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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화장실콩쿨> :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by indiespace_은 2016. 1. 13.




 <화장실콩쿨줄 관람평

차아름 | 한국사회에서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김수빈 | 버텨도 답없는, 헬조선의 변비 같은 삶

심지원 |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함

추병진 |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김가영 |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아저씨인 40대의 '희생'에 대하여





 <화장실콩쿨리뷰

<화장실콩쿨> :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독립·단편·애니메이션이라는 세 가지 조합은 영화관에서 상영되기 힘든 최악의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콩쿨>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여건을 뚫고 관객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독립단편애니메이션’에 낯선 당신이 이 작품을 그저 그런 애니메이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화장실콩쿨>은 러닝타임 30분 내내 관객을 완전히 몰입시키는 구성을 자랑한다.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재미는 물론이고 긴장감 있는 서사와 관객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만드는 결말은 이 영화의 결정적인 힘이다.



어린 딸과 아내를 미국으로 떠나보낸 기러기 아빠 상민은 지독한 외로움과 극심한 변비에 시달리는 직장인이다. 손꼽아 기다리던 딸의 귀국은 연기되고, 점점 불어나는 딸의 유학비용에 상민은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상민은 회사로부터 권고 사직서를 받는다. 느닷없는 권고 사직에 항의하고자 상민은 본부장을 찾아간다. 그러나 이미 내연녀와 여행을 떠난 본부장 최대구는 모든 연락을 무시해버린다. 다음 날, 참다못한 상민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본부장을 찾으러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각자 분노로 가득 찬 이들은 혈안이 되어 본부장을 찾는데...



<화장실콩쿨>의 매력 중 하나는 단순하면서도 일관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다. 한 눈에 봐도 인물의 성격을 알 수 있는 단순한 외모, 각 인물 특유의 독특한 대사와 목소리는 극의 재미를 살린다. 또, 전체적으로 유머를 겸비한 이 작품은 저마다의 매력을 자아내는 인물들을 통해 권고 사직이라는 진지한 문제를 다소 부드럽게 순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악역을 담당하는 본부장 최대구는 직원들을 내쫓는 악덕한 상사라기보다는 내연녀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부각된다.



하지만 이 영화를 관통하는 유머는 주인공 상민의 해피엔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상민에게는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 한층 늘어난 딸의 연주 실력은 오히려 상민의 슬픔을 극대화한다. 몸을 내던진 상민의 희생은 어쩌면 딸의 유학을 연장시키는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결국 어떻게 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기러기 아빠의 삶은 여전히 낫지 않은 변비와도 같다. 그러므로 제목 ‘화장실 콩쿨’은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최후의 슬픔을 함축적으로 담아낸다.


29분의 희극이 끝나면 결말에 해당하는 1분에 비극이 찾아온다. 이 작품의 매력이 29분에 모두 담겨있다면, 이 작품의 진짜 목소리는 나머지 1분에 담겨 있다.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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