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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관객기자단 [인디즈]

[으랏차차 독립영화] [0119 GV] 나의교실│한자영

by 도란도란도란 2013. 1. 23.




나의 교실 Dear my frineds

한자영│2012│Documentary│Color│65min

서울독립영화제2012 / 제12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심사위원특별언급 / 제17회 인디포럼 올해의돌파상 / 제8회 인천여성영화제 / 제6회 여성인권영화제


2010년, 서울의 한 전문계고 여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과 그 후의 이야기.




참석 : 한자영 감독
진행 : 최민아 인디다큐페스티발 사무국장


최민아(최): <나의 교실>은 학교 다닐 때의 경험을 생각하면서 공감하며 보신 분들도 있을 것 같고, 아니면 조금 생경한 상반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많이 보셨을 것 같아요. 먼저 이 작품을 어떻게 시작했고 과정은 어땠는지 들어보고 싶네요.


한자영(한): 졸업작품으로 영화를 찍어야 해서 어떤 주제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대학교 친구들이 제가 고등학교 때 얘기를 하면 신기하게 듣던 것이 생각나서 언젠가 한 번 다뤄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얘기를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됐어요.


: 작품에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지만 감독님 모교에서 촬영을 하셨는데 주인공 격으로 나오는 학생들이 어떻게 설정이 된건지 궁금해요.


: 처음에는 다른 친구를 찍다가 그 친구가 취업을 안 하게 되면서 촬영이 한 번 엎어졌어요. 한 인물만 따르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싶어서 남은 친구들을 전체적으로 찍기 시작했고 그러다 캐릭터가 드러나는 친구들 위주로 찍다보니 자연스럽게 주인공 설정이 되었어요.


: 작품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친구들이 카메라를 보면서 면접연습을 하기도 하는 등 굉장히 거리낌 없이 카메라를 대해요. 아이들은 감독님을 ‘언니’라 부르고 감독님은 ‘우리반 친구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봤을 때 굉장히 친밀한 관계설정이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쌓여진 거겠죠?


: 제가 원래 사람들을 만날 때 긴장감 갖고 딱딱하게 대하는 것을 안 좋아해서 먼저 친구들한테 편하게 다가가다 보니 처음엔 어려워하던 친구들도 서서히 편하게 대하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애들이 참 크잖아요. 제가 몸집이 작다보니까 ‘저 언니가 저렇게 큰 카메라 들고 와서 힘들게 찍는구나’ 생각해주면서 관계균형이 맞았던 것 같아요.


: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하는 말이 관계설정이 자연스럽다고 하죠. 자 그럼 관객분들게 질문 한 번 받아볼게요.

관객: 촬영하면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짧게 듣고 싶습니다.


: 힘들었던 점은 사실 촬영하는 동안에는 어떤 작품이 완성될지 모르니까 테잎이 늘어갈 때마다 막막하고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또 제가 그 상황을 겪지 않았다면 단순히 그 모습들을 담기만 했을 텐데, 제 모교에서 촬영하다보니 제가 학생이던 때나 당시 친구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런부분이 더 힘이 돼서 몸이 힘든 건 잊고 촬영할 수 있었어요.


: 아무래도 감독님 모교이다보니 직접적이진 않아도 보인의 모습이 많이 투영되어 생각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되네요.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셨다고 했는데, 영문 제목이 'Dear my friends'에요


: 제목 그렇게 짓고 촌스럽다고 친구들한테 욕 많이 먹었어요(웃음)


: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나셨다고 했는데, 작품을 본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다른 관객 분들은 보시면 ‘가슴이 아프다’든지 ‘슬프다’ 등의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오히려 친구들은 ‘어쩜 애들이 하나도 안 변했냐’는 얘기들을 하면서 고생했다고 얘기해주고, 다른 관객들이 울거나 슬퍼하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웃음)


: 같은 시절을 보낸 친구들에게 격려를 들은 것이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작년 3월 <나의 교실>이 인디다큐페스티발을 통해 소개되고 올 해 1월이 되기까지 꾸준히 상영이 되고 있어요. 많은 관객들을 만나 보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상영이 있으신가요?


: 보통 영화제나 공동체 상영을 많이 가게 되는데, 영화제를 찾아와주시는 분들은 원래 영화에 많은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지만 공동체 상영은 종종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영화 감상하는 분위기가 굉장히 달라요. 한 번은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 공동체 상영을 간 적이 있는데,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학생들이 핸드폰을 만지고 떠들고 영화에 집중을 안 하는 거예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니까 제가 십대들에게 좀 먹히는 건지(웃음) ‘언니, 언니’ 하면서 저랑 사진도 찍고 당돌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질문들을 던지면서 자기들 얘기도 찍어달라는 얘기들을 하는데 그 때 기분이 정말 좋아서 추운 날씨에 버스 몇 정거장을 걸어가면서도 힘이 남아돌았던 기억이 나네요.


관객: 저는 영화를 보면서 등장하는 학생들이 저런 상황에서 자신들이 카메라에 보여 지는 것에 어쩌면 저렇게 거리낌이 없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영화에도 살짝 나오지만 오히려 저 친구들은 자신들의 연애사 등을 진짜 사생활이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학교를 가고, 취직을 준비한다든지, 회사에 다니면서 돈을 조금 덜 받는다든지 하는 건 이 친구들에게 당연한 생활인거에요. 예를 들면 나는 오백원짜리 빵을 먹는 것이 당연한데 모르는 사람들은 ‘어머 쟤 오백원짜리 빵을 먹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거죠. 본인들 스스로는 그게 당연한 거니까 거리낄 것도 창피할 것도 없다고 느낀 것 같아요.


관객: 영화를 보고나서 굉장히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친구들이 나중에 취직하고 회사생활에 대해 월급이나 복지 등을 이야기하잖아요. 만약 제가 그 친구들의 상황이 부당하다고 생각해도 감독으로서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더라고요. 또 처음에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보며 사람들이 안타까워하다는 말을 하셨는데, 결국 그것이 우리들의 시선에서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혀 슬픈 것이 아닌데, 그렇게 보였다는 것에 대해서요.


: <나의 교실>이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상영되면서 관객 분들이 바라보는 관점들도 상당히 다양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앞으로도 이렇게 상영되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합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 여기서 자리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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