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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인터뷰] <생각보다 맑은>한지원 감독과의 인터뷰. 앞으로의 맑은 나날을 기대하며

by 도란도란도란 2015. 1. 30.



<생각보다 맑은>한지원 감독과의 인터뷰

앞으로의 맑은 나날을 기대하며





<생각보다 맑은>


SYNOPSIS


진로 선택의 기로에 선 ‘고구마’와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은 ‘여과장’ 

음악이 하고 싶은 ‘기타소녀’ 그리고 주인을 만나러 집을 나선 강아지 ‘마로’ 

그들의 내일은 오늘보다는 맑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대학 졸업반 두식. 뒤늦게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그에게 가족과 친구들은 취직이나 하라고 압박한다. 

그저 두식은 사랑도, 미래도 진짜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을 뿐인데…

  

사내 비밀 커플 은솔과 김부장. 결혼을 앞두고도 사랑한다는 말은커녕, 속내를 알 수 없는 김부장이 은솔은 불안하다. 그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려고 한다. 

  

‘메탈신의 계시’를 받은 예미. 함께 음악을 시작했던 친구 강보가 대학입시에 전념하겠다며 갑자기 밴드 탈퇴를 통보하자 기가 막힌다. 예미는 죽어도 음악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데…

  

호기심 많은 9살 푸들 마로. 견생 9년 만에 처음 홀로 집을 뛰쳐나와 주인을 따라 나서지만 이내 옆길로 새버리고, 낯선 숲에 발을 들이며 처음 본 놀라운 세상과 마주한다. 





INFORMATION

제목 : 생각보다 맑은(Clearer Than You Think)  

제작 : Studio Allo 

감독  : 한지원  

배급  : 애니메이션 배급, 씨앗 

공동배급  : ㈜인디스토리

장르 : 애니메이션 

상영시간 : 77분 

관람등급 : 12세이상 관람가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 최지원 님의 사진입니다 :D





 

한국의 영화시장에서 애니메이션의 개봉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특히 한국 애니메이션계에서 재능 있는 신인이 등장한다는 것은 드넓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기분일 것이다. SNS에 “한지원 감독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 그 자체이다”라며 찬사를 보낸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줄기차게 한 신인을 응원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현재 상영 중인 <생각보다 맑은>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생각보다 맑은> 한지원 감독을 만나 보았다.

 








Q. 드디어 <생각보다 맑은>이 개봉했다. GV를 다니면서 인기를 실감하고 있을 텐데, 개봉 소감과 더불어 관객들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A.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을 얻었다. 부족했거나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도 역시 관객들이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고 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다정하고, 그리고 동시에 냉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이성강, 연상호, 장형윤, 안재훈, 오수형(에릭 오) 등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줄기차게 응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감독들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 그리고 많은 칭찬을 듣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다.

 

A. <코피루왁>을 처음 인디애니페스트에 출품했을 때 오수형 감독의 작품 <하트>와 같이 상영을 했었고, 함께 수상도 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다른 감독님들은 워낙 대 선배님 격이라 사적으로 연이 닿았다기보다는 상영회 때 가끔씩 뵙고, 작업도 보아주셨던 것 같다. 한국 애니메이션 개봉이 워낙 드물고 힘든 일이어서 더 힘을 실어주시는 것 같다. 정말 감사하다.

 

 

Q. 이례적으로 본인의 단편들을 묶어 옴니버스 형식으로 개봉하게 되었다. 이렇게 개봉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

 

A.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의 최유진 사무국장님께서 단편을 묶어 개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함께 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셨다. 그 계기로 졸업작품과 학교 정기작품 등을 묶어 개봉하게 되었다.

 



Q. 네 편을 묶어 제목을 <생각보다 맑은>으로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A. 전체적으로 작품들의 성향이나 소재가 모두 다른 편인데, 주제를 다루는 톤은 비슷하다. 아주 암울하지도, 그렇다고 마냥 희망적이지는 않은. 그런 뉘앙스를 잘 나타내는 제목이라 생각했다.

 


 

Q. 단편들의 작화 스타일이 모두 달랐다. 각 단편마다 어떤 의도와 컨셉으로 작화를 하였는지. 더불어 평소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A. 제작 기간과 현실을 고려해서 아트웍을 잡았다. <럭키미>와 <사랑한다 말해>의 경우 제작기간이 짧아 동시에 제작했고, 분업이 쉬운 스타일로 설계했기에 작화 스타일이 비슷하게 묶이는 부분이 있다. <코피루왁>은 그 당시 영향을 많이 받았던 애니메이션들의 스타일이 들어간 편이고, 평소 그리기 쉬운 그림스타일로 그렸다. <학교가는 길>은 그 전 작품인 <코피루왁>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 ‘애니메이션다운’ 것을 만들어 보고자 그림책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평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연출 흐름, 호흡에 관련된 부분이고 작화, 배경, 동화의 부분은 그런 호흡에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잡으려고 애쓴다.








 


 

Q. 어떤 기준으로 4편의 작품 순서를 배치하였는지.

 

A. 시각적인 부분에서의 무게감이 뒤로 갈수록 더해지도록 잡았고 내용적인 면에서도 가볍게 시작해서 점점 무게감이 생기는 쪽으로 염두에 두었다. 마지막을 <코피루왁>으로 끝내기 보다는 <학교가는 길>로 조금 산뜻하게 마무리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Q. <럭키미>는 고아라 작가의 웹툰이 원작이라고 들었다. <럭키미>를 선택하게 된 이유, 웹툰과는 어떤 차별점을 두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A. 애니메이션과 대학생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 캐릭터들의 디테일이 높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는 점 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원작에선 ‘티티’가 사실은 ‘고구마’가 어릴 적 알던 동네누나였다는 것 등 각색하면서 러닝타임과 제작여건 때문에 여러 재미있는 설정들을 많이 덜어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제 면을 강화시켜서 담백하게 하나로 묶는데 주력했다.

 

 

Q. <럭키미>에서 엄상현 성우와 양정화 성우를 캐스팅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A. <늑대아이>에서 엄상현 성우와 양정화 성우의 연기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현실적이면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이 좋았고, 특히 <럭키미>의 ‘고구마’란 캐릭터는 평소에는 소심한 듯 보이다가도 과장된 연기표현이 들어가야 해서 감정의 폭이 큰 편인데, 엄상현 성우께서 멋지게 표현해주셨다. 양정화 성우님의 경우도 ‘티티’가 다소 신비스러운 캐릭터이면서도 고구마와 또래라는 느낌을 분명히 전달해야 되는데 그 묘한 포인트를 잘 살려주셨다.

 


 

Q. <사랑한다 말해>와 <코피루왁>에서 성우로 참여하였다. 직접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일단 시간이나 금전 등 여러 현실적인 면에서 스스로 하는 게 제일 맞는 상황이었다. 성우를 찾아보고 섭외하고 의도를 설명하는 일에 드는 시간들을 절약해야 했고, 오히려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떼쓰는 듯한 고등학생의 앳된 목소리를 원했는데 원래 목소리가 약간 그런 편이어서 하게 됐다.




 







Q. <사랑한다 말해>에서 목소리 톤이 상당히 귀여웠다. 일부러 톤을 특이하게 한 의도가 있다면?

 

A.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리얼한 샐러리맨 연기가 더 어울릴까도 고민했었다. <사랑한다 말해>는 극 자체가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쪽 보다는 캐릭터들 간의 조화를 재미있게 보여주려는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에 목소리도 확실히 캐릭터를 특이하고 돋보이는 편으로 만들고 싶었다.

 



Q.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 중 본인과 가장 닮았다거나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A. <코피루왁>의 예미. 철없고 사고부터 치는 성격 같은 게 나와 닮았다. 하지만 마음 가는 캐릭터는 <코피루왁>의 마로. 움직임이나 동작을 표현하는데 노동력을 많이 들였고 작품에서도 그런 것들이 보여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Q. 관객들이 <생각보다 맑은>을 보고서 어떤 느낌을 가지고 갔으면 하는지.

 

A. <생각보다 맑은>은 끝까지 보고 나서 여러 생각이 들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주제에 관해 “그래서 꿈을 이루라는 건지 아니면 타협을 하라는 건지”를 고민할 수도, 감성적인 산뜻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던 기대와는 다른 결과물을 보고 가게 되어 복잡하거나 혹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이번 작업에선 답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 않고 앞으로도 그런 작업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같은 주제에서도 관점적으로 다른 결말을 가진 이 작업들이 옴니버스가 되었을 때, 좀 더 여러 방향에서 각자의 고민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 수 있는 계기가 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한다. 복잡한 기분 그대로 느껴주시면 좋을 것 같다.

 


 

Q. 시나리오, 제작, 심지어 성우 역할까지 1인 작업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왔다고 들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대한 욕심은 없는지.

 

A. 이 부분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작업한 애니메이션은 <코피루왁>과 <학교가는 길>이었고 그 역시도 작화나 배경 등 본 작업에 해당한 부분은 1인이었지만 편집이나 음악 등의 부분은 분업을 하고 있었다. 크레딧에도 명확히 나와 있긴 한데 아마 본 작업의 부분이 도드라져 그렇게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미 스튜디오를 하고 있다. <코피루왁> 때부터 편집으로 함께해주신 감독님과, 또 다른 감독님들과 모여서 작업실을 하고 있고 <럭키미>와 <사랑한다 말해>의 경우 스튜디오에서 분업해 작업한 작품이다.

 

 









Q. 현재 레진코믹스에서 <피아노 마주보기>라는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이 웹툰도 애니메이션으로 작업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애니메이션화 할 계획이고 하나의 장편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생각이다. 일종의 프리프로덕션이라고 봐주셔도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애니메이션화 되는 것을 고려해서 웹툰을 만들고 있기보다는 만화로써 충실할 수 있도록 계속 배우면서 만들고 있다. 나중에 원작으로 각색의 과정을 거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Q. 앞으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A. 개봉을 하면서 생긴 목표인데, 많은 분들이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온 어머니들, 애니메이션을 처음 보시는 할아버지도 만족스럽게, 그리고 작가주의 작품을 기대하는 제 동기, 동료들도 만족스럽게 볼 수 있는 작업이었으면 좋겠다. 갈 길이 먼 것 같다.




 

 

아마도 감독 본인이 느끼고 있는 현재를 <생각보다 맑은>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맑은>의 개봉으로 한지원 감독은 잊지 못할 경험과 더불어 앞으로 있을 설렘과 걱정이 한데 섞여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금의 ‘한지원’이 이제 어떻게 발걸음을 내디디며 성장할지, 앞으로의 맑은 나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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