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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기획] 추석맞이 가족특선영화 - 송편처럼 꺼내먹어요!

by indiespace_은 2015. 9. 24.
 추석맞이 가족특선영화 - 송편처럼 꺼내먹어요! 
-<춘희막이>, <워낭소리>, <학교 가는 길>, <반짝이는 박수 소리>, <민우씨 오는 날>, <할매꽃>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수빈, 김가영 님의 글입니다.


추석 연휴가 성큼 다가왔다. 때맞춰 가족 관객들을 겨냥하는 ‘대작’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 대작의 스케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하는, 소소한 ‘소작’ 영화들이 있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답게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영화들을 모아봤다.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틀을 깨며 가족을 새롭게 정의하는 영화,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소수자 가정의 일상을 다룬 영화, 현대사의 비극이 투영된 가족에 관한 영화들이다. 이 영화들을 통해 가족이라는 넉넉한 품이 지닌 힘과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이다. 총 여섯 작품 중 한 편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편이 다큐멘터리 장르이다. 일상을 그대로 담는 것이 가장 영화에 가까운지, 가족이 주제가 되는 독립영화엔 유달리 다큐멘터리가 많았다. 흥미로운 남의 집 이야기를 들으러 가볼까.



1. 가족의 새로운 정의


1) <춘희막이>

박혁지 / 2015 / 다큐멘터리 / 96분 / 12세관람가


막이 할머니와 춘희 할머니는 외진 산골마을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족’이다. 하지만 둘은 엄마와 딸도, 피를 나눈 언니와 동생도, 시누와 올케 사이도 아니다. ‘한 영감의 두 마누라’일 뿐. 두 할머니가 본처와 후처로 한집살림을 시작하고 10년 후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 후로도 할머니들은 35년을 그 곳에서 함께 살아왔다. 대장부 스타일의 막이 할머니는 춘희 할머니만 보면 구박하기 일쑤다. 하지만 로션을 곱게 발라주고 생선살을 발라 밥 위에 얹어주는 등 곁에서 항상 춘희 할머니를 세심히 챙긴다. 춘희 할머니는 늘 막이 할머니 눈치를 본다. 그러나 얼굴이 안 보이면 보고 싶다고 울면서까지 막이 할머니를 찾는다. 얄궂은 운명으로 만난 할머니들은 왜 그리고 어떻게 그 긴 세월을 함께 해왔던 것일까. ‘한 남자의 부인 둘이 가정을 이룬다’ 머릿속으로 얼핏 상상해봤을 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하지만 예고편을 보는 순간 아침 드라마의 한 장면에 가깝던 그 상상은 무참히 깨어진다. 진심으로 행복할 때만 나올 수 있는 춘희 할머니의 해맑은 웃음을 보고 있노라면, 춘희 할머니를 향한 막이 할머니의 애정 어린 손길을 보고 있노라면 말이다. 과연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예고편을 보면 할머니들이 살아온 세월에 대해 더 많은 궁금증들이 생겨난다. 영화를 만든 박혁지 감독은 이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한다. 카메라는 할머니들의 현재를 향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을 할머니들이 품고 있는 과거의 사연이나 서로에 대한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가족의 의미를 더 깊고 넓게 숙성시킬 이 가족을 얼른 스크린에서 만나보길 희망한다. <춘희막이>는 오는 9월 30일에 개봉하며 인디스페이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2) <워낭소리>

이충렬 / 2008 / 다큐멘터리 / 77분 / 전체관람가




30년간 함께해온 소 한 마리와 한 노부부가 있다. 최노인은 여느 할아버지들처럼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자신이 평생을 함께한 소에게만은 관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그의 곁에는 항상 구수하고도 정겨운 말투로 그를 대하는 부인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부부는 평생 같이 늙어갈 줄 알았던 소가 1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30년 동안 함께 해 온, 가족보다도 더 가족 같은 소와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 <워낭소리>는 ‘가족’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이자 사랑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보기만 해도 푸르른 풀의 향기와 구수한 소 똥 냄새가 나는 듯한 영상과 영화를 가득 채운 자연의 소리는 우리를 정겨운 시골집에 데려다 준다. 극 중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툭툭 내뱉는 뼈있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느껴지는 정겨움과 뭉클함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현재 <워낭소리>는 9월 30일까지 인디플러그에서 추석을 맞이하여 진행하는 반값 행사 대상 작품으로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감상할 수 있다.









2. 소수자 가족의 일상


1) <학교 가는 길>

이민지 / 2012 / 다큐멘터리 / 65분 / 12세관람가

4년 전 몽골에서 한국으로 온 ‘막살’가족. 그들은 비록 모두 미등록 신분이지만 한국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각자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 있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 막살의 엄마가 미등록 이주자 집중 단속으로 인해 몽골로 강제 송환된다. 계속되는 어려움에 아빠는 마음과 몸의 병을 얻고, 막살은 자신의 꿈을 접게 된다. 그럼에도 그들은 한국 생활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주 노동자 가족의 삶을 다룬 영화 <학교 가는 길>은 다큐멘터리이지만 외부 내레이션이 없고 배경음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은 그저 담담하게 그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며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이 영화는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이들의 존재를, 그리고 이들의 아픔을 우리에게 알리기 위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영화를 연출한 김민지 감독은 우연히 마주치게 된 공장터 아이들의 밝은 모습 속 슬픔을 발견하고는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와 같은 땅에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이주 노동자 가족들의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2) <반짝이는 박수 소리>

이길보라 / 2015 / 다큐멘터리 / 80분 /전체관람가



경희와 상국 부부의 언어는 입이 아닌 손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대화를 할 땐 꼭 서로를 마주 보고 있어야 하고 동작 하나하나에도 힘이 실린다. 이들은 듣고 말하지 못하는 대신 다른 수단을 통해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더 섬세하게 느낀다. 딸과 아들은 부모님이 전해준 언어와 세상의 언어를 함께 구사하며 두 세계를 살고 있다.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은 이 가정의 삶을 함부로 가늠하곤 한다. 그러나 네 가족이 꾸리는 일상은 별다른 구석이 없다. 아버지는 전원주택에서 살 미래를 꿈꾸고, 솜씨 좋은 엄마는 겨울이면 부지런히 김장을 담그고 추석이면 성실히 송편을 빚는다. 서로를 향해 시종일관 해맑은 미소를 짓는 가족들에게서 남다르게 화목한 가정의 분위기가 전해질 뿐이다. 두 세계를 살아가면서 적지 않은 시간동안 고민하고 돌아다니고 읽고 쓰고 찍어왔던 딸이 가족의 소박한 일상을 담담히 전하는 다큐멘터리이다. 장애가정에 대한 섣부른 판단이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딸과 아들은 장애가정의 아이들에게 마땅히 요구되는 도덕과 의무를 짊어지며 또래와는 사뭇 다른 유년기를 겪어왔다. 그 어려운 시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아이들은 단단한 심지를 품은 사람이 되었다. 제 두발로 뚜벅 뚜벅 걸어가는 딸과 아들, 그리고 용기 있게 이들을 세상으로 내보내려는 부모. 우리가 이 가정에서 보아야 할 것은 가족들 서로간의 무한한 사랑과 지지이다.








3.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투영된 가족


1) <민우씨 오는 날>

강제규 / 2014 / 드라마 / 26분 / 전체관람가




연희(문채원 분)는 숭엇국, 가자미식해 등 남편 민우(고수 분)가 좋아하던 반찬들로 매일 상을 차린다. 그러나 오래전에 집을 나선 밥상의 주인은 좀처럼 돌아올 줄을 모른다. 연희는 점점 흐려져만 가는 기억을 붙잡기 위해 일상을 기록한다. 하지만 자신이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은 기록이 필요 없는, 숨 쉬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평양에 살고 있으며 그 또한 연희를 찾고 있다는 연락이 온다. 상봉 날이 되자 연희는 늘 그랬듯 공들여 도시락을 싸고 판문점 행 버스에 오른다. 연희는 과연 그토록 그리워하던 ‘민우씨’에게 따끈한 밥과 반찬을 전할 수 있을까. 영화의 배경은 현재이지만 연희의 모습은 남편과 헤어지던 순간 그대로이다. 연희가 떠나지 못하는 집에도 남편이 입던 옷과 모자가 그대로 걸려있다. 이처럼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뜻하지 않게 이별한 가족들의 시간은 헤어지던 순간에 멈춰 있다. 그들에게 한 번의 만남은 지나온 세월과 맞먹는 무게의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토록 귀중한 만남은 정치적 이유에 휩쓸려 무산되기 일쑤다. 그 가운데 가족을 그리워만 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영화는 힘주어 이 같은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영화는 묻고 있다. ‘과거의 헤어짐을 역사 탓으로 돌린다고 해도, 현재의 이별마저 역사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2) <할매꽃>

문정현 / 2007 / 다큐멘터리 / 89분 / 12세관람가




문정현 감독은 6년 전 정신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작은 외할아버지의 일기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일기장에는 평생 들어보지 못한 가족사가 적혀있다. 계급과 이념간의 갈등, 남북으로 흩어져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들. 가족사 안에 녹아 든 현대사의 비극을 주변 가족들의 인터뷰를 통해 샅샅이 파헤친다. 개개인의 삶, 더 나아가 우리 주변 가족들의 삶을 한 데 모으면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역사가 된다. 영화 <할매꽃>은 이러한 점에 있어서 오늘 날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 보다 더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감독 자신의 가족 내에서 역사의 비극의 흔적을 찾아내고, 그 비극의 현장에 있었던 가족들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이 영화는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작품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는 결코 오래된 일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그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역사가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고, 가족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영화 <할매꽃>을 통해 조금 더 특별한 시선으로 우리 가족을 바라보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의를 보여주는 영화에서부터 현대사의 비극이 투영된 가족에 대한 영화까지 총 6편의 작품을 살펴보았다. 온 가족이 모여 추석을 맞이하는 분들도 좋고, 시간이 여의치 않아 추석을 가족들과 보내지 못하는 분들도 괜찮다. 이 모든 영화 속 이야기가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진짜 ‘가족’들의 이야기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우리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한 추석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춘희막이>는 오는 9월 30일 인디스페이스에서 개봉할 예정이며, <반짝이는 박수소리>, <워낭소리>, 그리고 <할매꽃>은 독립영화 다운로드 사이트 인디플러그에서 다운받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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