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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인디's페이스] 한 판 굿으로 펼쳐진 영화 <만신> 인디토크

by 도란도란도란 2014. 3. 28.



 
인디's 페이스 (Indie's Face) 


상영 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하는 인디토크와 인터뷰, 상영작 리뷰 등 인디스페이스의 다양한 소식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  기록 자원활동가 입니다. 극장 안 이야기들을 전하는 인디스페이스의 얼굴, <인디's 페이스>와 더욱 알찬 소식 만나세요 :D


 

영화: 만신_박찬경

일시: 2014년 3월 11일

참석: 박찬경 감독

진행: 고재열 시사IN 기자





‘만신’은 무녀를 높게 칭하는 호칭 중 하나다. 한국 인간문화재이자 만신이신 김금화 선생의 일생을 다룬 영화 <만신>. 영화는 ‘다큐멘터리 드라마’라는 다소 특별한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큐멘터리와 극의 요소가 합쳐진 영화 <만신>. 우리의 전통 신앙인 무속이 어떻게 녹아 들어 있는지, 그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박찬경 감독의 <만신> 인디토크를 지금 시작한다. 


진행 : 무당학개론 잘 보셨나요?(웃음) 먼저 감독님 인사 드릴게요.


감독 : 네 안녕하세요 <만신>을 연출한 박찬경입니다. 반갑습니다.


진행 : 제가 ‘무당학개론’이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사실은 제가 최근에 무당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어요. 최근에 무속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우리 시대의 무당을 너무 축소해서 해석을 하고 있더라고요. 개인의 한을 풀어주고 개인의 운세를 점쳐주는 그것은 무당이 가장 움츠러들었던 시대에 호구지책으로 했던 일인데, 우리는 무당을 이해하는 프레임이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원래 무당의 역할은 공동체의 운을 틔워주고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었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사실 권력의 2인자였잖아요. 혹은 ‘내가 신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다’ 해서 권력자들이 무당의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죠. 역사를 쭉 거슬러 올라가보면 불교라든지 우리의 무속보다 훨씬 체계가 잡힌 종교로 인해서 무당이 공격을 많이 받았었어요. 다행히 불교와 무속신앙이 서로를 받아들여 각자의 영역을 지켰다면, 유교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상당히 위축됐죠. 그래도 재미있는 점은 무속이 담당했던 역할은 계속 하는 거에요. 왕이 제사장을 자처했던 적도 있었고요. 감독님께서 무속신앙에 대해 깊이 연구해서 하나의 개론으로 우리에게 잘 전달을 해주셨는데, 이런 무속의 세계에 어떻게 처음 발을 들이고 이런 영화를 만들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여러분들도 아마 모두 괴롭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실 거에요. 저도 7-8년전쯤에 그런 일이 있었어요. 인생의 벼랑 끝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죠. 그때 저에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산, 바다 등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계룡산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올랐어요. 그래서 계룡산에 한 번 가봤는데, 거기에는 정말 다양한 종교 집단이 있더라고요. 그때 자연스럽게 무속에 관심이 생겼고, 마침 김금화 선생님 자서전을 보게 되면서 영화까지 찍게 된 것 같아요. 김금화선생님 책을 보면 세계 샤머니즘 학회의 이야기가 나와요. 그 중에서도 김금화 선생님께서는 단연 돋보이셨는데, 아마 무속인 계의 한류이신 것 같아요.(웃음) 보통은 무속인들이 자기지역을 벗어나면 무력이 약해져서 무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한다고 하는데, 김금화 선생님은 예외인 것 같아요.

 

진행 : 이 영화에서가장 통쾌한 느낌을 받았던 장면이 중간에 목사님들이 등장하는 장면이었어요. 마치 우리 문화에 대한 시선을 우리에게로 복원시킨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교회에서 무당을 배제하는 것을 정상으로 봤는데, 그 상태를 전복시킨 것이잖아요. 그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

 

감독 : 그 장면은 사실 선생님 자서전에 있습니다. 산 속에서 십자가를 들고 김금화 선생님과 대치하는 모습이 묘사된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을 구성하면서 어떤 찬송가가 좋을까도 생각을 하다 ‘예수의 피밖에 없네’ 라는 곡을 사용하게 됐어요. 그리고 반대로 무가 사설에는 ‘모든 잡귀까지 다 먹여서 보내라.’ 라는 말이 있어요. 기독교의 ‘오직 예수를 통해서만 구원될 수 있다’ 와 무속의 ‘모든 잡신들까지 다 먹여서 보내라’ 라는 생각의 차이에서 쓰게 되었습니다.







진행 : <만신>에 다양한 종류의 굿판이 등장하는데요. 그 굿판들은 어떻게 연출하게 되셨나요?


감독 : 사실 영화에서 보여드리는 굿과 완벽하게 닮은 굿은 없습니다. 그런 무당이 없어서가 아니고요, 굿판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굿을 모르기 때문이죠. 예전 자료를 보면 동네 사람들이 모두 굿판에 놀러 와서 먹고 뒹굴며 여성 해방의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 굿판을 가는 사람들은 그냥 멀찍이서 구경만 하는 느낌이 들어요. 아마도 공동체문화로서의 굿은 사라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다른 문화적인 형태를 취해 영화나 소설 등으로 현대 문화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판소리처럼 무가의 기록이 제대로 갖춰진 공공장소가 시급하겠죠.

  

진행 : 고무신에 어떠한 의미가 부여된 것 인지 궁금합니다. 김금화 선생님이 처음에 고무신을 받았었잖아요, 그 이후에 무병을 앓고, 중년이 되었을 때 고무신을 보내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 때 저는 김금화 만신이 신을 떠나 보낸다는 듯 한 느낌을 받았어요. 


감독 :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어렸을 때 우연히 발견한 고무신이 미래에서 보낸 것인, 즉 미래의 김금화가 과거의 김금화에게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 전체적으로 순환구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그 고무신이 마치 할머니를 떠오르게도 하고,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연상케 하는 모티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진행 : 이번엔 영화 형식상에 있어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영화가 전체적으로 재연과 인터뷰, 실제 영상을 번갈아 연출되었잖아요, 사실 우리가 익히 봐온 재연은 가장 쉽게 만들고 접하는 방식이어서 어떤 작품을 고급스럽게 만들고자 할 때 피하고 싶은 방식인데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하셨고, 또 재연에서 각 배우들에게 중점적으로 끌어내려고 했었던 부분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에 ‘경찰청 사람들’이 있어요.(웃음) 저는 그 프로그램에서 아마추어 배우들이 등장하는 풋풋함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재연의 방식을 택한 것도 있고요. 하지만 70년대에서는 보신 것처럼 풋풋한 재연을 연출하진 않았어요. 영화적으로 앞 뒤의 재연을 다르게 했습니다. 새론이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광기 넘치고 환상을 보는 것처럼 연기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새론이에게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하는 그런 아이를 생각해 볼 수 있겠느냐 했고요. 류현경 배우는 신을 받아들이는 전과 후의 심리적인 변화가 중요했습니다. 

 

관객 : 영화 잘 봤습니다. 저는 마지막 장면을 흥미롭게 봤어요. 새론양이 쇠걸립 하는 장면에서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가 만나는 연출이 되었잖아요. 어떻게 그런 연출을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감독 : 쇠걸립이 자서전 속에서 굉장히 감동적이에요. 사람들이 아이에게 엎드리면서 신성한 사제로 대하는 것 들이 말이죠. 자서전 안에는 그 장면이 매우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그 부분을 표현하자니 걸립의 의미도 전달해야겠고, 멋있게 하고 싶지만 예산문제도 걸렸죠. 그래서 나온 최선의 선택이 다큐멘터리와 드라마가 만나는 것이었어요. 영화적으로 연출해보고 싶던 구성이기도 했고요. 저는 이 장면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저는 영화도 일종의 굿이라고 생각해요. 굿이 영화의 확장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굿이자 동시에 영화인 형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관객 : 영화를 통해 굿이라는 우리의 문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어요. 이 영화를 왜 다큐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그것들을 적절히 배합하는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다큐드라마 형식을 취한 것은 김금화선생님이 생존해 계시잖아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기예가 여전히 품위 있으신 풍모에 감동을 받아서 언젠가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쭉 했어요. 그러면서도 무속인이 되어간 역사적인 과정이 담기 과거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고요. 단순히 인터뷰로만 과거의 이야기를 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라는 매체가 갖고 있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특성을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큐드라마 형식이 되었습니다.


관객 :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되는 한국 여인의 삶을 인상 깊게 봤어요. 넘새가 내림 굿을 받을 때 외할머니에게 받죠. 전반적으로 할머니들이 항상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는 모습들이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감수성이었잖아요. 이제는 그런 감수성이 많이 사라졌지만 이러한 관점들이 굉장히 여성적인 관점이란 생각이 드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감독 : 할머니 라는 존재가 정말 중요하죠. 왜냐하면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고, 인내심의 어떤 상징이기도 하니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옛날 할머니들은 정말 무력한 존재이고 어떻게 보면 존재감이 없기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절한 마음이 담 긴 기도만큼은 할머니를 능가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무당은 할머니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기도의 천재가 있다면 그 위에 기도의 신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진행 : 민속학자가 처음 김금화 만신을 발굴했는데, 미디어에서 김금화 선생님이 공연하시는 것에 대해 상당히 반감을 가지셨고, 나중에는 거의 비난을 하시는 것을 봤어요. 그러한 갈등에 대해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감독 : 문화재 지정 같은 경우 그 속의 권력이 정말 복잡합니다. 선정하는 과정에 있어서 여러 일들이 생기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성이 망가진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실제로 폐해도 많죠.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이미 사라졌을 것들이 많죠. 김금화 선생님은 굉장히 훌륭한 만신인 것은 분명하고요. 인터뷰에서도 말씀하셨지만 수 십년 동안 수련해온 무가나 사설들을 공개하는 것은 그 시절에 상상하기도 어려워요. 일단 그것들을 내놓으셨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죠. 그렇게 함으로써 무속을 알릴 수 있고, 자신이 떳떳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학자들 그리고 미디어와 친숙하게 지내신 거에요. 제가 영화를 찍자고 제의 했을 때도 굉장히 호의적으로 반응하셨고요. 정말 나레이션 그대로입니다. 누가 누구를 이용한 것인지 굉장히 애매하죠. 어쨌든 김금화선생님께서 그것을 통해 무속이 예술로써 인정받도록 하신 것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진행 : <만신> 이후로 무속에 관심이 생기고, 또 다른 무언가를 더 하고 싶을 때 어떤 것을 찾아보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감독 : 굿을 찾아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틈 날 때마다 보고 있는 책이 ‘바리데기’라는 서사에요. 하나의 바리데기가 지방마다, 무당 마다의 버전이 달리 있는 거에요. 그래서 그 책이 바리데기라는 한 이야기인데도 10권이 있어요. 한국의 구술로 남아있는 대 서사죠. 많은 예술가들이 이것을 영화로 연출해보겠다며 많이 시도하셨는데, 다들 실패했어요. 그만큼 그 대서사를 담아내기 어려운 것이죠. 여러분도 한번 읽어 보세요. 그리스 로마신화와는 또 다르면서 아주 흥미로운 세계입니다. 더구나 바리데기는 죽어서 저승에 온 사람들을 극락으로 인도해주는 무당의 원조, 즉 무당들의 신이죠. 그렇게 이것저것 찾아보며 읽어보시면 옛날 우리 민중들의 그리고 여성들의 상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정리/유승민 자원활동가(iamyise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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