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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 다시 만났을 땐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길, 인디돌잔치 <어떤 시선> 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4. 10. 27.

다시 만났을 땐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그날이 오길, 인디돌잔치 <어떤 시선> 인디토크


영화: <어떤 시선> _박정범 신아가 이상철 민용근 감독

일시: 2014년 10월 21일

참석: 이상철, 민용근 감독

진행: 박현지 인디스페이스 홍보팀장

관객기자단 [인디즈] 김은혜 님의 글입니다 :D







10월 인디돌잔치의 상영작으로 <어떤 시선>이 선정되었다. <어떤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사람들의 인권에 대해 생각하자는 취지로 제작하고 있는 시선시리즈 중 하나이다. 박정범 감독의 <두한에게>와 신아가, 이상철 감독의 <봉구는 배달 중>, 민용근 감독의 <얼음강> 세 단편이 묶인 <어떤 시선>. 개봉 당시에도 신선한 바람을 주었던 만큼, 이날 인디돌잔치에서도 관객들의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인디돌잔치에는 이상철 감독과 민용근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진행 : 어떻게 영화를 제작하기로 제안을 받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2011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안을 받았는데,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차례 시선 시리즈의 영화를 만들어왔다는 걸 알기에 흔쾌히 수락했다. 막상 작업을 하다 보니 인권에 대해 막막한 부분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배워가면서 즐겁게 촬영했다.


민용근 감독 : 나는 다른 감독들보다 6개월 늦은 2012년 여름 즈음에 제안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다른 감독들에게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주제를 지정해줬는데, 나는 자유주제였다. 어떤 주제를 다뤄야 할까 고민하다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를 다루게 됐다.

 

 

진행 : <얼음강> 소재에 대해 좀 더 듣고 싶다. 개인의 의지나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의 사유도 있는데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 거부를 선택한 이유는? 종교적인 사안이라 민감하지는 않았을까.

 

민용근 감독 :양심적 병역 거부사안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군대를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건 아닌가 한다. 사실 생각하는 바가 사람마다 다를 텐데, 군대를 가지 않겠다고 해서 꼭 감옥으로 보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조사하다 보니 한국전쟁 때부터 병역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대할 때에 병역 거부와 종교적인 편견이 함께 존재하고 있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영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할까봐 시나리오를 쓰면서 주인공을 바꾸기도 했다. 민감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누군가 한 번은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행 : <봉구는 배달중>에서 노인과 아이를 대치해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노인 문제에 대해 조사하다보니 암울한 이야기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어떤 방향으로 써나가야 할지 고민했는데, 첨예한 이야기로 진행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본영화 <키쿠지로의 여름>이 아이와 노인의 로드무비를 다룬 작품인데, 이 영화를 출발점으로 삼아 우화 같은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관객 : 극 중 할아버지의 이름이 봉구이고, 영화 속 음악이 뽕짝이었다. 나이 드신 분들의 취향을 젊은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서 맞춘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딸의 영상은 하나의 희망이기도 하지만, 굳이 전화를 하지 않고 영상 메시지를 남겼다는 뜻에서 또 다른 단절을 보여주고 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철 감독 : 노인들의 인터뷰를 주변 지인들을 통해 진행했는데, 실제로 미국에 자식을 보낸 독거 할머니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음악은 원래 할머니 가게에 있는 라디오에서만 나오게 하려했으나 영화 전반의 톤을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확장해서 사용되었다. 그리고 딸의 영상 메시지 장면은 많이 지적받았던 부분이다. 사실 원래 플롯은 딸이 아버지와 의절한 상태에서 아이를 낳고 부모의 기분을 느낀다는 설정이었다.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하기에는 아직 사이가 서먹해 영상메시지 장면을 촬영할 때도 너무 밝은 톤으로 대사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근데 촬영 당시 아이가 너무 산만하게 굴어서 아이를 통제하느라 연기 주문을 놓쳐버렸다.(웃음) 나중에 편집하면서야 알게 되었다.

 




 

진행 : 왜 할아버지가 로또를 하고 계셨는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봉구의 일상을 고민하면서 자료를 찾고 있었는데, 실제로 대부분의 노년 세대가 복권을 많이 산다고 한다. 그래서 봉구의 일상에도 로또를 구매하는 장면을 넣게 되었다.

 

 

관객 :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사안에 대해 어떤 해답의 방향성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민용근 감독 : 사실 이 문제는 아직 모르는 사람도 있고,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 등 다양한 반응들을 보인다.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실정법의 죄이지, 사회적으로 피해를 일으키는 범죄는 아님에도 감옥에 간다는 것에 대해 관객들이 의문점을 가지길 바랐다. 이미 외국에서도 100여 년 전부터 진행된 이야기였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런 방향들에 대해 관객들이 인지하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객 :얼음강캐스팅을 어떻게 진행하였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영화 속 얼음강의 장소는 어딘지 궁금하다.

 

민용근 감독 : 캐스팅을 하면서 몇 차례의 거절은 있었다. 엄마 역의 길해연 배우는 <혜화,>에서도 같이 작업했던 분이었다. 마침 아들을 군대에 보낸 시기여서 엄마 역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명이란 배우는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연기 경험이 없었는데도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성산대교 밑에서 얼어 있는 강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 그러나 막상 촬영 당일 성산대교 아래 얼음이 얼어있지 않아 급하게 촬영 장소를 물색하던 중에 우연히 국회의사당 뒤편의 강이 얼어있는 것을 보고 얼음이 녹기 전에 빠르게 촬영을 진행했었다.

 

진행 : 촬영 당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상철 감독 : 영화 속 아역 역시 연기 경험이 없던 친구였다. 실제로 극중 나이와 같은 6살이었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상당히 촬영에 잘 임해주어 고마웠다. 영화에 등장하는 37번 마을버스는 우리가 임의로 로또번호와 맞게 37로 선정을 했는데, 촬영장에 가니 실제로 그 버스가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했다.

 

민용근 감독 : 머리 깎는 장면에서 머리카락이 후두둑 떨어지길 원했는데 촬영 초반에 머리카락이 어정쩡하게 떨어져서 난감했었다. 더 작은 바리깡을 사용해야 한다고 해서 결국 늦은 시간에 미용사를 깨워 빌린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입영하는 장면은 실제 입영 날에 맞춰 촬영을 진행했다. 입영 시간 전에 일찍 도착해서 다른 장면을 함께 촬영하는 등 카메라 2대로 긴박하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관객 : 영화 제목이 왜 얼음강이었는지 궁금하다.

 

민용근 감독 : 처음엔 배웅이란 제목을 지었는데 너무 올드하게 느껴졌다. 내가 영감을 얻게 된 성산대교 밑 얼음강을 보며 병역 거부를 반대하는 사회의 딱딱한 벽이 얼음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본 어떤 관객이 겉은 얼음으로 딱딱하나 그 밑에 흐르는 물처럼 지금은 사회의 벽이 단단하지만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얼음 밑 강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리란 뜻인 것 같다고 말씀하더라.

 




 


진행 : 마지막으로 근황과 더불어 찾아온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이상철 감독 : 현재 따뜻한 가족이야기를 구상 중에 있다. 이렇게 1년 만에 상영하는데 찾아와주셔서 감사하다.

 

민용근 감독 : 1년 만에 상영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현재는 학교 다니며 작품도 만들고 시나리오도 작성하고 있다. 곧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12명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 책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장애인에 대한, 노인에 대한,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시선을 다루었던 영화 <어떤 시선>. 영화 한 편이 사람들의 시선을 180도 바꿔 놓을 순 없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끔 전환점이 되어줄 수는 있다. 영화 <어떤 시선>이 그 전환점이 되어줄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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