가 참여하지 않았고 연출부가 진행했어요. 당시 캐스팅된 배우들끼리 리딩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고요. 그때 연출부에서 괜찮은 친구가 있다고 영상 한 번 보라고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리딩할 때 같이 맞춰보자고 했고 그게 첫 만남이었어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정식 오디션을 거치지 않았고 예의에 어긋난 질문도 많았을 거에요. 그런데 잘 어울렸고 맞춰보는 데에 있어서 느낌도 좋았습니다. 역시 연기를 어느 정도 했기 때문에 자세 등이 되게 좋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진: 꽤 오래 전 이야기인데 감독님 기억이 꽤 또렷하시네요. 오디션부터 얼마나 강렬한 첫 인상이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답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두 배우는 영화 보셔서 아시겠지만 <수색역>이라는 영화 속 사건에 발단을 제공한 주인공과 그리고 그 엄청난 친구들의 사건을 목격한 친구들이기도 해요. 사실 쉬운 연기가 어디 있겠냐 마는 두 분이 연기한 캐릭터가 쉬웠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거든요. 이 캐릭터를 위해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셨는지 여쭙겠습니다. 선미 역할이 특히 되게 세다고 생각해요. 그 가운데 손가락의 제스처가 생생하게 살아있을 만큼.(웃음) 그게  김시은 배우에게 도전이 아니었을까 싶거든요?


김: 이런 질문 들어오면 항상 저 먼저 시키더라고요.(웃음) 저는 정말 양면적인 마음이 있었어요. 너무 하고 싶은 반면에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19금 장면이 있었고 영화적으로 경험이 없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피해를 줄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리고 말씀 하신 대로 도전이었어요. 영화 상에서 어떤 모습일지 여러 생각이 들었는데 마음으로 끌렸던 역할이었어요. 감독님이 ‘이미지는 세 보이지 않은 애가 센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부담감을 줄이고 현장에서 즐겁게 했습니다.


이: 저는 사실 호영이란 인물이 가장 무난한 인물이라고 생각을 해요. 반면 나머지 역할은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게 없었어요. 감독님께서 ‘호영이는 1등이 아니고 2등으로 잘하는 친구’라고 하셨어요. 2등을 표현하기가 얼마나 힘든지.(웃음) 그리고 아마 못 느끼실 수도 있는데요, 호영이는 그 지역에서 가장 멋을 아는 애예요. 그래서 의상팀이랑 계속 이야기를 했어요. ‘팀장님, 이게 가장 부티 나는 옷인가요? 수색 쪽에서?’ 같은 이야기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게 수색스타일인지 뭔지 굉장히 난해했어요. 그렇지만 촌스러운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바보처럼 가지 않으려고 했었어요. 절충안을 찾으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진: 배우님들이 굉장히 꼼꼼하게 참여하셨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두 배우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진성 배우님의 관조하는 듯한 그 눈이 있죠. 사실 친구들 중에 먹이사슬의 가장 위에 있거든요.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 인물이기도 하고. 시은 배우님도 분노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아주 멍하면서도 뭔가를 다 알고 있는 듯한 눈빛이 있어서 두 배우님들의 눈빛 연기는 되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감독님, <수색역>은 욕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예고편도 제대로 못 만들 정도였다고 들었어요. 마지막까지 편집하실 때 고민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최: 시나리오 쓸 때 욕을 많이 넣어야지, 빼야지 생각하고 쓰진 않거든요. 감정적으로 써지기 때문에 염두를 못 했어요. 그리고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모니터링 할 때 ‘욕이 너무 많다’ 혹은 ‘영화가 세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언론 시사회 이후에 조금 애를 먹었죠. 왜냐하면 예고편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부분에 욕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대사도 지우게 됐고. 특별히 신경을 쓰거나 그렇다고 안 쓰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 초반에 음악이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배경음악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 제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음악 감독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있어요. 초반에는 생각만큼 음악이 잘 나오지 못 했어요. 말로 설명하는 게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후반부로 갈수록 화려하지 않고 음악 같지 않으면 좋겠다고 음악 감독님한테 많이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관객: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오늘이 세 번째 관람이었어요. 상우라는 캐릭터가, 주변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그냥 관객들이 보기에는 또라이 같아요. 상우를 연기한 공명 배우한테 어떤 디렉팅을 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최: 공명 배우의 연기가 되게 좋았어요. 실제로 보면 밝은 친군데 연기 들어가면 무서운 집중력이 나와요. 별다른 디렉팅을 안 했어요, 너무 잘해서. 공명 배우 말고 다른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진: 독립영화를 계속 봐 오신 분들은 공명 배우님이 민용근 감독님의 <얼음강>(2012)이나 김경묵 감독님의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3)를 생각하셨을 텐데,  <수색역> 보고 나서 굉장히 깜짝 놀라셨을 것 같아요. 공명 배우는 사슴 같고 밝은 사람인데, 얼마나 이 역할에 많이 애정을 가지고 연기했는지 알 수 있겠어요.



관객: 저는 독립영화를 처음 봤는데, 충격을 좀 받았고, 이런 질문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재미있었어요. 상우에게는 애정 결핍이 있는데 영화에서는 극단적으로 표현을 했어요. 감독님께서 이야기하고 싶으셨던 게 뭔지를 듣고 싶습니다.


최: 우정, 열등감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관심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상우 같은 애가 제 주변에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친구들에 대한 관심이나 그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진: 상우가 싫은 게 아니라 애잔하게 느껴지는 캐릭터라서 마지막에 비극이 더 힘들게 다가오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관객: 선미 캐릭터는 계속 자는 모습으로 나와요. 어떤 의미로 그런 캐릭터를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최: 만사 귀찮은 친구에요. 좋은 게 좋고, 내 옆에 부모님이든, 친구든, 남자든 있으면 있는 거인 거죠. 


김: 저는 의미부여를 하고 싶었어요, 자는 것에. 근데 감독님한테 물어보니까 그냥 잠이 많은 애라고.(웃음) 무기력증에 걸린, 삶에 뚜렷한 목표 의식 없이 하루하루 그냥 사는 캐릭터라고 말씀을 해주시니까 역할이 잘 들어오더라고요. 


진: 관객 분들도 대단하게 느끼셨겠지만 남자 주인공들은 전사를 통해서 궁금증이 해결되는 부분이 있는데, 선미는 오로지 김시은 배우가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감독님과 배우님들께 끝 인사를 청하며 마무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김: 저는 관객과의 대화를 오늘 처음 해봐요. 단편영화 상영할 때 무대인사 나와서 하라고 하면 쑥스러워서 못했는데, 이렇게 이야기 나누고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 저희 영화뿐만 아니라 여기서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로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에서 분명히 좋은 영화 좋은 배우 분들이 나오 거든요. 저 또한 나중에 잘 돼서도 꾸준히 독립영화 계속 하려고 하거든요.(웃음) 감사합니다.


최: 저희가 가장 많은 홍보를 할 수 있는 자리가 GV예요. 힘이 된다는 말씀을 꼭 하고 싶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진: 힘 있는 연출을 할 수 있는 신인 감독과 뚜렷한 인상을 남긴 귀한 배우들이 만난 것 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어느 때보다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최승연 감독이 직접 작성한 보도자료를 관객 한 분 한 분께 나누어 드리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이진성 배우가 관객들과 사진을 찍었다. 촬영을 끝내고 개봉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최승연 감독의 사연과 이진성 배우의 열정, 김시은 배우의 노력이 고스란히 피부로 와 닿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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