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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기획전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 <잡식가족의 딜레마>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2. 22.

기획전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  <잡식가족의 딜레마>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2월 19일(금)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황윤 감독

진행: 조세영 감독 (<자, 이제 댄스타임>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위정연 님의 글입니다.


이번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화제였던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 인디토크가 진행되었다. 누구나 좋아하고 즐겨먹는 ‘고기’, 그것에 대해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어두운 이면의 현실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육식은 이제 더 이상 외면 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다. 조세영 감독의 진행 하에 황윤 감독과 함께한 인디토크는 이 영화의 탄생 비화부터 미처 몰랐던 속사정까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금 여기,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다큐멘터리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조세영 감독(이하 조): 황윤 감독님을 모셨습니다. 이번 작품은 어떻게 찍게 되셨어요?


황윤 감독(이하 황): 제가 야생동물에 관한 영화를 만든 적이 있어요. 벌써 15년이 흘렀는데요. 그 후로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세상에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다루는 다큐가 많지만,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2009년에 아이의 엄마가 되면서부터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구제역 살처분이 전국을 휩쓰는 시기에, (동물보호단체 ‘카라’ 대표이기도 하신) 임순례 감독님의 전화를 받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마침 ‘육식의 종말’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더욱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이 천안이라, 근처에 살처분이 행해지고 있다 들어서 현장에 방문을 했습니다. 처음엔 거센 바람소리인 줄 알았던 ‘끼익-’하던 소리가 알고 보니 돼지들의 비명소리였어요. 그렇게 영화를 찍기 시작했고, 작년 5월, 4년 4개월 만에 최종본이 나와서 개봉을 했습니다.


조: 그래서 임순례 감독님은 그 후에 어떤 영화를 만드셨나요?


황: <미안해, 고마워>(2011) 옴니버스를 만드셨죠.


조: 많은 관객 분들이 엔딩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실 텐데요.


황: 여러 관객 분들도 궁금해 하셨는데요, 마지막에 제가 받은 선물은 그야말로 ‘선물’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냉장고에 넣고 몇 달을 고민했어요. 결국, 남편에게 선물로 주었습니다. 


관객: 저희 아이들은 이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특히 돼지가 새끼를 낳고, 거세당하는 걸 보면서 충격을 받은 것 같아요. 작년에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다른 영화들도 보고나서, (고기를) ‘감사하면서 먹자‘는 게 저만의 타협점이에요. 이런 문제들을 보면서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어야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가족들 간의 딜레마는 어느 집에서나 벌어지게 될 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음식을 제공하는 엄마로서 그런 문제를 더 느끼는데요, ’타협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황: 제가 영화에서 정답을 말하지 않았듯이 선택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채식주의자도 종류가 다양하거든요. 유연하게. 밖에서는 (고기를) 안 먹고, 집에서는 잘 키워진 고기를 먹는다거나 아니면 반대로 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어떤 결론을 짓기보다는 이런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짚고 싶었고 화두를 던지고 싶었습니다. 저 또한 흔쾌히 농장 편을 들 수도 없었습니다. ‘단가’라는 것 때문에 농장에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해답은 먹는 소비자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관객: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돼지생각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이 자본주의 시스템을 피해갈 수 없는 우리는 과연 어떤 소비자로 살아야 하는가의 고민이 들었습니다. 


황: 중요한 지적이에요. 저도 처음엔 돼지에 대한 영화를 찍었는데, 계속 고민을 하다 보니 나중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의 문제까지 가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선언이었어요. 사회에서 무의식중에 강요하는 이데올로기가 굉장히 많아요. 축산업 쪽에서 대량화 시설을 갖춰야지만 국가에서는 예산을 지원합니다. 그러다보니 고기의 소비가 높아졌고 심장병, 암, 뇌졸중의 통계 그래프가 늘어났습니다. 누군가가 강요하는 시스템 속에서 탈출하는 것이 곧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선택이구나 느꼈습니다. 



조: 감독님이 이번에 녹색당에 비례대표로 출마를 하셨어요. 


황: 인간의 운명이란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웃음)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판을 떠날 생각은 아닙니다.


관객: 육고기만 안 먹은 지 11개월째입니다. 책을 읽고 내가 생각했던 현실과 실제 까발려진 현실 간의 괴리를 느낀 후 고기를 끊었습니다. 회식이나 어려운 자리에 갈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사소한 질문인데요, 감독님이 하는 행동의 추진력을 주는 에너지는 뭐가 있을까 궁금합니다. 또 축산업 쪽의 외압은 없었나요?


황: 개인적으로 금기시 되는 문을 들어갔을 때, 두려움이 많이 들었어요. 실제로 국내 PD님한테 여쭤봤을 때도, 이 사안 관련 방송할 때 업계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일 상영을 많이 했던 작년엔 아무 일 없었어요. 제가 공장축산을 악의 축으로만 그리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기획의도도 충분히 말씀드렸고, 몰래카메라로 찍지도 않았습니다. 제 고민으로 풀어나간 거죠.


조: 현재 추진하고 있는 건 있으세요?


황: ‘정의감’에 대해서 하고 있습니다. 제가 단순히 동물을 좋아해서 찍는 건 아니에요. ‘비인간 동물’에 대해서 찍을 때 왜 사람들은 단순히 호불호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사회적 약자이자 가장 억울한 존재는 ‘비인간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야생동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저의 편견이었어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셨는데, 저 또한 약간 그 피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


조: 아까 얘기의 연장선상에서 보자면, 돼지에 관한 얘기가 아니라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각자가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 주체성을 어떻게 확립해야 하는지를 계속 진동시키는 진폭제의 역할을 이 다큐멘터리가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에 인터뷰하신 분은 어떻게 섭외하신건가요? 또 모성애 얘기를 하셨잖아요. 이건 자칫 다큐멘터리의 의미를 희석시킬 수도 있는데요. 어떤 관객들의 경우는 너무 감정호소에 매달린다고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황: 단순히 돼지들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인간과의 관계, 바이러스로 인한 생존의 피해를 함축하고 싶었어요. 또 하나는 살상에 동원된 사람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 얘기를 하려고 했어요. 크레파스 그림은 살처분에 동원되었던 군인들의 그림이에요. 그 군인들의 인터뷰 중 이런 게 있었어요. 처음엔 너무 하기 싫어서 회피했는데, 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나중엔 즐기기까지 했다고요. 평상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단계까지 간 것이죠. 그 중에서는 과로하셔서 뇌출혈로 사망하신 분도 계십니다. 낮에는 살처분하고 밤에는 민원 업무 해결하느라 과로에 걸리셨어요. 제가 인터뷰를 한 분은 이 문제에 대해 알리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신 분입니다. 모성애의 경우, 모성애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생명체를 키우는 인간과 돼지는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십순이의 출산을 보며 나의 출산이 떠올랐고 또 십순이의 인내심에 감탄했습니다. 여성 페미니즘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좀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조: ‘홧병’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인터넷 댓글에서 특히 많이 보게 되는데요.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은 분노로 해소를 하는데, 그 분노의 대상들은 곧 약자가 되죠. 또 그 중에 극단적인 약자는 동물, 어린이, 여성입니다.


황: 미국에서는 FBI가 동물살해하는 사람을 강력범으로 취급합니다. 엽기살해자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모두 ‘방황’과 ‘동물학대’를 합니다. 그 동물학대가 곧 사람들에게 전이된다는 점을 미리 알고, 미국은 강력하게 단속시킵니다. 하지만 반대로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의 권리보다 그 주인의 소유권이 더 강조됩니다. 동물을 전혀 구출할 수가 없어요. 



조: 도영이 급식 문제는 요청을 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황: 그 점이 가장 어려웠어요. 유치원 급식 또한 매일 고기만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간식을 매일 아침마다 싸줍니다. 오히려 이 급식만 먹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선택권을 제한하는 문제예요. 공장축산에서 수많은 약병이 굴러다니는 것을 봤고요, 그 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악취가 나고, 돼지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또 그런 스트레스 받은 돼지를 우리가 먹고 있고요. 실제로 광주에서도 그렇고 몇몇 도시에서는 선택 가능한 급식을 시행한 적이 있어요. 법으로도 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 남편 분은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으로 콩고기를 드셨는데요.


황: 이게 전자담배랑 비슷한데요, 이미 너무 고기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콩고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유럽은 전체적으로 채식으로 기우는 추세에요. 구글과 페이스북의 CEO들도 채식고기를 파는 기업을 인수했다고 해요. 우리나라도 조만간 그런 트렌드가 형성될 것 같습니다.


조: 남편 분의 마인드는 바뀌셨나요?


황: 채식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또 지금은 옹호적으로 바뀌었죠. 저에게는 고마운 사람이에요.


조: 다큐멘터리 업계에 떠도는 말로, ‘첫 단추를 잘 끼워라’는 말이 있는데요. 감독님은 현재 동물 소재로 15년 하고 계시고, 저는 섹슈얼리티로 15년 째 하고 있습니다.(웃음) 감독님께서 마무리 말씀 해주세요. 


황: 좋은 시간이었고 보람이 있어요. 현실로도 많이 퍼지게끔 같이 고민해주세요. 현재 스톨 없애는 것에 100만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녹색당에서 할 수도 있고, (동물보호단체) ‘카라’ 홈페이지에서도 바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관을 나서서 올라탄 버스는 이미 퇴근 시간이 훌쩍 넘었는데도 만원이었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통화 소리와 환기도 제대로 안 되는 공간 때문에 얼른 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던 와중, 문득 평생을 좁은 스톨 안에서 갇혀 지내야만 하는 동물들이 생각났다. 상상도 못하는 악취와 오물덩어리 사이에서 일평생 지내야만 하는 ‘사회적 약자’ 동물들은, 그 어떤 선택권마저도 모두 빼앗긴 채로 살아간다. 우리는 우리들의 자유로운 선택권으로 다른 약자의 그것을 짓밟고 말살해버리는 건 아닐까. 자연은 영원히 순환한다. 무심코 행하는 잔인한 관습들이 언젠가 결국 자신에게 다 되돌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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