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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경계도시2> : 사라진 경계인의 초상

by indiespace_은 2016. 1. 7.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경계도시2> 다운로드 바로가기 >> bit.ly/1PLjmC4








<경계도시2> : 사라진 경계인의 초상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A와 B 중에서 당신은 누구 편인가?” 라는 질문에 한국인이 선택할 수 있는 대답은 둘 중 하나이다. “A” 혹은 “B”. 그렇다면 “둘 중 누구 편도 아니다” 혹은 “C”라는 대답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념이라는 문제 속에서 한국 사회는 제 3의 대답을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대답은 오직 두 가지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A가 아니다”라는 대답이 “B”와 동일시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이처럼 제한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1950년을 전후로 펼쳐진 피비린내 나는 살육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A와 B 중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생존의 여부가 갈리던 시기. 무자비한 폭력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정답. 적군(이 될 것)인가? 아군(이 될 것)인가? 밀고 밀리는 힘싸움 속에서 매번 달라지는 대답.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기는 불신과 반목. 놀랍게도, 공포와 불안에서 비롯된 양자택일의 문제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경계도시2>는 다름 아닌 그것을 증명하는 하나의 사례이다.


  

<경계도시2>는 2003년 9월, 한국을 떠난 지 37년 만에 귀국한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전편 <경계도시>(2002)가 독일 현지에서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좌절되는 과정을 담았다면, 이 작품은 한국 땅에서 송두율 교수가 겪은 일련의 과정들과 그를 둘러싸고 시시각각 변해가는 한국 사회의 표정들을 담아내었다. 양심 있는 학자이자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을 자처하는 송두율 교수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과 정면 돌파할 것을 마음먹고 37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당시 언론 및 정계와 학계의 관심은 ‘거물 간첩’으로 악명 높은 송두율 교수가 어떻게 ‘판결’되는지에 몰려 있었다.  



그해 9월 18일부터 동행을 시작한 이 영화는 점점 날짜가 지나갈수록 한 편의 드라마처럼 변하기 시작한다. 그가 내뱉는 한마디에 사람들은 요동치기 시작하고 거대 언론은 이것을 기회삼아 송두율 교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한껏 높인다. 남한도, 북한도 아닌 제 3의 길을 선택했던 ‘경계인’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지 않을 뿐더러, 조사를 통해 낱낱이 파헤쳐진 그의 행적들은 오히려 그를 간첩으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만다. 결국 국가보안법이라는 덫에 걸린 ‘거물간첩’ 송두율은 경계인으로서의 신념은 물론이고 학자로서 쌓아온 그동안의 업적들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눈앞에 닥친 생존 문제 속에서 오로지 A와 B만이 허용되는 양자택일의 문제와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과연 한국 사회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송두율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경계도시2>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홍형숙 감독은 송두율 사건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들을 본인 스스로의 내레이션을 통해 직설적으로 전달한다. 3주로 예정되었던 방문이 11개월로 늘어나면서, 감독은 송두율 사건을 둘러싼 한국 사회의 구조를 전체적으로 돌아본다. 사람들의 관심은 한 순간에 불타오르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라져버린다. 다른 쪽에서는 아예 냉담하거나 무관심하다. 송두율 교수가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처럼, 이 영화도 결국 잊힐지 모른다. 만약 한반도의 경계도시가 2003년에 머물러있다면 <경계도시2> 속 우리의 모습은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1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디에 머물러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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