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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파닥파닥>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남으려 하는 걸까요?

by indiespace_은 2015. 12. 8.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인디플러그 <파닥파닥> 다운로드 바로가기 >> http://bit.ly/1TXD2o0







<파닥파닥> :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남으려 하는 걸까요?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이번 인디즈 초이스에서는 애니메이션 강대국인 일본과 미국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보석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을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미니언즈>(2015)나 <인사이드 아웃>(2015) 못지 않은 영상미를 지니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자, 다분히 철학적이고도 뭉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이다. 바다에서 잡힌 고등어 한 마리가 횟집 수조에 들어왔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답답한 수조 생활에 적응할 수 없는 고등어는 매일매일 수조 유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탈출하려 애를 쓰고, 그 모습을 보며 같은 수조 안에 있던 물고기들은 그에게 ‘파닥파닥’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자연산 횟집’이라는 횟집 간판과는 다르게 횟집 수조에는 파닥파닥을 제외하고는 모두 양식장에서 잡혀온 물고기들로 구성되어있다. 유일한 바다 물고기인 파닥파닥이 탈출하기 위해 수조 유리에 머리를 쿵쿵 박는 것과는 달리 다른 물고기들은 저마다의 생존법칙을 터득한 듯 하다. 회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등장하면 ‘비상이다, 비상이다!’를 외치며 배를 뒤집은 채 죽은 척을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 파닥파닥은 사람들의 상에 올라가기 위해 물고기가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리운 바다를 생각하며 더욱 필사적으로 탈출을 꿈꾸게 된다.



오직 죽음만이 그들을 기다리는 이 곳의 특이한 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처럼 엄격한 서열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올드 넙치’는 정화 뚜껑 밑에 숨어 있다가 먹잇감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맛을 보고 나머지 물고기들에게 엉터리 수수께끼를 내주며 서로의 서열을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그가 권력자가 된 것은 바로 그가 ‘바다’에서 왔다는 이유 때문인데, 파닥파닥의 등장 이후 얼마 못 가 그 또한 양식장에서 잡혀오게 된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 파닥파닥이 해주는 바다 속 이야기는 양식장에서만 생활하던 물고기들에게 꽤나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가오지만 그들에게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도 높다. 그들에게 바다 생활이라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는 것이며 보이지 않는 벽을 넘을 수 있느냐 없느냐, 권력자의 말이 진실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그들은 오직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 남아있으려 한다. 그곳을 벗어나느니 유리감옥에 갇혀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는 쪽을 택하는 그들은 파닥파닥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유일하게 파닥파닥에게 호의적인 물고기인 ‘돌래미’는 어느 날, 살아남는 데에나 신경 쓰라 말하는 올드 넙치에게 이러한 물음을 갖게 된다. ‘이렇게 살아남으면요? 그 다음에는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사실은 횟집 수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같은 수조에 있던 물고기가 인간의 손에 넘어가 잔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아남은 물고기들은 안쓰럽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모습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도태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유감과 안도를 동시에 느끼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뿐만 아니라 수조 속 물고기들처럼 우리들은 권력을 가질 만 한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자에게 권력을 내주고, 또 그 권력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살아남는 것 이외에는 신경 쓰지 않고 싶어하고 있다. 진실을 말해도 욕을 먹는 세상, 씁쓸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파닥파닥>은 이제는 먹고 살기 바쁘다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현대인들의 삶에 있어서 과연 무엇을 위해 그렇게도 살아남으려고 애쓰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시하는 듯 하다. 



영화 <파닥파닥>은 이처럼 우리 사회와 결코 멀지 않은 이야기들을 횟집 수조 속 물고기들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동시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데에 있어서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상황, 꿈을 표현하기 위해 설치된 뮤지컬 씬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주고, 암울한 현실은 3D로, 환상 속의 모습을 담은 뮤지컬 씬은 2D로 표현해냄으로써 독특한 작화 방식들을 나타내고 있다. 성우들의 실감나는 연기와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노래들은 단연 <파닥파닥>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면 <파닥파닥>을 통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의 탄탄한 스토리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을 감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기 보다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는 평이 지배적일 정도로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동시에 마음속 깊은 여운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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