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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인디토크(GV) 기록

by indiespace_은 2016. 1. 12.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  인디토크(GV) 기


일시: 2016년 1월 9일(토) 오후 8

참석: 이상우 감독 | 배우 김영건, 서현석, 신원호, 이광수

진행: 김헌 (이상우필름 배급/홍보)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친애하는 지도자동지께>는 이상우 감독이 젊은 배우들과 함께 만든 다소 도발적인 영화이다. 이 영화는 밑바닥의 삶, 폭력으로 점철된 일상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극단적인 이야기와 표현 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온 이상우 감독의 영화가 어떤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진행: 이 영화는 이상우 감독님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학생들과 함께 만든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밀도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3달에 걸쳐 합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독님께 이 영화의 의도에 대해서 간단히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상우 감독: 제가 영화를 많이 만들잖아요? 때만 되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되는데, 지난겨울에 3개월 동안 합숙하면서 힘들게 만든 영화입니다. 특별히 정치적인 내용은 없었어요. 그냥 한국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은 한계가 있으니 저예산 영화였죠. 또 저희 배우들이 톱스타도 아니고 (웃음) 꽃미남 나오는 청춘 영화를 만들 수도 없어서 이런 극단적인 영화를 만든 것 같습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 남자 세 명만 월북을 하잖아요? 함께 있던 여자 아이들은 왜 함께 따라가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상우 감독: 영화에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다보니 이야기의 초점을 남자 세 명에게 맞추려고 편집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부분은 많이 빼고, 또 다른 부분은 많이 집어넣게 되었죠. 주요 인물 세 명에게 집중하기 위해서 나머지 캐릭터들은 어쩔 수 없이 빼야 했습니다.


관객: 영화를 보면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이 많았지만 특히 어머니를 등에 업고 뛰는 장면이 길어서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굳이 이 장면이 아니더라도 배우 분들이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영건 배우: 제가 영화를 찍을 당시에 체력이 많이 약해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한번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올라가는 씬이 있었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길고 높다고 느껴졌어요. 결국엔 뛰어올라가서 씬이 끝나자마자 식은땀을 흘리고 구토를 했습니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신원호 배우: 영화를 보면 불량배들이 원했던 것은 노스페이스 패딩인데, 왜 바지까지 벗겼는지는 여전히 의문이고요. (웃음) 그날 정말 추웠는데 맨발로 뛰어다녔던 것이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서현석 배우: 극 중 저의 형이 목매달아 죽는 장면을 찍는데, 형이 매달렸던 그 나무에서 재가 계속 떨어졌어요. 우는 연기를 하다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재가 자꾸 입 안에 들어가서 NG가 계속 났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이광수 배우: 딱히 힘든 것은 없었고요.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굉장히 나쁜 모습으로 묘사되었네요. (웃음) 이렇게까지 악인일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세 배우들과 감독님 모두 고생 많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관객: <스피드>(2015)와 이 작품은 공통적으로 극단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 감독님에게 청춘이 어떤 의미였기에 이렇게 극단적인 설정들이 많은지 궁금합니다.


이상우 감독: 만약 이 세 배우들이 엑소의 멤버였으면 이렇게 안 찍었을 거예요. 제작비가 적으니까 항상 극단적으로 찍게 돼요. 그래서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무조건 영화제에 가야한다는 것밖에 없어요. 또 전주국제영화제에 가면 관객들이 꽉꽉 차있는데, 정식 개봉을 하면 관객이 한두 명 밖에 안 오셔서 미치겠습니다. 그래서 청춘 영화를 찍을까 생각도 하는데, 더 세게 만들어야 할지 아니면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할지 고민 중이에요. 돈 되는 영화를 찍고 싶습니다. 


관객: 이상우 감독님의 작품들이 대중적이지 않고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영건 배우: 제가 아는 분이 감독님밖에 없었어요. (웃음) “다 벗겠습니다.” 라고 말하고 찍었습니다.


신원호 배우: 저희가 20대에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쉽지 않잖아요? 저희는 시켜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감독님이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서현석 배우: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그냥 찍었습니다. (웃음) 처음 찍는 영화라서 내용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어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이광수 배우: 저는 이상우 감독님하고 개인적으로 친구에요. 저는 배우 생활 20년 가까이 했는데, 일단 감독님하고 작업하게 되면 굉장히 즐거워요. 살아있는 것 같고. 그래서 저는 늘 불러주시면 감사하다고 말하고 하거든요. 다른 건 아무것도 바라는 것도 없고, 작업 자체가 즐겁다보니까 같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관객: 감독님이 각본과 연출을 같이 하시잖아요? 여태까지 작업하신 것 중에, 잘 나왔다기보다는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상우 감독: <트로피컬 마닐라>(2008)를 찍을 때 너무 힘들어서 고생했는데 사실 그 영화도 잘 안됐어요. 88명이 봤어요. 그것보다는 ‘이상우’라고 하면 <엄마는 창녀다>(2009)를 제일 많이 아시더라고요. 제가 주인공 역할을 맡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제 이름을 알린 작품이 <엄마는 창녀다>여서 그런지 이 작품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최근에 찍은 <스타박스 다방>이나 3월에 개봉하는 <나는 쓰레기다>도 있어요. 시리즈로 해보겠다고 3부작으로 찍은 것이 이 작품인데, 이 작품은 관객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워낙 세게 찍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집념과 표현 수위를 떠나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심. 이 두 가지가 이상우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문득 관객에게 사랑받는 영화 또는 사랑받을 수 있는 영화는 무엇인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무엇보다 시간을 견디고 오래 살아남는 영화는 진정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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