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즈_Review] 스포츠는 사회를 변화시킨다, 그들의 아름다운 <60만번의 트라이> 리뷰

by 도란도란도란 2014. 9. 25.

스포츠는 사회를 변화시킨다, 그들의 아름다운 <60만번의 트라이>

영화: 60만번의 트라이

감독: 박사유, 박돈사

관객기자단 [인디즈] 신효진 님의 글입니다 :D






◆ [인디즈] 한 줄 관람평

윤정희: <우리학교>를 잇는 또 하나의 희망다큐. '노사이드'정신을 잊지 말 것.

김은혜: 경기가 끝나면 하나가 되어 스포츠를 즐긴다는 럭비의 '노사이드 정신'. 재일동포도 우리와 하나이고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이윤상: 스포츠로 세상을 바꿔보려는 오사카 조고 아이들의 계속 되는 트라이가 모두를 울고 웃고, 마음 깊이 응원하게 한다.

신효진: 미안하고, 참 고맙다

윤진영: 빛나는 아이들과 진정성 있는 감독의 태도가 무척 아름다운 영화. 그들의 트라이는 계속된다. 하나 믿음 승리!




오사카 조선 고급학교(이하, ‘오사카조고’) 럭비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60만번의 트라이>가 개봉 하루만에 2172명이라는 올해 한국 독립영화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감동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60만 재일동포들의 염원을 위한 아이들의 뜨겁고도 순수한 그 열정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영화는 진흙투성이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럭비부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내며 시작한다. 2007년 히가시오사카 시에선 운동장이 시의 소유라는 이유를 들어 오사카조고 운동장의 일부를 내놓으라는 재판을 걸었다. 운동장을 뺏길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럭비부 학생들은 연습을 계속했다. 비 때문에 물웅덩이가 곳곳에 생긴 운동장이라 할지라도 연습이 끝난 후 텅 빈 운동장을 향해 90도로 머리 숙여 인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박사유 감독은 이 아이들의 모습을 전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졌다고 한다. 


샤워실, 운동장 하나 없는 오사카 조고의 럭비부 학생들은 그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사상 최초로 전국럭비대회 4강에 진출하며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비록 4강에선 패했지만 선수들은 다음해 일본 제패를 꿈꾸며 더욱더 연습에 박차를 가한다. <60만번의 트라이>는 그 다음해 3학년이 된 오사카 조고 럭비부 학생들이 졸업 이전에 60만 동포의 꿈을 이루고자 ‘하나조노 전국럭비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오사카 조고는 오사카를 대표로 해서 전국럭비대회에 출전하기까지 하지만, 오사카 시의 재일조선인들을 향한 차별은 지속된다. 일본 내 모든 고등학교에 지급되는 고교무상화 지원금에 조선학교가 제외되고, 오사카 시장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며 조선학교 교육에 권력행사를 자행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오히려 이 장벽을, 사회를 바꾸기 위해 60만 재일동포의 염원을 등에 짊어지고 ‘하나, 믿음, 승리’를 외치며 더욱더 전진한다. 영화 제목 <60만번의 트라이>란 (트라이: 공격하는 선수가 상대편의 인골ingoal안에 공을 찍는 일. 미식축구의 터치다운과 같음) 오사카 조고 럭비부 선수들의 ‘트라이’에 담겨있는 60만명의 재일조선인들의 염원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재일조선인으로서, 럭비부의 선수로서 자신들의 위치에서 해낼 수 있는 일을 향해 열정을 다해 부딪치고 있다. 럭비구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며 럭비부 오영길 감독의 “스포츠는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그 말에 믿음이 간다. 이 아이들은 사회를 변화시킬 만하다. 


박사돈 감독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왔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았으면 좋겠다. 재일조선인이 어떤 존재인지 추상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실제의 삶을 보면서 거리감을 좁히고 재일조선인 사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 했다.  

호주 선수에게 “I am Korean”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가 한국 럭비부 학생로부터 “No, you are Japanese. I am original Korean.” 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오사카 조고 김상호 선수의 인터뷰만 보더라도, 한국 사회가 이제껏 재일조선인들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알 수 있다. 



(▲1945년 12월 아키타현(秋田県)에서 있었던 재일조선인연맹(조련) 결성대회 참가자.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재일조선인’이란 1945년 해방 전에 일본에 건너가 터전을 꾸리고 살아온 이들을 칭한다. 이들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조선학교를 세워 우리말을 배우고, 일본국적을 얻지 않고 ‘조선적’을 유지했다. 여기서 ‘조선적’이란 해방 이후 일본에 거주하던 재일동포 가운데, 대한민국이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적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은 이들에게 부여된 일본 외국인 등록제도상 편의상의 적(籍)을 의미한다. 일본에 융화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러 차별을 겪어야 했지만 이들은 똘똘 뭉쳤다. 

그들은 일본 사회에서는 ‘외국인’이라 차별받고, 한국과 북한에서는 어느 한쪽에 뚜렷이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변인’이 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보이는 재일조선인들은 누구보다도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말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받는 아이들, 조선인으로서의 긍지를 잃지 않고 열심히 럭비구장을 뛰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통일이 되길 기원하며 통일기를 흔들고 있는 그 아이들은 영화를 보는 이들을 부끄럽게 할 정도로 우리민족이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노사이드 정신’(경기 종료와 함께 ‘편이 없어지며 친구 사이가 된다’는 럭비의 신사적인 스포츠맨십을 표현한 용어.)의 표본이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을 영화는 참 깨끗하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를 보다보면 아이들을 향한 감독의 따뜻한 애정이 느껴진다. 카메라 화면 속, 럭비부 아이들은 “누나”라고 박사유 감독을 부르며 정겹게 말을 건다. 부상을 당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권유인 선수를 보며 카메라 뒤로 큰 소리로 울고 마는 감독의 목소리는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1시간 40분의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어느새 오사카 조고 럭비부 학생들의 “누나”이고 “형”이 되어있다. 자연스레 사랑스러운 그 아이들의 푸르른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게 된다. 


<60만번의 트라이>는 일본에서 상영되면서 일본인들에게 큰 울림을 줬다. 한 일본인은 상영이 끝난 후 박사유 감독에게 와서 재일 조선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죄송하다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차례다. ‘미안하고 참 고맙다’는 그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 그 아이들에게 우리가 ‘노사이드 정신’을 보여줄 차례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