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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Choice] <논픽션 다이어리> : 그들을 호명한 것은 누구?

by indiespace_은 2015. 12. 3.





[인디즈_Choice]에서는 이미 종영하거나 극장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이 코너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독립영화 전문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www.indieplug.net)에서 

다운로드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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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다이어리> : 그들을 호명한 것은 누구?



*관객기자단 [인디즈] 추병진 님의 글입니다.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지존파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1994년에 일어난 지존파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심야토론에 나온 패널들은 지존파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한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봉준호 감독의 <지리멸렬>(1994) 속 한 장면처럼 궤변을 늘어놓는 것에 가깝다. 언론에서는 인륜이 바닥으로 추락한 세태를 비판하며 인성교육의 강화를 강조한다. 지존파의 잔인하고 끔찍한 범행 과정에 여론은 분노로 들끓고, 이에 따라 사법부는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다. 이처럼 <논픽션 다이어리>는 지존파 사건을 둘러싼 당시 사회의 모습들을 자료화면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러닝타임이 흘러갈수록 영화는 지존파 사건에서 한걸음 물러나며, 뒤이어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주목하며 이 두 사건과 지존파 사건을 연결하기 시작한다. 이때 강력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는 수많은 인명피해를 초래한 두 사건들에 비해서 상당히 큰 수준이었다. 따라서 지존파 일당은 검거된 지 1년 만에 사형대에 올라갔고, 두 붕괴 사고의 책임자들은 그보다 작은 처벌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에 대해서 의문을 던진다. 



수많은 인명피해를 직·간접적으로 초래하고도 징역형을 받은 이들과, 한순간에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존파 일당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또, 5.18 민주화운동의 책임자인 두 전직 대통령은 어떻게 사형을 피하고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임기 말에 사형수 23명을 한 번에 사형시킨 김영삼 정권의 결정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사형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대한민국의 현재를 되돌아본다. 사형 제도는 기능을 멈추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끊이지 않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하나 둘씩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렇듯 <논픽션 다이어리>는 하나의 사건에서 출발해서 대한민국 사회를 관통하는 굵직한 사건들을 하나 둘씩 호명한다. 과연 우리들이 잊고 있었던, 혹은 없는 것으로 치부하던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을 다시 불러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역으로) 혹시 자꾸 되풀이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들이 도리어 <논픽션 다이어리>를 수면 위로 끌어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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