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영도> :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의 무게

by indiespace_은 2015. 9. 17.





<영도>줄 관람평

차아름 |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의 무게

김수빈 | 죄를 물려받은 자의 가혹한 삶

심지원 | 지리멸렬하기 그지없는 그림자의 섬, 섬의 그림자.

추병진 | 괴물 같은 사회 속에서 재생되는 연좌제의 덫

김가영 | 영도를 괴물로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영도>리뷰

<영도> :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의 무게


*관객기자단 [인디즈] 차아름 님의 글입니다.


‘그림자 섬’이라 불리는 영도에는 ‘영도 할매 전설’이 있다. 영도를 떠난 사람은 3년을 버티지 못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림자 섬이라는 이름도, 영도 할매 전설도 주인공 영도의 삶과 너무도 닮아있다. 평생 연쇄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그림자를 달고 살아가는 영도. 제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꼬리표로 그의 삶을 지배한다. 영화는 이런 영도의 삶을 현실과 과거를 교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 영도는 연쇄살인마인 아버지와 비슷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의 엄마에게 버림받는다. 그의 엄마는 영도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영도의 형만 데리고 집을 나간다. 할머니 품에 자란 영도의 학창시절도 순탄하지 않다. 어디를 가나 살인마의 아들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천대받는다. 조용히 살아가려 해도 세상의 손가락질은 그를 참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그가 죄를 짓고 법정에 섰을 때 판사는 말한다. 너는 평생 네 아버지 때문에 세상에 속죄하며 살아야한다고. 마치 연좌제처럼 영도는 그가 저지른 죄보다 살인마 유정업의 아들이라는 것이 이미 용서받지 못한 죄인 것이다. 사회는 영도가 실제 어떤 본성을 가졌는가는 상관없이 그 역시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낙인찍어 버린다. 



그럼에도 영도는 아버지의 그림자에 가려 숨어살려 하지 않고 세상에 떳떳하게 맞서 살길 원했다. 하지만 세상은 영도가 그렇게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살인마의 아들이기 때문에 쉽게 취업을 할 수 없었고,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에게 이용당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결국 영도는 본격적인 범죄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폭력을 저지르며 고리대금업자를 돕는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중 오해로 인해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이 일로인해 엄마를 만나려 찾아간 곳에서, 엄마가 보는 앞에서 체포당하고 만다. 이때 엄마는 끝내 영도를 품에 안지 않는다. 결국 영도도 다르지 않는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영도는 그럼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냐고 울부짖는다. 정말 영도는 어떻게 살아야 했을까. 



영화 속에서 영도는 항상 꿈을 꾼다. 심장 이식이 필요한 형의 부인이 그의 심장을 도려내는 꿈을 꾸기도 하고, 눈코입이 없는 발가벗은 사람이 거꾸로 앉아있는 알 수 없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꿈속에서 그의 불안한 심리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의 할머니가 아버지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당했고 언젠가 자신도 보복을 당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의 날선 눈빛과 폭력도 결국 세상에 대한 두려움인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복역 후에 영도는 친구 꽁과 복덕방 아저씨의 도움으로 새롭게 잘 살아가고자 하지만 끝내 그가 늘 꾸던 불안한 꿈처럼 좌절되고 만다. 



범죄자의 가족이 소재인 만큼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를 유지한다. 이런 분위기가 영도의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영화는 결국 범죄의 악순환을 만드는 것은 섣부른 편견과 낙인이 아닐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도 잠재적인 폭력성과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세상의 편견이 짓누른 그의 삶.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아버지의 그림자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서의 영도로 살았다면 그가 어떤 삶을 살게 되었을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