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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소꿉놀이> : 절대 녹록치 않은 어른들의 소꿉놀이

by indiespace_은 2016. 3. 3.




 <소꿉놀이줄 관람평

김은혜 | 절대 녹록치 않은 어른들의 소꿉놀이

박정하 | 이토록 솔직한 그녀에게 박수를!

채소라 | 임신이라는 빅뱅, 육아라는 지진, 그것들에 휘둘린 젊은 남녀의 우주

김민형 | 여러 역할이 공존하는 전쟁 속에서 꿋꿋이 '나'로 생존하기 위한 기록의 투쟁

위정연 | 수많은 역할 속 진짜 '나'는 어디에?

김수영 | 인생의 소꿉놀이, 그 끝엔 내가 있기를



 <소꿉놀이리뷰

<소꿉놀이> : 절대 녹록치 않은 어른들의 소꿉놀이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영화가 아닙니다. 100% 실화입니다.


자유로운 영혼의 23살 여대생 ‘수빈’은 임신테스트기의 결과로 인해 결혼이라는 생각지 못했던 길을 걷게 된다. 시댁에 들어가 출산 준비를 하고 아이를 낳아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서 번역 일을 하고 대학교도 다니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내 집처럼 편하게 있으래서 정말 편하게 있었을 뿐인데, 시어머니의 눈치를 보게 되는 순간부터 집안에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 뮤지컬 배우였던 남편은 요리사가 되겠다며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수빈은 이 소꿉놀이에서 알 수 없는 미로 속으로 점점 빠져든다.



아무리 시대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결혼 생활은 여전히 여성에게 혹독하다는 걸 영화는 경험의 근거로써 증명하고 있다. 수빈은 대학생이면서도 일을 하는 직장인이고, 여전히 원대한 꿈을 지닌 청년이다. 사회적 책임감을 가진 한 인간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라도 아기가 생기면 아이가 우선이고 나는 없어진다. ‘내가 과연 엄마가 될 준비가 되어있을까?’라는 질문을 고민하기도 전에 나는 엄마가 되어있어야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만 한다. 육아는 9시 출근해서 6시 ‘칼퇴’하는 직장이 아니다. 매일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풀 근무를 해야 하는 직장이다. 그런 직장에 입사하면 사직서는 쓸 수 없고 막중한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일을 해야만 한다. 그동안 딸 역할만을 맡았던 소꿉놀이에서 이제는 엄마 역할을 시작하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여자뿐만 아니라 ‘남편’이자 ‘가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남자에게도 해당될 것이다.



수빈은 자신의 소꿉놀이에서 능동적이면서도 수동적이다. 아무리 발버둥 치며 ‘여기서 내가 주인공이야!’를 외쳐도 결국엔 수동적으로 주어진 놀이를 성실하게 수행하게 된다. 고부갈등부터 시작해 결혼 생활에서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나’ 자신이 누구고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 건지 내면적으로, 외면적으로 끊임없이 갈등한다. 진부하게만 들렸던 ‘나도 하고 싶은 거 많은 사람이야’가 이제는 진심어린 비명으로 들리게 되는 건, 바로 현실성 100%인 이 영화 때문일 것이다.



젊은 감독답게 재기발랄함이 넘치는 영화이나, 사실감 넘치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우리는 커다란 돌덩이를 하나 짊어지게 되었다. 아마 누군가는 공감을, 누군가는 걱정을, 누군가는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영화는 모성애를 강조하는 여성상 혹은 육아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당장 눈앞에 닥친 새로운 현실 속에서 나 자신을 찾으려 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 개인을 보여준다. 아마 수빈뿐만 아니라 엄마, 그리고 시어머니 역시 한 때 겪었던 일련의 과정이었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사건 이후 겪게 되는 그런 과정들을 결코 당연하게만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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