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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전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 현재 진행형의 기록 <나쁜 나라>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2. 23.

기획전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

현재 진행형의 기록  <나쁜 나라>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2월 20일(토) 오후 4 30분 상영 후

참석: 김진열 감독

진행: 백재호 감독 (<그들이 죽었다>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민형 님의 글입니다.


나라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민중이다. 제목 그대로 <나쁜 나라>는 정부에 대한 분노이자, 민중을 향한 외침이다. 세월호를 잊어가는 많은 이들에게 잊지 말자고, 더는 나쁜 나라로 만들지 말자고 외치는 목소리이다. 함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지난 토요일,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 기획전에서 <나쁜 나라>의 김진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백재호 감독(이하 백): <나쁜 나라>를 처음 기획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진열 감독(이하 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며칠간은 TV와 인터넷으로 상황을 지켜봤어요. 그러던 중에 기록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안산 시민단체 쪽에서 왔어요. 처음에는 워낙 큰 참사였기 때문에 그 현장에 간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렵다고 말씀드리고 다른 작업자를 찾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러던 중, 안산 시민단체 쪽에서 20~30년 후에 세월호 참사를 연구하는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기록 작업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어느 정도 부담을 덜면서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그 전에 안산 지역에 인연이 있는데, 안산에서 6년 전부터 소수자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어요. 제가 교육하던 지역이 안산 단원고 아이들이 많이 움직이는 장소였어요.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거리에서 마주쳤을 아이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하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백: <다이빙벨>(2014) 이후 세월호에 관한 영화가 나오지 않은 걸 보면서, 제작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를 만들 때 유가족의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거부감이 들 수 있고,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지잖아요. <나쁜 나라>를 제작할 때 유가족들이 도움을 주시거나 자문을 주신 게 있었나요?


김: 처음 시민단체 쪽의 요청을 받아들인 뒤 저희가 제안했던 게, 유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기록을 하겠다는 거였어요. 가족협의회의 동의를 얻는 과정이 한 달 정도 걸렸던 거 같아요. 그 동의를 얻는 과정에는 안산 지역에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많이 컸죠. 그 당시 언론과 카메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많이 있으셨는데, 기록이 중요하다는 부분을 안산 시민단체 분들이 많이 얘기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도 가족들 기록을 하다 보면, 현장 활동을 기록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시기도 했어요. 시간이 꽤 흐른 뒤, 가족들이 ‘우리 옆에 남아 줬으면 좋겠다’, ‘당신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는 그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나쁜 나라> 개봉을 하고 관객을 만나는 과정에서 작업자로서의 기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족들이 이 영화를 통해 시민들을 만나게 됐다는 기쁨이 좀 더 큰 것 같아요.


백: <나쁜 나라>는 관객들의 티켓 나눔이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혼자 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보여줌으로써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진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게 한 것 같아 티켓 나눔은 그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이 영화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으신지, 아니면 기록에 의미를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김: 처음에 기록 측면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희와 안산 측에서 이야기했던 게,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로 완성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죠. 동의했고, 저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어떤 게 있을지 생각하게 됐어요. 기록을 3개월 정도 하면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과정을 의도와 주제로 정리했죠. 그 후에 가족들이 물어보면, 우리의 주제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유가족의 활동’이라고 말씀드렸어요. <나쁜 나라>의 경우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지만, 그럼에도 어떤 다큐멘터리든지 연출자의 의도는 분명히 있어요. 그 의도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고요.


관객: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혹시 지금도 후속으로 어떤 작품이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고민 중에 있어요. 관객을 만나면서 가족들의 활동을 영상으로 선보이는 게 가족에게, 관객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추후 계획은 몇몇 분한테 의논을 드린 단계로 아직 기획 단계에 있어요. 그리고 대안매체가 세월호 참사 기록에 큰 기여를 했어요. 저는 대안매체 활동가를 만나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거든요. 이후에도 꾸준히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또 가족 안에도 ‘416 TV’라고 유가족이 운영하는 방송이 있어요. 그 아버님과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세월호 참사 416 연대 안에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구성된 ‘미디어위원회’도 있어요. 이곳에서는 2주기에 맞춰서 세월호 옴니버스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4월에 <업사이드 다운>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하게 세월호 참사에 관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어요.


백: 유가족과 같이 관객을 많이 만나셨어요. 관객과의 대화 중에 기억나는 질문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는지요.


김: 가족들과 함께 다니다 보면, 관객들은 가족들이 현재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궁금해 하세요. 가족들은 저한테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관객에게 하시더라고요. 공적인 공간에서 본인을 지지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안에 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 같아요. 어떤 어머니는 GV 끝나고 나서 저에게 ‘저 화면 속에 있는 사람이 참 슬프네요’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본인의 모습을 객관화시키는 거죠. 마음이 좀 그랬어요. 그래도 영화를 6번 본 다른 어머니는 영화를 보고 나서 자신의 지난날을 많이 생각해봤다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과거에 조금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하는 생각으로 앞으로 좀 더 주체적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이 영화를 보면서 지난 시간에 대해서 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올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을 거 같아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가족들이 말씀해주세요.


백: 영화를 처음 접할 때 <나쁜 나라>라는 제목, 세월호라는 소재의 무거움 때문에 절 더 분노하게 하는 영화를 기대했었어요. 근데 잔잔한 분위기로 가족들이 활동하는 걸 가까이 보는 거여서, 약하다, 강력하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오늘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면서 그때 가진 생각이 달라졌어요.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저 당시 나는 저기서 무엇을 했는데, 지금은 뭘 하고 있지. 한 아버님의 인터뷰 중에 다른 참사가 있었을 때 외면했는데 그때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참사가 일어난 거 같다며 지금 이걸 하는 건 본인과 죽은 아이뿐만 아니라, 앞으로 여러분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하셨을 때 한 번 더 마음을 다지는 시간이 되었어요. 완성도를 떠나 소중한 다큐멘터리라는 생각을 했어요.


김: 영화의 완성도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마음의 표현으로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한편으로, 가족들이 배상, 보상을 받고 활동을 멈춘 게 아니라 끝까지 싸우겠다며 아직 거리에 계시고, 가족들의 활동이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나쁜 나라>를 찾아주시는 거 같아요.


백: 얼마 전에 유민 아버지가 경제적 상황으로 운동을 중단하신 걸 보고 마음이 아팠는데, 현재 운동하시는 유가족을 위해서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알고 싶어요.


김: 가족들은 우선 ‘노란 리본 달아줬으면 좋겠다.’, ’농성장 상황을 공유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요. 현재 유민 아버님을 비롯한 많은 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지원해주고 싶은 분들도 계신 거 같은데요. 이제 ‘416 가족 협의회’가 사단 법인으로 됐어요. 조만간 후원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어요. 여유가 되시는 분들은 가족 협의회로 후원을 해주시면 가족들이 이후에 계속 활동하시는 데 큰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백: 마무리 발언 부탁드립니다.


김: 언젠가 분명히 세월호 침몰의 이유,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날, 제가 스스로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가족들 옆에 있든, 가족들과 좀 떨어져서 다른 일들을 하든, 세월호 참사에 마음을 놓지 않고, 제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한 꾸준히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거 같고, 이 자리에 오신 분들도 그런 마음이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렇게 함께 해주는 게 연대의 표현이라 생각해요. 나중에 우리 모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도록 힘 모아서 함께 했으면 합니다.


세월호를 잊는다면 <나쁜 나라>는 계속 나쁜 나라로 남는다. 나쁜 나라를 좋은 나라로 바꾸기 위해서는 세월호를 잊지 않아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삶 속에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작은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감독의 말처럼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날 부끄럽지 않기 위해 힘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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