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

온당하지 못한 사회에서의 외침  <불온한 당신>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2월 18일(목) 오후 8 상영 후

참석: 이영 감독

진행: 강유가람 감독 (<진주머리방>, <모래> 연출)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영 님의 글입니다.


요즘 우리사회에선 ‘혐오’가 절대다수의 정당한 폭력수단이 되어버린 듯하다. 따라서 ‘불온’이란 딱지로 소수를 배격하는 일이 그리 놀랍지 않은 현실이다. 소수가 다수 속에서 존재 자체만으로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모순적인 사회. 온당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영화에 담은 이영 감독이 지난 목요일, 2015년을 빛낸 독립영화를 보여주는 기획전 [2016 으랏차차 독립영화]에 영화 <불온한 당신>으로 인디스페이스를 방문했다.  




강유가람 감독(이하 강): 저는 영화를 두 번째 보는데 마지막 장면의 북춤이 가슴 아프고 영화를 찍은 감독님 또한 괴로웠을 순간이라 생각됩니다. 영화를 어떻게 기획하시게 됐는지 궁금한데요.


이영 감독(이하 이): <불온한 당신>은 2012년도에 기획해 2015년 9월에 완성했습니다. 2012년 영화를 기획할 당시 성소수자들이 ‘종북’이라는, 종북몰이가 공공연하게 또 다시 시작됐는데요. 심지어 ‘종북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어요. 실체 없는 종북몰이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꼈고, 이러한 종북몰이가 어디를 향해 갈지에 대해 지켜봐야겠다는 불안한 마음에서 영화를 기획하게 됐어요. 


강: 영화 속에서 성소수자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 특히 세월호와 관련된 사안을 외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탄압을 받는 상황이 나오는데요. 세월호 유가족과 퀴어축제 앞에서 끊임없이 시위를 벌이며 사회를 보는 남성의 등장은 혐오를 하는 세력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성소수자들까지 어떻게 혐오의 대상이 되는지 영화가 치밀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프닝엔 선배님이라 불리는 ‘이묵’씨가 나오는데 어떻게 만나 촬영하게 됐나요?


이: 2007년도에 10대 레즈비언의 성장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어요. 그 때 10대 레즈비언 친구들을 만나 작업을 했는데 당시 30대였던 저에게 그 친구들이 “30대에도 레즈비언해요?”라는 질문을 하더라고요.(웃음) 10대 레즈비언 친구들이 반가웠고 그렇다면 우리의 선배 세대들은 어떻게 살고 계신지 궁금했어요. 찾아봐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신문이나 책과 같은 자료가 없어서 70~80대 선배님들을 만나 뵙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소문이나 신문기사에서 선배님 같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분들을 50여분 넘게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 중 후배들을 위해 당신의 삶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씀하셨던 이묵 선배님을 만나 함께 영화 작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강: 이묵 선배님은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 그리고 영화를 보셨는지, 보시고 난 후에 어떤 반응이 있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선배님은 레즈비언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현실이 예전에 비해 현재는 많이 좋아졌다고 말씀하셨는데, 사실 영화 속에서나 현재 일어나는 상황들을 지켜보면 그렇지만은 않잖아요.


이: 선배님은 영화에 나오듯이 노후를 여수와 용인을 오고가며 보내고 계세요. 선배님 상황이 여의치 않기도 했고 영화 전체를 보여드려야하는데 보고 충격 받으실까 우려돼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선배님께 영화에 이런 장면들이 들어가고 선배님의 말씀이 어떻게 나올지 알려드렸을 때, 본인의 이야기가 후배들이 당당하게 사는데 도움이 된다면 어떤 부분이 들어가도 상관없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쿨 하셔서 ‘꼭 영화를 봐야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진 않았어요. 그렇지만 보여드리면 어떨지 걱정스런 마음은 있어요.



강: 영화 속에 등장하는 혐오세력들의 발언의 강도가 세고 폭력적이라서 영화 전체를 보여주지 못한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일본에 직접 가서 논과 텐 커플을 만나는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국내 상황을 보여주고 이묵 선배님의 일상을 따라가다가 일본이라는 공간으로 갔을 때,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논과 텐 커플 장면에서는 절실함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일본에서 촬영할 때의 이야기나 어떻게 그들을 만나게 됐는지, 누군가 보기엔 이 장면이 왜 꼭 들어갔는지 궁금해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이: 영화는 이묵 선배님의 이야기, 논과 텐의 이야기, 그리고 제 이야기로 이루어지는데요. 이묵 선배님과의 인터뷰에선 선배님이 살아오신 일상을 다룬다면, 제 이야기에서는 한국사회에서 혐오라는 현상이 어떻게 사회적인 사건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나는지에 대한 사회적 현상을 말하고 있어요. 일본을 통해서는 ‘쓰나미’라는 극단적인 재난 상황 속에서 성소수자의 삶은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고요. 

영화에도 나오지만 재난 상황에서 논과 텐 커플이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커밍아웃 밖에 없었어요.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리고 서로를 찾을 수 있는 보호 장치는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LGBT들의 상황은 일본도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아요. 결혼이 합법화 되어 있지 않고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해요. 그래서 재난상황을 거친 일본에서 LGBT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했고 친구들을 통해 그 커플을 만나게 된 거였어요. 인터뷰를 하다 당시의 상황을 물어보니 재난으로 피해 입은 사람들은 모두 대피소로 피난을 가야했다고 해요. 대피소엔 규정이 있고, 생존과 관련해 우선순위로 정해진 것들은 이성애자 중심적이기 때문에 만약 LGBT들이 대피소에 있다면 기존의 질서와 틀에 맞는 삶을 살아야 하는 거예요.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같이 호르몬 투여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그 곳에선 호르몬투여도 가능하지 않을 뿐더러 남성과 여성으로 분리되어 있고 가족단위로 나눠져 있어요. LGBT들에게 이러한 틀 안에서 맞춰 사는 것은 두렵고 힘든 일일 수 있죠. 이런 이유로 폐허에 남기로 결정한 LGBT들이 많았다고 해요.

재난으로 모든 일본 사람들이 위기를 맞았겠지만 LGBT 커뮤니티도 위기에 직면했어요. 커뮤니티 내부에선 커밍아웃을 하기 어려워 별칭을 쓰는데 이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서로를 찾기 어려운거예요. 연락이 두절됐을 때 찾을 수 없다는 좌절감을 겪으면서 LGBT 커뮤니티는 재난 상황 안에서 LGBT가 겪는 문제, 대피소 안에서의 상황들에 대해 대응할 활동들을 준비 중이라고 해요. 지진은 앞으로도 올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사회 속에서 살고 있지만 사회적 영향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끼지는 못하고 개인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안에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되면 사실 홀로 선 개인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런 점을 논과 텐 커플의 이야기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강: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일반인들에겐 당연하게 주어지는 것들이 성소수자에겐 ‘커밍아웃’과 같은 노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안타깝네요.


관객: ‘바지’씨로 살면서 겪은 힘든 일이 이묵 선배님의 인터뷰에는 드러나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영화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묵 선생님이 인터뷰 도중에 언급하신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이: 바지는 남자의 전유물이고, 이묵 선배님은 여자는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편견의 시대를 사신 분이잖아요. 쉽지 않은 삶을 사신 분이지만 지금은 70대이시기에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의 고통은 아닌 거죠. 현재는 현재의 삶이 있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선배님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14번의 살림을 꾸리시면서 겪은 14번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결국 혼자 남아 노후를 보내는 외로움이 아닐까 싶어요. 늘 저에게 “한 여자랑 오래 살아라. 그래야 돈도 모은다.”고 말씀하시곤 했어요. 선배님 세대가 20대에겐 조부모, 저에겐 부모 세대인데요. 선배님이 사셨던 그 당시는 현재보다 부모님의 보살핌이 적었고 10대 때부터 빨리 자립해서 살아야했기에 가족들의 간섭이 적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20대가 된 ‘치마’씨에겐 시집에 대한 압박이 있고 심지어 강제결혼이 이뤄지기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치마씨들이 도망쳐오고 바지씨들이 구출해 오는 일들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관객: 촬영기간이 3~4년이어서 촬영분도 많은데 최대한 개입을 하지 않으시려 노력하신 것 같아요. 내레이션도 중요한 부분에만 들어가 있고, 청와대 지붕 장면에서도 특별한 사운드 없이 담백하게 표현하셨고요. 그래서 편집하실 때 어느 정도로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시위현장은 주로 통제되는데 어떻게 찍으셨고 어려운 점은 없으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공중에서 아래를 보는듯한 풀 샷이 필요해서 30층 높이의 건물 옥상에 올라갔어요. 옥상 가장자리에 삼각대를 올려두고 촬영을 했는데 발을 헛디뎌서 떨어지면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죠.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이혜란 촬영감독님이 욕심이 많아서 목숨 걸고 찍은 장면들이 많아요.(웃음) 편집과 구성에 있어서는 많은 생각을 했어요. 삶의 이야기가 있고 사회적 현상이 사건이 되어가는 현장들이 있는데 사건과 삶을 어떻게 다룰지 구성상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수십 번, 수백 번은 바꿔봤던 것 같아요. 사실 현재 버전은 마지막 버전이긴 한데 만약 개봉을 한다면 또 다른 버전으로 준비해볼까 싶어요. 그 정도로 구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돼요. 그리고 이 이야기가 단순하면서도 복잡한데 무엇보다도 관객 분들이 쉽게 따라올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꼭 다뤄야하는 정보만 다루고 다루지 않아야 될 정보는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죠. 또 연출을 흥미롭게 하기 위해 혐오가 이뤄지는 공적 공간 안에서 행해지는 사람들의 혐오의 몸짓, 현상들을 집중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했어요. 관객들이 정보보단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관객: 저는 청소년 성소수자와 관련된 기관에서 일을 하고 있고 거리청소년을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의 추천으로 <불온한 당신>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영화에서 혐오 발언이 이뤄지는 현장과 사건을 전체적인 흐름으로 보여주는 것을 통해 “우리들은 활동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니 결과론적으로 얼마나 잘못됐는지 깨달았다”라는 말을 다른 청소년 단체 선생님들에게서 들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영화가 일종의 계몽을 시켜준 것 같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감독님께서 준비하고 계신 다음 작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우선 바지씨 선배님들을 계속 만나 와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불온한 당신>을 만들고 나서 영화에 등장하시는 분이 자신을 혐오주의자로 그렸다는 이유로 저를 고소해서 내일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갑니다. ‘이 이야기가 <불온한 당신2>가 될 수 있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촬영을 하고 있고요. 영화에 대해서 관심 가져주시면 영화가 힘을 얻고, 개인적으로도 용기를 내서 헤쳐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 감독님 개인이 영화의 화자이자 커밍아웃을 했고, 직접 일본에 찾아가 그곳의 상황을 보여주는 구성 때문에 이 영화가 파워풀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네요.


관객: 논텐 커플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 받는 차별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곳에 함께 살아있고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 말에 큰 위안과 감동을 받았어요. 감독님이 영화를 엮어내고 완성해가시면서 계속 떠올랐던 질문이 있으시다면, 그 질문이 영화를 마무리 할 때 어디 머물러 있을지 궁금했는데 이미 영화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 말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 사실 처음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질문보단 불안함이었어요. 이 사회가 나와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불안감, 레즈비언인 당사자로서의 불안감. 불안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해졌고, 더욱 두려워졌으며, 설마 했던 일들이 재현되는 현실을 보며 절망스럽기도 했어요. 영화에 나오는 혐오세력들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라’, ‘존재하되 드러내지 마라’, ‘침묵해라’라고 계속 종용하고 있잖아요. 그 상황에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이유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관객 분들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나누거나 제가 했던 것처럼 무언가를 시도하고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통해 관객 분들과 소통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던 거였죠.


강: 절망을 다뤘지만 영화의 끝에서 우리가 오히려 희망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긴 시간 함께 해주시고 좋은 영화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박수 한번 부탁드립니다.  




절대다수의 불통은 소수의 소통에서 변화의 계기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혐오’가 자연스러워진 사회이더라도 누군가의 행동과 외침이 사람들을 이끌고 소통의 창을 만들어준다면 상황은 언제든 개선될 수 있다. 인디토크에 끝까지 남아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들의 모습은 <불온한 당신>이 ‘온당하지 못한 사회’를 공론화 시키는 창구가 되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를 찾을 <불온한 당신2>가 기대되고 그 끝에서 ‘온당해져 가는 사회’를 기다릴 뿐이다.



Posted by indiespace_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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